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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100대명산(完)

92. 강원 인제 점봉산(1,424m) 어머니 젖가슴처럼 푸근한 육산(2013.10.5)

by 日新우일신 2013.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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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 이 름 : 점봉산 (點鳳山, 100대 명산 92번째)
2. 위 치 : 강원도 인제군, 양양군
3. 높 이 : 1,424미터
4. 산행일시 : 2013. 10. 5(토) 05:30 - 11:20 (5시간50분, 순수산행시간 5시간)
5. 산행거리 : 12Km
6. 산행코스 : 용소폭포 입구 → 십이폭포  → 십이담계곡 → 능선삼거리 → 망대암산 → 점봉산(정상) → 오색 갈림길 → 오색약수 주차장
7. 동행자 : 대성웰빙산악회 39명


- 산림청 100대명산 선정 사유 : 원시림이 울창하고 모데미풀 등이 자생하는 등 생태적 가치가 커 유네스코에서 생물권보존구역으로 지정하고,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관리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 특히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보전되어야 할 숲으로 선정. 12담 구곡으로 불리는 오색약수터 및 주전골 성국사터에 있는 보물 제497호인 양양 오색리 삼층석탑이 있음

- 100대명산이나 백두대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골칫거리인 점봉산. 어쩔 수 없이 도둑산행길의 떨떠름함을 감수하며 지나야 하는 길이다. 점봉산을 가려던 숱한 계획은 자꾸만 불편해지는 마음과 등산로 상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여러번 무산되곤 했다. 혼자 가기는 부담스럽고 산악회를 따라 가려니 기회를 찾기 어렵고..

- 몇몇 신경쓰이는 산중에서도 최고의 스트레스를 주던 점봉산을 드디어 해치우고(?) 말았다. 금요일밤 10시에 마누라와 길을 나섰다. 바로 전날 영남알프스 신불산 구간을 다녀온 뒤라 너무 무리하는건 아닌지 걱정스러웠지만 점봉산을 더이상 미루면 안될 상황이다. 게다가 내일 날씨가 그야말로 최상일 것 같으니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오래도록 후회할 것 같다.
성남 복정역 부근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40분전부터 산악회 버스를 기다린다. 복정역에는 산악회 버스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몰려든다. 10대가 넘는 산악회 버스들이 수많은 등산객들을 싣고 어디론가 떠나간다. 지금 시각에 출발하는 산악회들은 모두 무박산행일텐데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 인터넷을 통한 사전 단속을 피하기 위하여 자세한 산행 코스를 모르고 출발했기에 살짝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내가 원하던 딱 그 코스이다. 게다가 출발 시간도 내가 원하던 그대로, 일출 직전에 산행을 시작한단다.
새벽 두 시도 되기 전 설악산 부근 휴게소에 도착하니 설악산 무박 등산을 위한 전국 각지의 산악회 버스들이 그득하다. 우리는 주차된 버스 안에서 모두 잠을 청하며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점봉산을 어두운 상태에서 오르는 것은 전혀 쓸데없는 짓이니 산행리더의 결정이 썩 마음에 든다.

- 사위가 어둠에 휩싸인 새벽 5시. 주차장에 도착해서 하늘을 보니 아, 무수한 별.. 별빛이 한가득이다. 맑은 밤하늘의 우주를 바라보며 새삼 티끌같은 존재의 의미를 반추해 본다.
그러나 철학적 사변은 길게 가지 못한다. 갈 길을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오늘의 기상 조건은 최상일 것이라고 하늘의 별들이 이미 알려 주었으니 그저 단속에만 걸리지 않기를 빌며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 점봉산은 인근 토박이들에게 ‘덤붕산’으로 불리운다. '덤붕'은 경상도 방언으로 웅덩이를 뜻하기도 한다. 어느 국어학자의 해설처럼 둥글다는 의미의 '덤, 둠, 둔'과 봉우리의 '붕'이 합쳐져 덤붕산으로 불리우는 것 같다. 그리하여 점봉산 정상은 '큰덤붕', 그 아래 작은 봉우리는 '작은덤붕'으로 부른다.

