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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100대명산(完)

91. 울산 신불산(1,209m) 잔인한 역사처럼 눈물겨운 가을의 아름다움(2013.10.3)

by 日新우일신 2013.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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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 이 름 : 신불산 (神佛山, 100대 명산 91번째)
2. 위 치 : 울산광역시 울주군 , 경상남도 양산시
3. 높 이 : 1,209미터
4. 산행일시 : 2013. 10. 3(목) 10:10 - 16:55 (6시간45분, 순수산행시간 5시간10분)
5. 산행거리 : 16Km
6. 산행코스 : 배내고개 → 배내봉 → 간월산 → 간월재 → 신불산 → 신불재 → 배내골 → 신불산자연휴양림 → 죽전마을

7. 동행자 : 사계절산악회 60명 이상

 


- 산림청 100대 명산 선정사유 : 영남알프스 산군에 속하는 산으로 능선에는 광활한 억새와 바위절벽, 완만한 지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작천계곡, 파래소폭포 등이 있고 군립공원인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 신불산 폭포자연휴양림 등이 유명

 

- 지난주 가지산,운문산 산행에 이어 5일만에 다시 찾은 영남알프스 구간. 지나는 길이 제법 익숙해졌다.

지난주 산행이 빡빡한 시간에 거리도 길기는 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심하게 다리가 배긴 적은 없었다. 며칠이 지나도 풀리지 않더니 오늘까지도 종아리와 허벅지가 뻐근하다.

근래 산에만 오면 힘들었다. 특히 오르막을 만나면 그야말로 쥐약이다. 처음에는 더운 날씨 탓으로 여기다가 계속된 과음으로 체력이 약해 진건지 걱정만 했을 뿐, 차분히 이유를 생각해 보진 않았었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집에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문득 깨닫게 되었다. 내 마음가짐이 잘못 되어 있었던 것이다.

 

- 불과 몇 달전인 올해 6월 두타산을 다녀온 후 나는 산행후기에 이렇게 썼다.

"지금보다 훨씬 체력이 좋았던 10대, 20대 때에도 지금보다 산을 잘 탔던 것은 아니다. 역시 멘탈, 골프도 멘탈이요, 바둑도 멘탈이요, 세상만사 그렇듯이 마음가짐의 문제인 것이다. 지금도 조금 만만하게 여기고 시작하는 산행은 여지없이 힘들게 느껴진다. 아무리 힘든 오르막 코스도 마음의 준비만 단단히 되어 있으면 얼마든지 쉽게 오를 수 있음을 어느덧 깨우친 까닭이다."

 

그 깨우침을 잊어 버린 것은 아니었는데 왜 그리 힘들었을까? 그 이유는 자만심 때문이었다. 등산전 각오만 다졌을 뿐 어느덧  등산 좀 한다는 실력자인 양 속도조절에 소홀했던 것이다. 오르막을 빨리 해치워야 할 과제처럼 서두르다 보니 리듬, 템포는 흐트러지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신체에 피로물질이 쌓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은 가파른 경사도 즐기면서 한발 한발 리드미컬하게 등로를 오른다. 한 걸음마다 잠시 잊고 있었던 발바닥의 탄력이 느껴진다. 산길에 맞춘 몸의 자연스러운 흔들림으로 모처럼 가벼운 발걸음을 이어가니 16km를 걸었음에도 나중에 집에 와서 전혀 피곤한 줄을 모를 정도였다.

 

- 나로서는 오늘 신불산 구간이 영남알프스의 마지막 구간이다. 여러 등산 코스를 염두에 두고 인터넷에서 선답자들의 노하우를 공부했던지라 여러 모로 낯설지 않았다. 직접 접해본 배내고개부터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구간은 가히 영남알프스 구간의 백미(白眉)라 여겨진다.

능선길로 이어지는 편안한 트레킹과 뻥 뚫린 좌우 조망을 거쳐 간월산에서 바라보는 간월재와 신불산 능선의 그림은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수준이다.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삶의 가장 아름다운 찰나가 지나가는 듯 아릿한 슬픔이 느껴지는 몽환적 분위기가 간월재를 감싸고 있었다.

 

- 신불산 이름의 유래는 명확한 정설은 없지만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확실한 듯 하다. 신령이 불도를 닦는 산이라고도 하는 등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어쨌든 신성하고 거룩한 그 무엇을 상징하고자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신불산 이름의 유래보다는 그 땅의 역사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전국의 많은 억새밭 명소가 산불이나 6.25 폭격에 의해 생겨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곳 역시 빨치산 소탕을 위해 터뜨린 네이팜탄에 만들어진 평전인 것.

우리에게는 빨갱이의 대명사처럼 쓰여지는 빨치산들이 모여 불꽃처럼 치열한 삶을 살았던 신불산 언저리에 오늘은 명창 김영임의 아리랑이 울려 퍼지고 있다.

