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변산 (100대 명산 72번째)
2. 위 치 : 전라북도 부안군
3. 높 이 : 508미터
4. 산행일시 : 2013. 5. 11(토) 10:15 - 15:45 (5시간30분, 순수산행시간 4시간 20분)
5. 산행거리 : 11Km
6. 산행코스 : 남여치 → 쌍선봉삼거리 → 월명암 → 자연보호헌장탑 → 선녀탕 → 직소폭포 → 재백이고개 → 관음봉 → 세봉 중간지점→ 관음봉 → 관음봉 삼거리 → 내소사 → 주차장
7. 동행자 : ㅁㅇㄹ등반클럽 23명
- 2주만의 산행이자 5월의 첫번째 산행이다.
계획대로라면 그동안 서너개 산은 더 갔어야 했다.
5월 1일 노동절 아침부터 생겨난 엉덩이 종기 덕분에 열흘을 고생했다.
앉기는 커녕 서 있기도 괴로워 사나흘은 아예 자리 보전하고 누웠으니 등산은 언감생심.
100대명산 시작 이후 만 2년간 별다른 부상이나 질병이 없던 것을 내심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막상 몸뚱아리 문제로 산을 못 가게 되니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저 산이라도 오를 수 있는 건강함에 새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 서산휴게소에서 최근 백두대간을 시작한 어느 형님의 전화를 받는다.
광양 백운산을 올라 영취산 방향으로 진행하는 모양이다.
지리산 천왕봉부터 진부령까지의 길고 긴 대간 코스를 단숨에 종주한다는 계획이 일견 무리해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여유와 도전 정신이 부럽기 그지없다.
대간 코스에서 내가 가야 할 예닐곱 개 산자락 어딘가에서 서로 만날 것을 기약한다.
- 변산이 있는 부안은 내가 태어난 곳, 명색 고향이다.
갓난 무렵 떠났으니 아무런 기억도, 연고도 없지만 차창으로 스치는 풍광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변산해수욕장과 새만금홍보관을 지나며 일말의 설레임을 갖고 산행을 시작한다.
- 사실 변산은 여러모로 나를 고민하게 했던 산이다.
변산의 정상인 의상봉은 정작 엉뚱한 곳에 있거니와 군부대가 있어 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당연히 정상석도 없고 쇠뿔바위봉을 거쳐 위험한 도둑 산행을 해야 하지만 그나마 등산로도 애매모호한 곳이다.
산림청 100대명산 정보에 높이가 509m로 적힌 것을 보면 의상봉을 올라야 마땅한데 정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관음봉, 직소폭포 구간이니 도대체 어디를 가야할지 오랜 동안 고민했던 것이다.
관음봉마저 정상석 하나 없으니 100대명산 한다는 이들에게는 자못 골칫거리인 산이라 하겠다.
- 산행은 무사히 마쳤지만 오늘은 영 재수가 없는 날이다.
일진 따위는 전혀 믿지 않는 편이지만 오늘만큼은 귀신에 씐 것처럼 일이 꼬였다.
새벽부터 타이어가 펑크나더니 막판에 쓸데없는 알바로 고생하고 난생처음 국공파에게 어이없는 과태료 딱지까지 끊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귀가길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보험 긴급출동 서비스를 미리 불러 펑크난 타이어를 고치게 했는데 주차장에 도착하니 바퀴만 떼어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급기야 돈 만원으로 때우면 될줄 알았던 멀쩡한 타이어 마저 새로 갈게 되었다.
그저 모두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불운이었던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조심조심 집으로 돌아온다.
어쨌든 오늘의 변산 산행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하루로 기억에 남게 될 모양이다.
▼ 오늘의 산행 들머리는 남여치.
박무가 있어 먼산이 뿌옇게만 보인다.▼
▼ 쌍선봉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된다.
국립공원답게 길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지만 어제 내린 비로 길이 미끄럽다.
활짝 핀 철쭉꽃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숲의 싱그런 비린내를 폐부 깊숙이 들이 마신다.
눈부신 신록의 바다에서 온몸이 정화되는 듯 하다. ▼
▼ 완만한 오르막을 지나면 기분좋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변산은 평탄한 숲속 오솔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몸과 마음을 안온하게 한다.
