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태화산 (太華山, 100대 명산 93번째)
2. 위 치 : 강원도 영월군, 충청북도 단양군
3. 높 이 : 1,027미터
4. 산행일시 : 2013. 10. 12(토) 11:00 - 16:50 (5시간50분, 순수산행시간 5시간)
5. 산행거리 : 13Km
6. 산행코스 : 북벽교 → 태화산성터(알바) → 태화산 정상 → 능선길 → 고씨굴 → 주차장
7. 동행자 : 산올산악회 20명
- 태화산이 산림청 100대 명산으로 선정된 사유가 간단하다. 경관이 아름답고 고구려 시대에 쌓았던 토성인 태화산성 등 역사적 유적이 있고, 고씨동굴(高氏洞窟 : 천연기념물 제219호) 등이 소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였다고 한다. 결국 산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고씨동굴이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태화산은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대화산으로 불리운 기록이 있고, 영월 사람들은 화산으로도 부른다고 한다.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경계를 이루며 고려시대 토성(土城)인 태화산성과 단종(端宗)이 유배되었다가 묻힌 청령포와 장릉(莊陵:사적 196)이 있다고 한다.
- 태화산은 남한강을 끼고 있는 산이다. 이번에 남한강의 물길도 새삼 알게 되었지만 북벽을 포함하여 남한강을 빼고 태화산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산행 내내 동강을 바라보며 걷는 영월 백운산의 그림을 상상했는데 실제 만난 태화산의 능선 조망은 보잘 것이 없었다.
무성한 나무에 가려 산 아래가 거의 보이지 않는 답답한 능선길의 연속이다. 자연보호도 좋지만 몇몇 조망점에서는 나뭇가지를 제거하고 전망대 데크라도 설치했으면 좋았으련만.. 훌륭한 자원을 가지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 역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산들은 꼭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 1년 동안 인천의 수십개 산악회에서 태화산을 가는 경우를 한번도 보지 못하였다. 산행 코스 역시 고씨동굴을 염두에 둔다면 원점회귀 산행이 매우 불편한 것이어서 승용차를 끌고 오기도 애매한, 살짝 부담스러운 산이었던 것이다. 이런 어려움으로 우연치 않게 태화산 산행을 제안했다가 산악회에서 추진해 주는 바람에 얼씨구나 따라 나선 길이었는데..
능선 조망이 거의 없는 태화산은 별다른 매력이 없는 산이다. 게다가 고씨동굴 방면 하산로는 너무 가파르고 거칠다. 쉽게 말해서 등산객을 배려한 흔적을 거의 찾을 수가 없다. 계단 몇 개만 설치했어도 훨씬 편안했을 터인데 너무 방치해 놓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아마도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고씨동굴에만 집중하고 찾는 이도 많지 않은 등산로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게 된 모양이다.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모처럼 찾은 이들도 실망하여 점점 외면하게 될텐데 결국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별로 돈도 안되는 등산객들보다 당장 눈에 띄는 관광지에 주목하는 짧은 안목 탓에 태화산은 다시 오거나 주변에 추천해 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 산이다.
- 오늘은 시작부터 모처럼의 알바를 경험한다. 들머리를 잘못 잡는 바람에 길도 없는 오르막에서 가시에 찔리며 꽤나 애를 먹었다. 기껏 등로를 찾아 정상적으로 산행을 마쳤나 했더니 이번에는 짧은 코스로 먼저 하산하겠다던 일행 두 명이 길을 잃는 바람에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덕분에 태화산 추천했던 나는 은근히 가시방석이다.
다행히 아무런 사고없이 식당으로 옮겨 맛있는 저녁식사와 함께 소주 한 병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 북벽교가 보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는 산행 시작부터 들머리를 잘못 잡고 있었다. ▼
▼ 대부분의 산행지도에 북벽교 바로 옆에서 등로가 시작되는 것으로 그려져 있고, 무엇보다 진입로가 분명하다.
산악회 리더가 인근 음식점 아낙에게 확인까지 했다는데.. 결국 꼬이고 말았다.
나 역시 산악회를 따라 온 터라 들머리 정보는 애당초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북벽 표지석이 있는 곳까지 500미터 가량을 되돌아 가야 했던 것. ▼
▼ 선두조가 여러번 망설였지만 숲속에는 끊어질듯 말듯 희미한 길의 흔적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가다보니 어느 순간 길이 없어져 버렸다!! ▼
▼ 이미 한참을 올라 왔으니 되돌아 가기도 애매하고..