 

-  파래소폭포에서 밥을 해 먹으며 신불산 숲속에 숨어 들었다가 차례차례 죽어갔을 많은 사람들이 어찌 모두 공산주의 빨갱이만 있었겠는가. 해방후 미 군정과 이승만 정부에 의해 군과 경찰 등 정부 요직을 독차지한 친일파들이 여전히 활개치며 득세하는 암울한 현실에서 불의에 항거한 많은 이들이 설 땅을 잃고 찾아 들었던 이곳은 우리 현대사의 잔혹성을 웅변하고 있는 잔인한 역사의 현장이다.

일제의 패망과 함께 된서리를 맞을 줄 알았던 친일파 모리배들이 멀쩡하게 지배세력으로 복귀하여 민초들을 더욱 잔인하게 짓밟았으니 그러한 경천동지할 역사의 배반 앞에서 어찌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끼지 아니하겠는가. 역사는 승리한 자의 것이니 신념에 따라 산화해간 패배자의 열띤 주장은 철저히 지워지고 잊혀져 간다.

사상과 이념을 떠나 옳은 것과 정의를 위해 싸울 수 밖에 없었을 이 땅의 피끓는 청춘들이 때려죽일 공산당 빨치산으로 뭉뚱그려져 비참하게 죽어간 그 곳, 신불산 능선에는 그들의 헛헛한 영혼처럼 솟아난 은빛 억새들이 무심한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 배내고개에 내려 주차장까지 걸어간다.

예상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다. ▼

 

 

 

▼ 천황산과 재약산 능선도 한눈에 보인다. ▼

 

 

 

▼ 10시10분경 산행을 시작한다.
시작부터 한참 동안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

 

 

 

 

 

▼ 배내봉 못미쳐 삼거리까지는 계속 나무계단이다.

속도를 조금 늦추고 호흡을 조절하며 올랐더니 가뿐하게 능선까지 다다랐다. ▼

 

 

 

▼ 배내봉이 코 앞이다.

편안한 능선 오르막이 이어진다. ▼

 

 

▼ 과남풀이 요즘 자주 눈에 뜨인다. ▼

 

 

▼ 진행방향 오른쪽은 능동산으로부터 천황산, 재약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구간이 펼쳐진다.

나는 작년에 저너머 표충사로부터 한 바퀴 돌아 내려간 적이 있다. ▼

 

 

 

 

 

▼ 배내봉에서 바라본 간월산 방향 능선길 파노라마. ▼

 

 

 

 

 

▼ 진행방향의 좌측은 울산시내 방향이다. ▼

 

 

 

 

▼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숲속 오솔길이 길게 이어진다.

능선길이 모두 잡풀만 우거져 그늘이 없을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

 

 

 

 

 

▼ 간월산이 눈 앞에 나타났다.

부드러운 육산의 몸매가 자못 매혹적이다. ▼

 

 

 

 

 

 

 

 

 

▼ 이번엔 우측 방향이다.

맨 뒤의 우측 봉우리가 천황산, 좌측 봉우리가 재약산이다. ▼

 

 

 

 

 

 

▼ 이제 잠시 내리막을 거쳐 한번 치고 오르면 간월산 정상이다.

간월산 정상을 넘으면 간월재까지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 기대감에 설레이기 시작했다. ▼

 

 

 

 

 

 

 

▼ 왔던 길을 되돌아 본다.

맨 뒤로 보이는 능선이 며칠전 걸었던 상운산-가지산 능선길이다.

가장 높이 솟은 영남알프스 최고봉 가지산 정상도 보인다. ▼

 

 

 

▼ 간월산 정상에는 사진찍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 5분 정도를 기다려서 인증샷을 찍었다. ▼

 

 

▼ 우측 천황산 재약산 방향의 그림. ▼

 

 

 

 

▼ 간월재까지 이어지는 기다란 임도가 보인다.

저 길로 차를 타고 간월재까지 오를까 검토한 적도 있다. ▼

 

 

 

▼ 다시 바라본 간월산 정상의 모습. ▼

 

 

▼ 간월재로 내려서기 전 좌측 아래로 뻗은 간월 공룡능선.

상당히 가파른 모습이다. ▼

 

 

▼ 간월산 정상부터 보이기 시작한 패러글라이더.

정상에서 뛰어 내리면 서서히 하강하는 건줄 알았더니 몇 시간을 오르내리며 하늘을 날아 다닌다.

언젠가 패러글라이딩을 배워야겠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

 

 

 

 

▼ 간월재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산상 공연이 있는 줄도 미리 알았었고 음악 소리도 이미 들려 오고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보니 제법 장관이다. ▼

 

 

▼ 자꾸 배아프게 하는 패러글라이더.

애들 말마따나 부러우면 지는거다. 사진 모델로만 쓰기로 했다. ▼

 

 

 

▼ 간월재 - 신불산 파노라마.

영축산은 신불산에 가려 아직 보이지 않는다. ▼

 

 

 

 

 

 

 

 

 

 

▼ 한적한 길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간도 충분하고 느긋한 기분으로 소주까지 한 잔 했더니 세상 천지에 아쉬울 것이 없다.

