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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100대명산(完)

70. 경북 포항 내연산(710m) 신록의 향연과 위험한 폭포(2013.4.24)

by 日新우일신 2013.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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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 이 름 : 내연산 (100대 명산 70번째)

2. 위 치 : 경상북도 포항시

3. 높 이 : 710미터

4. 산행일시 : 2013. 4. 24(수) 13:00 - 18:00 (5시간, 순수산행시간 4시간)

5. 산행거리 : 14Km

6. 산행코스 : 매표소 → 보경사 → 문수암 → 문수봉 → 삼지봉(정상) → 은폭포 → 관음폭포 → 보경사

 

 

- 새벽 5시에 겨우 눈을 뜬다.

전날 잠을 설쳐 2시간 밖에 못 잔 터라 영 찌뿌둥하다.

5시 반 인천 출발, 비 속을 뚫고 열심히 달렸더니 대구까지 2시간 반이 걸렸다.

경주를 거쳐 목적지인 월성원자력을 들러 미팅을 끝내고 나니 11시가 다 되었다.

업무는 끝냈으니 개인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또 구비구비 포항으로 달린다.

내연산 입구에서 점심을 먹고 나니 오후 1시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 멀고도 먼 곳 내연산.

목록에 남아 있는 산 가운데 가장 멀리 위치한 곳.

머나먼 출장을 자청하여 드디어 그 곳을 찾게 되었다.

왕복 900km를 운전하는 일이 부담은 되지만 까짓 이 정도가 대수이랴.

새벽까지 오던 비도 멈추고 날씨는 화창하다.

평일 오후의 내연산은 한가롭기 그지없지만 돌아갈 길이 먼 나그네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 내연산은 육산이다.

문수봉을 거쳐 정상인 삼지봉까지 오르는 길은 오로지 흙길.

그 흔한 전망 바위 하나 없는 오솔길의 연속이다.

높이는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해안가로부터 온전히 700m를 올라가야 하므로 경사는 제법 가파르다.

그러나 정상부 능선에서도 편안한 오솔길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기장찬 침엽수들이 솟아 있는 모습은 이채롭다.

정상까지의 등로는 밋밋할 정도로 편안하기 그지없다.

별다른 조망도 없는 내연산 등산코스는 볼거리도 거의 없는, 사실 매력이 없는 구간이다.

 

- 잔뜩 기대했던 계곡 하산길에서는 정규 등로를 못 찾아 엄청나게 헤매고 만다.

덕분에 시간은 지체되고 험한 바위길을 넘나드느라 체력이 빠져 버렸다.

화근은 삼지봉 정상에서의 코스 선택에 있었다.

특징없는 정규 등로를 따라가느니 계곡까지의 최단거리로 하산하여 여유있게 폭포 구경이나 할 요량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내연산은 유명한 십이폭포 관광객을 위한 배려에 치우쳐 등산객을 위한 경고, 위험 안내에는 매우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산악회 리본만 보고 길을 선택하면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교훈도 새삼 곱씹어 보게 되었다.

 

- 애초에 기대했던 편안한 관광 모드 하산길은 온데간데 없고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흐르는 악전고투 끝에 주차장에 다다르니 시간은 6시가 넘어서 온몸에 진이 빠져 버렸다.

혼자 가기에는 기름값 아깝다고 끌고 간 마누라 눈치도 보이고 무엇보다 400km를 운전해서 갈 일이 걱정이다.

30분간 휴식을 취하며 젖은 신발과 양말도 갈아신고 컨디션을 추슬렀다.

고속도로를 점령한 대형트럭들 사이로 바람같이 내달려 4시간만에 귀가하니 나름 보람있는 하루였다.

 

 

▼ 월성원자력 옆에 위치한 문무대왕릉 해변가.

모처럼 탁 트인 동해안 풍경이 썩 흔쾌하지만 사진 몇 장찍고 서둘러 내연산으로 가야 한다.

 

 

▼ 모처럼 관광길에 오른 어느 시골 촌부의 모습 그대로구나.

이날 백사장에 정장입은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 문무대왕릉.