오늘 기온이 높은 탓인지 진땀이 줄줄 흐른다 .▼
▼ 쌍선봉 삼거리에 도착했지만 불과 100m 거리의 쌍선봉은 오를 수 없게 되어 있다.
간단하게 통제하는 이유라도 적어 놓았으면 좋으련만 잠시 망설이다 발길을 돌린다.
과태료 물린다는 협박만 적혀 있는 천쪼가리가 영 마뜩치 않다.▼
▼ 자주괴불주머니.
월명암 아래 음습한 곳에 무리지어 피어 있다.▼
▼ 월명암에 도착한다.
비로소 시원하게 조망이 열렸지만 박무가 심하여 발 아래 풍경은 흐릿하다.▼
▼ 전국 어느 산을 가더라도 명당 자리는 절집이 점령하고 있다.
그저 이곳에서 생활만 해도 저절로 도가 쌓일 것만 같다.▼
▼ 월명암 앞 모과나무가 한창 보기 좋다.
모과나무 꽃은 처음 구경했다.▼
▼ 월명암을 지나면 1km 가량 긴 오솔길이 나타난다.
5월의 청량한 숲을 만끽하며 기분좋은 발걸음을 이어간다. ▼
▼ 한참을 걸어 되돌아보니 숲 사이로 월명암이 보인다.
망원으로 최대한 당겨 보았다.▼
▼ 작은 고개를 넘으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관음봉과 세봉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직소폭포 아래 작은 호수도 보인다. ▼
▼ 망원으로 잔뜩 당겨 보니 제법 그림이 된다. ▼
▼ 조망점을 지나서자 거친 암릉길이 펼쳐 진다.
바위들이 특이하여 사량도 지리산의 그것이 연상된다.
새 등산화가 길이 안들어 헌 등산화를 신었더니 내리막에서 자꾸 미끌어진다. ▼
▼ 자연보호 헌장탑에 도착했다.
변산의 제2봉 쌍선봉을 완전히 넘어 온 것이다.
이 곳은 해발 높이가 거의 제로(0)일 것이다. ▼
▼ 이 곳 호수 전망대까지는 약간의 오르막길이 있다.
노약자들에게는 제법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
▼ 호수 옆을 따라 기분좋은 오솔길을 걷는다.
가족, 단체 관광객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
▼ 관광객들의 먹이에 길들여진 갈겨니떼가 물가에 잔뜩 몰려 있다.
우점종을 넘어 호수를 거의 독차지한 놈들인가 보다.
집안 수족관에 관상용으로 키워도 손색없는 멋진 녀석들, 참갈겨니인 것으로 보인다. ▼
▼ 선녀탕.
맑은 계곡물은 바라만 보아도 시원하다. ▼
▼ 약간의 오르막을 지나면 직소폭포 전망대가 나타난다.
직소폭포까지는 100여 미터를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야 한다. ▼
▼ 전날 내린 비로 수량이 풍부하다.
본래 직소폭포는 이런 정도 그림을 구경하기 쉽지 않다는데 나름 운이 좋았다. ▼
▼ 제대로 된 폭포 사진 한번 찍어야 하는데, 삼각대가 없다.
셔터 속도를 조절해서 손각대로 폭포 줄기를 정지시켜 본다. ▼
▼ 이런 전망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는다.
김밥 한 줄에 소주 한 잔.
신선놀음이 따로 없고녀. ▼
▼ 직소폭포 위로 올라 서면 거짓말처럼 평탄한 계곡길이 펼쳐진다.
한참을 이어지는 이 길이 너무 마음에 든다. ▼
▼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면 시원한 계곡 오솔길이 끝나고 본격적인 산행이 다시 시작된다.
너무 여유를 부리며 쉬었더니 다리가 묵직하다. ▼
▼ 재백이고개 갈림길.
이러구러 꽤 올라온 것 같은데 꼴랑 해발 160미터다.
아무리 낮은 산도 거저 먹는 산은 없다는 진리를 다시한번 깨닫는다. ▼
▼ 좌측이 관음봉.
변산의 정상을 대신하는 봉우리이다. ▼
▼ 변산의 최고봉인 의상봉을 최대한 당겨 본다.
날씨가 흐릿하여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약간의 뽀샵질을 통해 보정하였다. ▼
▼ 저 멀리 의상봉이 보인다.
