1. 산 이 름 : 황장산 (黃腸山, 100대 명산 94번째)
2. 위 치 : 경상북도 문경시
3. 높 이 : 1,077미터
4. 산행일시 : 2013. 10. 19(토) 07:30 - 10:50 (3시간20분, 순수산행시간 2시간40분)
5. 산행거리 : 5Km
6. 산행코스 : 안생달 → 작은차갓재 → 멧등바위 → 정상 → 첫번째 잘록이 → 산태골 → 안생달
7. 동행자 : 마누라
- 산림청 100대명산 선정 사유: 울창한 산림이 암벽과 어우러져 경관이 아름다우며 황장목이 유명하고 조선시대 봉산 표지석이 있는 등 경관 및 산림문화적 측면을 고려하여 선정, 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 예천군 읍지 등에는 작성산으로 표기.
- 황장산은 옛적부터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산이다. 궁궐 등을 짓는데 사용되는 황장목을 함부로 벨 수 없도록 엄격히 금지하였던 조선시대 산림정책을 고려하면 사실상 출입이 금지되었을 것이다.
치악산에 남아있는 황장금표(黃腸禁標)와 같이 금산 또는 봉산 제도에 의하여 보호하였던 황장산은 오늘날에도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위험하고 산림자원을 보호하기 위한다는 것이 그 이유이지만 선듯 납득하기는 어렵다.
- 100대명산 시도중 가장 골치아픈 산을 꼽는다면 단연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산. 최근에 추락 사망사고 발생 이후 통제가 더욱 강화되어 오기도 전부터 마음을 불편하게 하던 산. 그 황장산을 어쩔 수 없이 찾아간다.
단속에 걸리는 상상만 해도 불쾌한 기분이 머리 끝까지 차오른다. 정말 치사해서라도 가고 싶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안 가자니 목표로 세운 기록이 깨진다. 어쩔 수 없이 가자니 새벽에 눈을 떠서도 잠시 망설인다.
- 새벽 5시가 되기 전 집을 나섰다. 잘 빠지는 고속도로를 달려 괴산휴게소까지 단숨에 도착했다.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며 대충 정비를 하고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니 하늘은 환해졌다.
워낙 오래 전부터 지도와 사진을 들여다보며 연구했던지라 처음 온 동네지만 전혀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도둑 산행을 시도하는 찜찜함 때문에 사람 마주치는게 무서울 뿐이다. 이 동네 개새끼들은 왜 그리 그악스럽게 짖어 대는지..
진짜 도둑놈이 된 심정으로 서둘러 산길을 올라야 했다.
▼ 길가에 주차하고 작은 차갓재를 향해 올라가야 한다.
이른 아침이라 다행히 동네가 조용하다. ▼
▼ 좌측은 차갓재 가는 방향. 우리는 우측으로 간다.
오늘은 그저 후다닥 해치워야 하니 정상까지 최단 코스로 진행한다.
좁은 길에서 내려오는 차가 있어 얼굴도 안 마주치려 비켜섰더니 내 앞에서 굳이 차를 세운다.
순간적으로 사람을 놀래킨 이가 말을 건다.
이 산은 못 올라가는 산인것 같다고, 저 위에 등산로가 막혀 있더라고.
...............??..........
그래서! 그래서 어쩌라고!!! 괜히 사람을 쫄게 만들고 있어.. 콱!!
그러나 사실 그 순간에는 말을 거는 의도를 알 수 없어 "아, 그런가요.." 정도로 얼버무리고 얼른 자리를 떴다.
당연히 이 시각에 이런 장소에 있다면 황장산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알고 왔어야 할텐데..
납득이 안되던 그 운전자의 차를 나중에 산을 내려와서 발견하게 된다.
우리 뒤를 따라 산을 올랐는지는 모르겠다. ▼
▼ 동굴카페에도 인적은 없다.
사람을 만나게 될까봐 계속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스스로 긴장했음을 느낀다. 그야말로 간이 콩알만해졌다. ▼
▼ 감시카메라 앞을 지나려니 망신스러워서 표정 관리가 안된다.
아, 이 찜찜함이란... 겨우 금줄을 넘어서 뒤돌아본다.
설마 CCTV로 추적해서까지 과태료를 물리는건 아니겠지? 복면을 할걸 그랬나? 별별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
▼ 너무도 찜찜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산길을 오른다.
출입금지선을 넘어 십여분을 오르니 능선길이 나타났다.
작은 차갓재이다. 아무런 표시도 없다. ▼
▼ 헬기장을 지나자 조망도 터지기 시작하고.
조금은 마음이 놓이기 시작한다. ▼
▼ 지나온 안생달 마을을 당겨 본다.
길가에 세워 놓은 내 차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 온다.
긴장은 많이 풀렸지만 아직도 큰소리를 내지 않으려 숨을 죽이고 걷는다. ▼
▼ 멧등바위를 당겨 보았다.
정상부 절벽 능선의 시작점인데 나중에 알았지만 자세히 보면 내려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원본 사진에서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
▼ 슬슬 바위가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을빛이 완연해지는 능선 오솔길을 느긋하게 걸어간다. ▼
▼ 생달리 방향.
저너머 문경새재가 유명한 주흘산이 있는 방향이다. ▼
▼ 지나온 길을 바라본다.
가운데 희미하게 뾰족한 봉우리는 월악산 영봉인 것 같다.