이걸 보려고 먼길을 달려왔다면 실망할 만한 외연이다.

 

 

 

 

 

 

▼ 신록. 그야말로 새로운 초록이 태어나고 있다.

나에게는 그 어떤 화려한 꽃잎보다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최고의 풍경이다.

이쯤 되면 이양하의 [신록예찬]에 새삼 전적으로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에 녹엽이 싹트는 이 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 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오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 (이하 생략)

 

성급한 계절의 여왕 5월은 이미 내연산을 습격하고 있었다.

 

 

 

 

 

▼ 갈림길에서 오른쪽 급경사를 타고 오른다.

섭씨 22도. 땀 깨나 흘리게 생겼다.

 

 

▼ 신록과 푸른 하늘.

온 몸과 마음까지 정화되어 새로워지는 느낌이다.

봄비에 씻기운 어린 나뭇잎들이 찬연히 빛난다.

 

 

 

 

 

 

▼ 상생폭포가 내려다 보인다.

산행 내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시원한 조망이다.

 

 

 

 

 

 

▼ 망외의 소득이다.

활짝 핀 자생 철쭉을 만나게 되다니..

평지나 도심에서 흔히 만나는 짙은색 철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은은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이 있다.

조경에 흔히 쓰이는 강한 색의 철쭉은 일본인들이 개량하여 만든 영산홍, 즉 일본철쭉이라고 한다.

잘은 모르지만 이 철쭉이야말로 토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축령산, 덕유산, 지리산 능선길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자생 철쭉.

한복을 연상케 하는 그 고고한 기품은 웬지 싼티 작렬하는 왜색 영산홍과는 확실히 구분해줘야 할 의무감을 느끼게 한다.

그나저나 너무 이른 시기라서 잘못 본건 아닌지 잠깐 눈을 의심하였다.▼

 

 

▼ 문수암을 내려다 본다.

앞쪽에 있는 봉우리는 향로봉인가?

 

 

 

▼ 낙엽으로 다져진 길의 감촉이 너무나 포근하다.

중력의 법칙을 거슬러 위를 향하는 육신의 고달픔이 신발 밑으로 빠져 나간다.

 

 

 

 

 

 

 

 

 

 

 

 

▼ 본격적인 능선길이지만 편안한 오솔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

그러나 온통 나무에 가려 조망은 보잘 것 없다.

 

 

 

 

 

 

 

 

 

 

 

 

▼ 정상 400m 전방.

정면으로 오르면 드디어 삼지봉이다.

 

 

 

▼ 먼길을 달려 정상 인증샷 획득.

산행 시작후 쉬엄쉬엄 2시간 15분이 걸렸다.

하나 남은 캔맥주를 마저 딴다.

 

 

 

 

 

▼ 정상에 피어있는 진달래.

이 곳은 지금이 만개한 시기이다.

다음주가 지나면 비슬산 참꽃도 모두 지고 말텐데..

이 봄에 보는 마지막 참꽃이 아닐까 싶다.

 

 

 

▼ 문제의 하산길이 시작된다.

이 때까지는 잠시후의 등골 오싹한 알바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 작은 계곡을 따라 십여 차례 건너기를 반복한다.

길은 끊어지기 일쑤. 잠시만 한눈을 팔면 길이 없다.

발 한번 아차 하면 길 옆 계곡으로 떨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길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잠시후 닥칠 고난의 예고편도 못되는 것이었다.

 

 

 

 

 

 

▼ 정상부터 갑자기 거칠고 위험해진 가파른 내리막을 겨우겨우 내려와 주계곡을 만났지만,

아뿔싸! 계곡길을 건널 방법이 없다.

저 너머 보이는 계단까지만 가면 편안한 길이 나올 것 같은데 아무리 둘러봐도 길이 없다.

거짓말처럼 뚝 끊긴 등산로. 앞은 새벽비에 불어난 세찬 계곡물과 깊은 협곡이 가로막고 있다.

암흑속 등불처럼 따라온 산악회 리본은 난데없이 길도 없는 급경사 오르막을 향해 있다.