- 직접 겪어본 점봉산은 무조건 출입금지로 묶어 놔야 하는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들게 한다. 국립공원답게 탐방로를 업격히 제한하여 출입을 허용한다면 자연 생태계를 크게 훼손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희귀종이 얼마나 많은지도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따지고 보면 숲의 다양함이나 깊이에 있어서도 가리왕산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야생화 보존을 목표로 한다면 곰배령부터 작은 점봉산으로 이어지는 구간만 철저하게 통제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어쩄든 규제하고, 단속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산을 사랑하는 이들의 양식을 믿고 이해를 구하여 자발적으로 협조하도록 하는 한 단계높은 산림관리정책이 아쉬운 것이다. 물론 산에서 만나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일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들이야말로 교육정책과 등산객들의 자발적인 제지를 통해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 설악산이 화려한 암벽의 탄탄한 근육질로 호방한 기상을 뽐내는 남성적 골산(骨山)에 가깝다면 점봉산은 부드럽고 유순한 산세를 지닌 여성적 육산(肉山)이라 할 것이다. 망대암산으로부터 점봉산 정상까지는 이어지는 능선을 '실크능선'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정작 점봉산 산마루 너머 작은점봉산에서 곰배령 아래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천상화원'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점봉산 일대는 그저 푸근한 어머니의 젖가슴으로 연상되는 아련한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 날씨가 도와준 오늘 산행은 이틀 전 신불산 능선길에 이어 정말 만족한 산행이었다. 워낙 이른 시간에 하산하는 바람에 점심도 느긋하게 먹는다. 송이버섯칼국수가 15,000원에 2인 이상이라고만 적혀 있길래 별 생각없이 마누라와 같이 시켜 먹었더니 1인분에 만오천원이다!! 맛은 있었지만 이렇게 비싼 칼국수는 처음 먹어본다.
어쨌든 비싸다는 송이버섯도 먹었겠다, 낮술로 소주 한 병까지 걸쳤으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12시도 되기 전 하산주를 즐기는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어느덧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 새벽 5시반. 탐방지원센터가 웬지 부담스럽게 보인다.
그러게 죄짓고는 못사는 법인가 보다. ▼

 

▼ 용소폭포를 지나 본격적인 흘림골 계곡 갈림길에 섰다. ▼

 


▼ 이 출입금지 표시를 넘기 위해 1년반이 넘게 걸렸다.
수많은 등산객들을 법 위반자로 만드는 산림 당국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아예 출입을 못하게 할거면 애초에 100대명산으로 선정을 하지 말던가.. ▼

 

 

▼ 어둡고, 미끄럽고. 그저 조심조심 진행해야 한다. ▼

 

 

▼ 역시 정규 탐방로가 아니다 보니 길 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
그래도 내 예상보다는 훨씬 양호한 수준이다.
역시 몇 번의 알바를 통해 단련됐던 내공이 이럴 때는 크게 도움이 된다. ▼

 

 

▼ 야생화를 플래시로 찍어 본건 또 처음이다.
깊은 잠에 취해있던 투구꽃이 화들짝 놀랐을 것이다. ▼

 

 

▼ 어느덧 아침햇살이 숲속을 비추기 시작했다.
충분히 밝아진 숲길에서 잡목을 헤치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간다. ▼

 

 

▼ 산행 시작후 1시간반이 채 걸리지 않아서 능선길에 도착했다.

지금부터는 완만한 능선을 타고 백두대간길을 걸으면 된다.

고생 끝, 행복 시작인 것이다. ▼ 

 

 

 

▼ 뚜렷한 등로를 따라 상큼한 아침 숲길을 걷는다.

누군가 저 산이 무슨 산이냐고 해서 뒤돌아보니, 어라? 설악산이 코앞이다.

이렇게 가까울 줄은 몰랐는데 서북능선과 대청봉이 손에 잡힐듯 하다. ▼ 

 

▼ 나무 사이로 저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망대암산인 것 같다. ▼ 

 

 

▼ 앞으로 질리도록 보게 될 설악산 서북능선. ▼ 

 

 

▼ 중청봉과 중청대피소, 대청봉까지 성급하게 줌으로 당겨본다. ▼ 

 

 

▼ 출발후 2시간 15분이 걸려 망대암산에 도착했다.

주전골에서 위조 엽전 만들던 도둑들이 망보던 산이라고 망대암산이라던가.

딴건 몰라도 망보기는 정말 좋은 위치이다. 설악산, 점봉산 일대가 모두 시야에 들어온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으려면 360도를 돌려야 하는 것이다. ▼ 

 

▼ 망대암산 정상에 서서 지나온 방향을 돌아보면 귀때기청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슴벅찬 자연의 아름다움에 일행 모두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 

 

▼ 저 산자락 너머가 내가 좋아하는 하추리 방향일 것 같다.

뻗어나간 산자락의 유려한 자태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 

 

 

▼ 흘림골 만물상도 저마다의 자태를 뽐낸다. ▼ 

 

 

 

▼ 그토록 그리던 망대암산에 올라 섰으니 파노라마 사진은 필수.

우측에 뾰족한 귀때기청봉을 중심으로 좌측 대승령, 안산까지 이어지는 설악산 서북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왼쪽 앞부분에 우뚝 솟은 산이 설악산 가리봉.

필례약수까지는 가봤지만 가리봉이라는 이름과 위치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 

 

 

 

 

 

▼ 가리봉 정상도 보이고 안산으로부터 대청봉까지 이어지는 설악산 서북능선 일대가 장엄한 그림으로 펼쳐진다.

그러고 보니 한계령을 넘어 오색리로 가는 도로 하나가 설악산과 점봉산을 둘로 갈라놓은 셈이다.