저 언저리 어디엔가 금수산도 있을 것이다. ▼
▼ 정상부 암능 구간을 줌으로 당겨 본다.
위험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터라 가까워질수록 살짝 긴장이 된다.
물론 정말 위험한 곳은 저 너머 촛대봉과 수리봉 구간이다. ▼
▼ 드디어 멧등바위에 도착했다.
잠시전 만난 백두대간팀에게 밧줄이 없더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내려올 수 있었으면 올라 가는건 그닥 어렵지 않을 걸로 여겼었다. 내가 황장산 때문에 고민했던걸 아는 마누라는 은근히 겁을 먹고 있다.
왼쪽 나무를 잡고 겨우겨우 올라 갔지만 카메라가 걸리적거리고 흙은 미끄럽고, 아찔한 순간이 지나갔다. ▼
▼ 나중에 생각해 보니 김해에서 온 그 산악회 팀을 못 만났더라면 어쨌을까 아득해진다.
지난주까지도 있었던 로프가 없어지면 맨손으로 나무잡고 오를 엄두가 났을까?
그런 정보는 전혀 들어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상당히 난감했을 것이다.
그나마 그들이 내려온 것을 보았기 때문에 당연히 올라갈 수도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밧줄을 걷어버린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처사는 너무 심하다. 유일한 안전장치를 치워버린다고 사람들이 안 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백두대간이나 100대명산을 하는, 멀리서 온 등산객들이 어떻게든 진행하려 할텐데 정작 이들을 심각한 위험 속으로 내모는 횡포인 것이다. ▼
▼ 힘겹게 오른 멧등바위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명불허전이다.
그러나 카메라 렌즈는 흙이 잔뜩 묻었고 잡을 곳이 마땅치 않아 헤맸던 바람에 바지도 흙투성이다.
경치는 너무도 마음에 들지만 기분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다. ▼
▼ 전체를 이어붙인 사진은 너무 길어 조금 짧게, 보정을 거친 파노라마 사진이다. ▼
▼ 또다시 문제의 구간.
이 곳 역시 로프를 치워 버려서 위험한 구간이 되었다.
아차 방심하거나 실수하면 오른쪽 절벽으로 떨어진다. ▼
▼ 이제 오늘의 위험한 구간은 모두 지났다.
진행방향의 좌측을 뒤돌아 보면 나타나는 그림.
왼쪽의 바위산은 도락산이다. 오른쪽은 황정산.
저너머 소백산 강우레이더관측소(전망대)와 비로봉이 희미하게 보인다. ▼
▼ 도락산을 당겨본다.
최근 몇몇 산악회는 황장산에서 출입 통제를 당한 후 바로 저 곳, 도락산을 대신 오르기도 했다.
나는 올봄에 저 건너편에서 한 바퀴 돌아내려 갔었다. ▼
▼ 황정산, 소백산 방향을 당겨 본다.
소백산 정상부 능선길이 비교적 선명하게 보인다. ▼
▼ 도락산 너머 충주호 방향에는 운해가 짙게 깔렸다. ▼
▼ 정상에 도착했다.
산행 시작후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났다. ▼
▼ 절벽능선길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정상 부근은 제법 널찍한 마당이다.
나무에 가려 별다른 조망은 없지만 편안히 쉴 수 있는 곳.
빵 한 조각에, 소주 몇 잔을 마시며 잠시 쉬어 간다. ▼
▼ 감투봉 방향 하산길로 들어선다. ▼
▼ 왼쪽에 있는 봉우리가 감투봉인 모양이다.
이미 여러모로 빈정도 상했고 감투봉까지는 갈 마음이 없다.
오늘은 황장산 정상과 감투봉 사이의 첫번째 잘록이에서 오른쪽으로 하산할 것이다. ▼
▼ 직진하면 감투봉으로 오르는 길.
우리는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길의 흔적이 비교적 뚜렷하다.
지난주 영월 태화산에서 알바했던 것에 비하면 오늘 하산길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
▼ 산태골로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군데군데 붉은 단풍잎도 구경하며 천천히 내려간다. ▼
▼ 계곡이 나타나면서 중간중간 길도 끊기고 등로가 희미하지만 큰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다.
인적없는 아침산을 걷고 있지만 썩 흔쾌한 것은 아니다.
하산길, 날머리에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단속에 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
▼ 다 내려와서 막판에 길을 잃어버려 살짝 헤맨다.
거친 관목숲을 억지로 뚫고 채석장에 내려선다. ▼
▼ 차 있는 곳까지 무사히 걸어 왔다.
서둘러 시동을 걸고 안생달을 벗어 난다.
생달리 삼거리를 벗어나자 시원한 해방감이 몰려온다.
드디어 징글징글한 황장산을 해치웠구나. 속이 후련하다.
그러나 한편 이렇게까지 마음 불편하고 위험한 산행을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짜증스럽기도 하다.
점잖게 말하면 섭섭하지만, 막말로 하자면 더럽고, 아니꼽고, 치사하다는 것이다.
등산로가 위험해서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라면 오늘 내가 다녀온 코스는 최소한의 안전시설로 개방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그렇게 위험하다면서 그나마 있던 로프까지 싹 걷어버리는 것은 또 무슨 경우인가?
어쨌든 이제는 그런 꼴 당하지 않아도 되니 십년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시원~~하다.
바람같이 인천으로 달려서 두 시경 집에 도착하니 아직도 대낮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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