고난이 시작된 것이다.

 

 

▼ 아슬아슬 절벽길을 기다시피 오르고 내려서 만난 출렁다리.

이제 저기만 건너면 고생은 끝나는구나.

 

 

 

 

▼ 출렁다리를 건너니 아까 본 계단이 나타난다. 다른 길은 없다.

그러나 이 방향은 위로 올라가는 길인데??

어쩔 수 없이 출렁다리를 되돌아 건넌다.

그 쪽은 분명히 제대로 된 길이 없는데.. 

 

 

▼ 출렁다리에서 바라본 폭포.

복호 2폭포인가? 불분명하다.

 

 

▼ 하는 수 없이 계곡 좌측을 따라 걷는다.

이런 길은 잠시. 툭하면 길이 끊기고 그나마 험한 바위 투성이다.

 

 

 

 

▼ 저 아래가 바로 은폭포이다.

 

 

 

 

▼ 어렵게 은폭포까지 다가가 사진 몇 장을 찍어본다.

아직까지도 예상보다 훨씬 험한 하산길에 대한 불만이 있을 뿐 심각성은 못 느끼고 있다.

 

 

 

 

 

 

▼ 천신만고 끝에 다다른 깎아지른 절벽에서 망연자실한다.

이 곳은 바로 연산 폭포 위.

이 곳에서는 완벽하게 길이 없어졌다.

우측은 계곡이요, 좌측은 수직 암벽, 전방은 까마득한 낭떠러지다.

갈 곳은..? 온 길을 되돌아 가야 하나?!

저 밑에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난건지??

10여분간 그야말로 멘붕에 빠진다.

 

 

 

 

▼ 사방을 둘러보며 점점 심각해지는 찰나,

계곡 건너에서 유유자적 걸어 가고 있는 아줌마 몇 명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황당할 데가..

결국 물을 건너기로 한다.

자칫 세찬 물살에 미끄러지면 저 아래 연산폭포로 떨어져 내연산 산신령 부부가 될 판이다.

신발을 신은 채 마누라 손을 꼭 붙들고 아슬아슬 계곡을 건넌다.

(저 앞 바위로 뛰어 건널까 몇 번을 망설였지만 바로 아래 연산폭포로 쏟아지는 급물살에 결국 포기했다.)

 

 

 

▼ 신발, 양말 다 젖었다.

목숨 건진 것만도 감지덕지할 판이다.

그래도 사진은 찍어야지. 

 

 

▼ 그 유명한 관음폭포다.

구름다리 건너 연산폭포가 숨어 있다.

겸재 정선의 <내연산삼용추(內延山三龍湫)>의 현재 모습이다.

연산폭포, 관음폭포, 잠룡폭포를 한 폭에 그린 겸재의 그림이 새삼 이해될 듯 같다. 

 

 

 

 

 

▼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은 연산폭포.

구름다리 건너 연산폭포가 숨어 있다.

오른쪽 바위 꼭대기에서 왼쪽으로 건너 뛸까 몇 번을 망설였으니..

밑에서 보니 그저 까마득할 뿐이다. 

 

 

 

 

 

 

▼ 왼쪽 물이 고여 있는 너럭바위는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크게 표현되어 있다.

시간여유가 있다면 그림 속 옛사람들처럼 풍류를 즐겨 볼텐데, 지금은 마음이 급하다. 

 

 

 

 

 

 

 

▼ 상생폭포.

문수암 오르는 길에서 멀리 보였던 그 폭포다. 

 

 

 

 

 

 

 

 

 

 

▼ 하산 완료.

남쪽은 남쪽인가보다.

벌써 일본철쭉, 영산홍이 만발하였다.

안내도를 다시 보지만 어디에서 길을 잘 못 든건지 영 납득이 안된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등산은 건너뛰고 계곡길 관광이나 하련다.

사실 내연산은 계곡 빼면 별다른 등산의 묘미가 없는 산이다.

그마저 겸재 정선 덕분에 소문이 난 모양이지만..

에이, 쳇..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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