이럴 때 망원렌즈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이다. ▼
▼ 관음봉 삼거리에서 잠시 고민한다.
하산 시간에 여유있게 맞추려면 오른쪽 내소사 방향으로 내려 가야 하는데..
본래 코스가 세봉까지 가는 것이었는데 내 뒤에 있던 많은 일행들이 등산을 포기하고 앞서 재백이고개에서 하산을 시작했다고 하니 그 황당함이란.. 일행과 보조를 맞춰 여유부린 것을 한탄할 여유도 없다.
그래도 최소한의 인증샷이 없으면 산행 자체가 무의미해지므로 왼쪽길로 서둘러 달리기로 한다. ▼
▼ 관음봉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하고 경사도 가파르다.
물기가 남아 있는 바위는 미끄럽고, 영 속도가 안 나서 마음은 점점 급해진다. ▼
▼ 오늘 지나온 길이을 되돌아 본다.
저멀리 쌍선봉도 눈에 들어 온다.
결국 오늘 산행은 별개의 산 두 개를 온전히 오르내리는 코스인 것이다. ▼
▼ 관음봉 정상 조망.
내소사가 보이고, 너무 늦지 않게 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
▼ 줌으로 당긴 내소사 전경.
정갈한 가람 배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
▼ 내친 김에 세봉까지 가기로 한다.
그러나 오르내림이 심하고 길도 상당히 험한 편이다. ▼
▼ 세봉 가는 길 중간지점. 저 아래로도 한참을 더 진행하였다.
아무래도 급경사 등산로에서는 속도가 나지 않는데 이정표를 다시 보니 내소사 하산길이 세봉을 지나서 있는 걸로 나온다.
세봉을 오르기 전에 삼거리가 있는 걸로 기억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마누라는 늦었다고 투덜거리기 시작하고 마음은 급한데 앞길의 상태를 모르니 심한 갈등에 빠진다.
관음봉삼거리로 되돌아 가자니 가파르고 험한 길을 다시 올라야 하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결국 확실한 길을 선택하기로 하고 되돌아 서고 말았다. ▼
▼ 관음봉삼거리를 오르는 마지막 오르막길.
1km 넘는 험한 길을 정신없이 내달렸다.
역시나 한번 지나간 길을 다시 돌아 오는 일은 몇 곱절 힘이 더 든다.
온몸이 파김치가 되어 버렸다. ▼
▼ 내소사로 향하는 하산길에서도 시원한 조망점이 나타나지만 이미 안중에는 없다.
기계적으로 셔터를 누른 후 또다시 내달린다.
아직까지 산악회를 따라간 산행에서 10분 이상 늦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망가질 모양이다. ▼
▼ 다시 관음봉의 모습을 되돌아 본다. ▼
▼ 겨우 내리막이 끝났다.
내소사 절집 구경을 하려면 저 위로 100여 미터를 가야 하지만 포기하기로 한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버스 출발시간이 늦춰져서 충분한 시간여유가 있었는데 지나치고 말았다.▼
▼ 매표소를 지났지만 버스 정류장까지는 아직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1시간 넘게 험한 경사길을 내달렸더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
▼ 대형주차장에 도착해서 한숨돌리고 쉬고 있던 중 전혀 예상치 못한 억울하고 황당한 일을 겪는다.
변산, 나아가서 부안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말았다.
오늘을 재수없는 하루로 만든 하이라이트.
어이없게도 국공파에게 10만원 짜리 과태료 딱지를 끊었다는 기록만 남기기로 한다. ▼
▼ 점심은 젓갈로 유명한 곰소에서 회를 먹는다.
소주 한 병에 주린 배를 채우고 젓갈도 작은 걸로 몇 통 샀다. ▼
▼ 식당 옆 곰소 앞바다.
서해안이 모두 그렇듯 바닷물이 탁하다.
어느덧 해는 오른쪽으로 기울고 있다.
웬지 또 오고 싶은 맘은 별로 안 드는, 변산 산행을 이제 마무리하고 버스에 오른다.
몸은 피곤한데 한숨도 못자고 말똥말똥 인천에 도착하니 밤 9시 반이 넘어 간다. ▼
'산림청100대명산(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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