기왕지사 가던 방향으로 길을 뚫기로 했다. ▼
▼ 길도 없고 인적도 없는 숲속을 걷노라니 밤이 지천이다.
그냥 떨어져서 아무도 줍는 이가 없으니 아깝기 짝이 없다.
벌레도 먹지 않고 알도 굵은 산밤을 줍느라 몇 사람은 뒤로 처졌다.
맘먹고 주으면 몇 가마니는 될 터인데.. 아깝지만 나는 그냥 가던 길을 간다. ▼
▼ 길도 없는 산중에 무덤이 자주 나타난다.
모두 최근에 만들어진 듯 흙이 젖어 있다. ▼
▼ 바윗길을 뚫고, 가시덤불을 지나 그야말로 오지 산행이다.
지겹고, 지친다. 이 무슨 생고생이란 말이더냐. ▼
▼ 길도 없는 숲속을 헤맨지 장장 1시간 50분만에 끝이 보인다.
북벽에서 화장암을 지나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에 도달하였다.
맥이 탁 풀릴 만큼 마음이 놓인다. ▼
▼ 오늘 산행에서 처음 만나는 이정표가 너무 반갑다. ▼
▼ 이제 편안한 숲속 능선길을 걷는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좌우 조망이 터지지 않아 살짝 답답하다. ▼
▼ 작은 봉우리들을 넘어 완만한 오르막을 기분좋게 걷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남한강의 전경이 사람을 감질나게 만들고 있다. ▼
▼ 정상까지 10분?
10분안에 가려면 상당히 속력을 내야만 할 것 같다.
표지 달아 놓은 이가 상당한 산행 고수인가보다. ▼
▼ 산행 시작후 2시간 50분만에 정상 도달.
두 자치단체에서 각각 세운 정상석이 나란히 놓여 있다.
100대명산 다니면서 이런 그림은 또 처음 본다.
정상석 2개 있는 산은 많이 봤지만 대부분 거리라도 서로 떨어져 있었는데..
한심스럽다고 하기도 부질없고.. 뭐, 웃자고 만들어 놓은 광경이 아닐까?. ▼
▼ 정상 아래 쪽에 나무 의자에 앉아 소주 한 잔에 점심을 먹었다. ▼
▼ 전망대라고 명명을 한 모양이지만 그저 자연 조망점이다.
그나마 나무에 많이 가려서 답답하다. ▼
▼ 능선길을 걷는 내내 보이는 풍경이 이 정도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겨우 남한강이 보인다. ▼
▼ 능선길은 계속해서 완만하게 이어진다.
특별히 위험한 구간도 없고 전체적으로 편안한 오솔길이다.
그러나 크고 작은 산봉우리를 여러 개 넘어야 하므로 제법 땀이 난다. ▼
▼ 워낙 조망점이 없으므로 시야만 열리면 잔뜩 사진을 찍어야 한다.
전망대라고 이름붙여진 장소가 능선 전체 구간에서 딱 두 군데 뿐이기 때문이다. ▼
▼ 처음으로 진행 방향의 좌측 시야가 트였다.
그마저 나뭇잎 사이로 옹색한 그림을 망원으로 겨우 뚫었다. ▼
▼ 이제 편안한 능선길은 끝났다.
오른쪽으로 전망 표시가 있어 잠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 오기로 한다. ▼
▼ 고씨동굴 내려 가는 길은 가파르다.
미끄럽다. 아무런 볼거리도 없다. 게다가 급경사 하산길이 길기까지... ▼
▼ 고씨동굴이 가까워지면 경사는 더욱 심해진다.
길도 험하고 불편하다. 위험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전혀 정비되지 않은 내리막길이 조금은 거슬린다. ▼
▼ 고씨동굴 위 전망 데크가 보인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가파르고 미끄러지는 흙길을 S자로 내려 왔다.
수직에 가까운 이런 길에는 계단 몇 개만 설치해도 훨씬 편하고 거리도 확 줄어 들텐데..
오래 걸어 피곤해진 발길에서 짜증이 솟아 오른다. ▼
▼ 고씨동굴로 내려서는 직전 경사에는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미 살짝 빈정이 상하였다. ▼
▼ 고씨굴을 들어 가보고 싶은 의욕도 별로 없다.
입구만 카메라에 담고 다리를 건너기로 한다. ▼
▼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니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경사도임을 알 수 있다.
하산길 마지막 한 시간여를 불편한 급경사에 시달리다 보면 내가 투덜거리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적기는 애매하지만 등산객을 배려하는 마인드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구간이다.
전반적으로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 곳, 태화산은 여러모로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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