눈 앞에 펼쳐진 가을의 아름다움과 온몸을 휘감는 시원한 바람, 혀끝에 느껴지는 음식의 달콤함과 맑은 가을 향기, 그리고 가슴으로 들려오는 음악소리까지. 오감을 가득 만족으로 채웠으니 더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

 

 

 

 

▼ 간월재까지 내려가는 길은 살아있는 이 순간, 찰나의 아름다움에 취해 발걸음이 더디다.

사진 컷수가 급격히 늘어간다. ▼

 

 

 

 

 

 

 

 

 

 

 

 

 

 

 

▼ 방금 지나온 길에 대해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제는 사진에만 남았지만 20여분간 느낀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는 내 심장 깊은 곳에 아로새겨졌다.

어느덧 간월재에 내려 섰다. ▼

 

 

 

▼ 실내공연장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무언가 차원이 다른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

 

 

▼ 억새의 춤밭에서 자연에 순화된 최고의 관객들과 삶의 아름다운 순간을 교감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오늘만큼은 길에 가득찬 사람들과 부딪혀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

생경한 경상도 사투리도 더이상 귀에 설지 않다. ▼

 

 

▼ 신불산 방향 등로까지는 모두 나무 데크길이다.

수많은 등산객들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최고의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국악의 향연에 빠져 들었다. ▼

 

 

 

▼ 지나온 간월재 방향을 뒤돌아본다.

간월산 산마루가 어느덧 아득하게 멀어졌다. ▼

 

 

 

 

 

 

 

 

▼ 간월재가 더이상 보이지 않는 산모롱이를 돌기 전에 마지막으로 줌을 당겨본다.

억새가 좀더 피어나면 훨씬 장관일 것이다.

무대가 설치된 중앙의 넓은 나무데크 공간은 산마루에서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꿈과 같은 장소이다.

인적없는 간월재에서 별빛을 바라보다 잠들고 새벽 일출을 맞이하는 하루를 상상해보면 가히 짐작이 될 것이다. ▼

 

 

▼ 재약산, 천황산 방면도 다시 돌아보고. ▼

 

 

 

 

 

 

 

 

 

 

 

 

 

 

 

 

 

▼ 신불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

 

 

▼ 오른쪽으로 영축산까지 이어지는 능선길도 한눈에 들어온다. ▼

 

 

 

 

▼ 신불산 정상으로부터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의 마루금이 선명하다.

능선 전체가 억새와 잡목으로 뒤덮였을 뿐.. 그늘은 전혀 없다.

60여년전 빨치산들이 바라본 풍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건장한 남성처럼 웅혼한 산맥의 꿈틀거림이 믿음직스럽다.  ▼

 

 

 

▼ 신불산 정상까지 가는 길은 편안한 오솔길이다.

이런 길을 걷는 기분은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점점 짧아져 가는 길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

 

 

 

 

 

▼ 신불 공룡능선.

여기도 상당히 가파른 형상이다. ▼

 

 

▼ 신불공룡능선에 울긋불긋 단풍이 시작되고 있다.

거친 암릉길을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

 

 

 

 

▼ 이제 신불재 방향으로 내려서야 한다.

혼자 좋다고 사진찍어가며 하도 여유를 부렸더니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다. ▼

 

 

 

 

 

 

▼ 신불재까지도 편안한 데크길이 펼쳐진다. ▼

 

 

▼ 가운데 신불재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하산해야 한다.

직진하면 영축산까지 갈 수 있지만 오늘은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내일 밤에 또 점봉산 무박산행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

 

 

 

▼ 영축산 정상으로 짐작되는 산마루를 최대한 당겨본다.

발이 못 가니 눈으로 대신 가본다.  ▼

 

 

 

 

 

▼ 영축산 방향으로 올라가고 내려가는 이들이 교차하기 직전이다. ▼

 

 

▼ 신불산 방향도 다시 올려다 보고. ▼

 

 

 

 

▼ 배내골, 신불산자연휴양림 방향으로 하산한다. ▼

 

 

 

 

 

 

 

 

▼ 길은 살짝 젖어서 미끄러운 구간도 많고 이렇게 가파른 너덜길도 나타난다.

크게 위험한 구간은 없지만 하산길에서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걷는 방법에 신경을 쓰며 진행한다. ▼

 

 

 

▼ 신불산에서 1시간 정도를 내려와서 휴양림 포장도로에 내려섰다.

막판에 가파른 너덜길에서 잠시 느꼈던 긴장이 일시에 풀어진다. ▼

 

 

▼ 신불산자연휴양림 야영장. ▼

 

 

 

 

 

▼ 우리 버스가 나타났다.

오늘은 산악회 따라다닌 이래 처음으로 버스 두 대의 일행과 함께 한 날이다.

두 대가 함께 하니 눈에는 확 띄어 좋구나. 17시까지 내려 오라고 했는데 딱 5분 전에 맞춰 왔다.

식사후 하산 시간을 안 지킨 몇몇 일행을 기다려 귀갓길에 오른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산행을 마치고 소주 한 병의 취기로 버스 안에서 잠을 청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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