깊은 오지 계곡, 산과 산이 이어지는 심심유곡이 인간들이 닦아놓은 도로 덕분에 사분오열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계령 밑으로 터널을 뚫고 지금의 도로는 자연으로 돌려주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 

 

 

▼ 점봉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후덕한 인상의 능선길.

멀리서 보면 흡사 평전처럼 보인다. ▼ 

 

 

 

▼ 귀때기청봉을 다시한번 줌으로 당겨본다.

100대명산을 마무리하고 나면 꼭 산마루에 올라서 보리라 다짐해본다. ▼ 

 

 

▼ 설악산과 점봉산 자락이 만나는 흘림골 계곡과 오색리 방향의 풍경이 선명하다.

멀리 동해안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 

 

 

▼ 망대암산에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지만 또 길을 떠나야 한다.

누가 잡는 사람만 없다면 하루종일이라도 있고 싶은 자연 전망대를 뒤로 하고 점봉산을 향해 걷는다.

숲길에는 제법 가을색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 

 

 

▼ 이질풀이 유난히 곱다. ▼ 

 

 

▼ 점봉산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또 이런 그림이다.

아침햇살을 받아 찬연히 빛나는 대자연의 나신(裸身)은 그저 가슴을 먹먹하게 할 뿐이다. ▼ 

 

 

▼ 점봉산 정상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 구간을 지나면서 보니 온통 진달래와 철쭉이다.

봄이면 환상적인 그림이 펼쳐질 것 같다. ▼

 

 

▼ 가리봉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통제구간이 많아 역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 오늘 일행중에는 지난주에 저 곳을 다녀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 말로는 그때보다 오늘이 훨씬 좋다고는 하는데 어쨌든 나도 나중에는 꼭 가봐야 할 산이다. ▼ 

 

 

▼ 정상 직전에서 뒤돌아본 광경.
망대암산까지 펼쳐진 능선에 가을빛이 완연하다. ▼ 

 

 

 

 

 

 

 

▼ 설악산 서북능선의 시작과 끝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런 광경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다. ▼ 

 

 

 

▼ 드디어 점봉산 정상에 이르렀다. ▼ 

 

 

▼ 이 정상석에 언제쯤 서게 될지 오랫동안 고대해 왔다.

정상 인증샷 찍는 심정이 자못 비장하다. ▼ 

 

 

▼ 작은점봉산을 넘어 곰배령으로 이어지는 육산의 꿈틀거림.
참으로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길이다.

저 구간이야말로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동식물의 천국이다. ▼ 

 

 

▼ 오른쪽에 단목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길이 보인다.

잠시후 우리도 저 방향으로 하산해야 한다. ▼ 

 

 

▼ 정상에 앉아 곰배령 방향을 바라보며 밥을 먹는다.

소주도 한 잔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술맛은 별로다. ▼ 

 

 

▼ 동해안 풍경을 최대한 당겨본다.

동해 바다의 파도치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로 시계가 깨끗하다. ▼ 

 

 

▼ 대청봉도 최대한 당겨본다.

원본 사진을 보면 정상에 우글거리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다.

모두 새벽에 올라왔던 사람들일 것이다. ▼ 

 

 

▼ 정상을 떠나고 싶지 않은데 인솔자가 서두른다.

단목령 방향을 향해서 아쉬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 

 

 

▼ 아쉬움에 다시 돌아본 점봉산 정상.

냉정한 하늘이 시퍼렇게 점봉산을 뒤덮고 있다. ▼ 

 

 

▼ 하산길은 좀 가파르지만 예상보다 훨씬 뚜렷하고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단풍의 아름다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 

 

 

▼ 정상에서 40여분만에 오색 갈림길에 도착했다.

우리는 오색리 방향. ▼ 

 

 

▼ 오색리로 내려가는 길은 본격적인 내리막길이다.

편안하지만은 않은 길이지만 중간중간 나타나는 단풍과 장쾌한 조망 덕분에 힘든 줄도 모르고 내려간다. ▼ 

 

 

▼ 다시한번 대청봉.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당겨본 사진이다. ▼ 

 

 

▼ 하산길 내내 설악산 능선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 취했지만 이제는 끝이다.

이제 마지막 가파른 숲속을 내려서면 오늘의 즐거운 산행도 마쳐야 한다. ▼ 

 

 

▼ 출입금지 표지를 넘어 왔다.

산행은 사실상 끝이 났지만 지금부터는 또 숨을 죽여야 한다.

단속에 걸리면 X망신에 과태료 10만원이다. ▼ 

 

 

▼ 우여곡절 끝에 모두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본래 7시간 예정이었던 산행이 6시간도 안 걸려서 끝났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너무 수월하게 산행을 마무리하고 각자 한 잔씩 먹으러 헤어진다.▼ 

 

 

▼ 오색약수 가는 길에는 마가목이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좋은 약초라던데, 파란 하늘과 어울려 더욱 진한 붉은 색으로 빛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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