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미타산 (彌陀山, 300대명산/숨겨진우리산 272번째)
2. 위 치 : 경상남도 의령군
3. 높 이 : 662미터
4. 산행일시 : 2020. 8. 15(토) 11:50-16:40 (4시간50분, 순수산행시간 4시간 이내)
5. 산행거리 : 10.7Km
6. 산행코스 : 큰고갯재 → 천황산 → 상홍사 갈림길 → 미타산성 → 미타산 정상 → 미타산성 → 임도 → 불관사 → 대나무숲 → 유학사 주차장
7. 동행자 : 엠티산악회 41명
- 미타산에서 초주검이 되고 말았다. 겨우 살아 돌아온 셈이다.
폭우와 폭염을 넘나든 험난한 하루. 새벽 시간 인천터미널을 거쳐 신갈까지 이동하는 동안 엄청나게 퍼붓는 비를 맞으며 시작부터 배낭과 바지는 홀딱 젖어 버렸다. 버스 좌석도 만차에 가까우니 여러모로 불편하다.
예상대로 의령은 맑은 하늘이었지만 하필 폭염경보가 발령된 날이다. 습도높은 날씨에 바람도 거의 없는 땡볕을 오래 걷느라 모두 녹초가 되고 말았다.
폭염 속 산행도 꽤나 해봤지만 괴로웠던 걸로 치자면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역대급 고난의 행군이었다.
- 미타산은 산행지로서의 매력은 차치하더라도 확실히 불편한 산이다. 소위 '운석공'종주를 하는 사람들 외에는 거의 찾아오는 등산객이 없어서 숲길은 온통 잡풀과 가시덤불로 뒤덮여 있다.
산행 내내 무성한 가시덤불에 긁히며 벌레가 득실대는 수풀을 훑고 다녔더니 온몸에 수십개의 생채기가 남았다. 역시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갈만한 역대 최악의 경험이었다.
- '운석공' 종주는 처음 들었을 때 그저 주변 산들의 줄임말 정도로 생각했었다. 알고보니 말 그대로 '운석(隕石)' 충돌로 생긴 구멍, 즉 크레이터(crater)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1억년 전 운석 충돌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유일(?)의 운석 크레이터, 합천군 초계면, 적중면 분지 일대를 한 바퀴 도는 약 35km 환종주 코스를 운석공종주라 부르는 것이다.
아래처럼 위성 사진으로 보면 확실히 특이한 지형임을 알 수 있다.
- 미타산은 경상남도 의령군의 부림면 묵방리와 합천군 적중면 경계에 있는 산이다. 군의 북쪽에 위치하며 남서쪽으로 천황산(657m), 국사봉(688m)과 연결된다.
미타산은 『세종실록지리지』(의령)에 지명이 처음 등장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령)에 "신번현 북쪽 3리 지점에 있다"라고 하였으며, 동일문헌의 초계현조에는 "미타산 봉수는 남쪽으로 의령현 가막산(可莫山)에 응하고 북쪽으로 합천군 미숭산(美崇山)에 응한다."라는 기사가 있다. 『여지도서』(의령)에 "황매산에서 뻗어 나온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대동지지』(의령)에 "미타산(彌陀山)은 동북 60리, 유학사(留鶴寺)가 있다."라는 기사가 있다.
미타산은 새봄에는 진달래 군락지가 장관을 이루어 등산객의 발걸음을 즐겁게 하고 있다. 9부능선에는 약 2㎞에 이르는 토석 혼축으로 된 미타산성이 있는데, 삼국시대 축성된 것으로 보아 당시 합천 대야성과 함께 중요한 군사 요충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타산 기슭에는 지금으로부터 약 1300여년전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고찰 유학사가 있다.(의령군청 홈페이지 참조)
▼ 오늘의 들머리 큰고갯재.
온도차이로 카메라 렌즈에 습기가 차 올랐다. ▼
▼ 카메라에 온통 김이 서려서 어쩔 수 없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 ▼
▼ 얼핏 보면 길이 좋은 것 같지만 사람이 밟은 흔적은 별로 없는 기분나쁜(?) 길이다. ▼
▼ 예상과 달리 큰고갯재로부터 한참을 내려온 후 또 한참을 치고 올라야 한다.
이 구간은 운석공종주를 위한 필수 구간이기도 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운석공종주 하는 소수 매니아들 외에는 찾는 이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
▼ 시간이 꽤나 흐른 뒤에야 DSLR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가시덤불이 무성한 수풀을 자주 헤집고 지나가야 한다.
팔뚝 여러 곳이 가시에 할퀴어 따갑고 가렵다. ▼
▼ 벌레까지 우글거리는 숲속을 맨살로 부비대며 지나가는 기분은 썩 유쾌한 것은 아니다. ▼
▼ 대암산으로 이어지는 운석공 능선길. ▼
▼ 계속해서 수풀 속을 헤치고 나아간다. ▼
▼ 아예 가시덤불 터널을 지나야 하는 구간도 있다.
조심을 했지만 얼굴까지 몇 군데 할퀴고 말았다. ▼
▼ 국사봉과 이어지는 갈림길에 도착하여 잠시 한숨을 돌리고. ▼
▼ 다시 또 한참을 내려 기야 한다.
동네 야산의 그것과 같은 거친 잡목 숲에는 모기 등 벌레들이 어찌나 많은지 잠시 앉아서 쉴 수도 없다. ▼
▼ 보이는 것처럼 푹신한 잔디밭은 아니다.
뱀 나올까 두려운 불편한 풀밭이다. ▼
▼ 멀리 미타산 정상부가 보이기 시작하지만 이미 온몸은 더위로 녹아 내리고 있다. ▼
▼ 상홍사 갈림길의 계단에 주저앉아 10여분을 쉬었다.
더위에 지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바람도 거의 없으니 그야말로 푹푹 찌는 찜통속에 들어있는 기분이다. ▼
▼ 초계 적중 분지 방면은 부옇게만 보이고. ▼
▼ 상홍사 갈림길로부터 미타산 정상까지의 마지막 오름길을 힘겹게 걷는다.
오르막도 힘들지만 땡볕에 노출되는 구간이 너무 괴롭다.
꽤나 많은 이들이 이 구간에서 힘겨워 한다. ▼
▼ 돌아 본 지나온 길. ▼
▼ 작은 밭이 나타나면 미타산 정상이 가까워진 신호이다. ▼
▼ 미타산 정상 표지판을 무시하고 그냥 직진한다. ▼
▼ 미타산성을 먼저 보려는 것이다.
9부능선쯤에 해당하는 이곳까지 차로 오를 수 있으니 이 더운 날 기를 쓰고 올라온 보람이 반감되는 기분이다. ▼
▼ 미타산성 주변에는 일종의 작은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어쨌든 정상부까지 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을 오르는 행위는 무언가 억울하고 허망하다.
내 차를 끌고 왔더라면 오늘같은 코스로는 절대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
▼ 미타산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몇 걸음이 힘겹게 느껴진다.
모두들 폭염에 지쳐 몇 사람은 이 구간마저 포기하고 그냥 하산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
▼ 사진으로 자주 보았던 정상부 정자의 모습. ▼
▼ 정자에서 바라본 미타산 정상의 모습.
오늘의 오르막 구간은 모두 끝난 셈이다. ▼
▼ 미타산 정상에는 땡볕이 내리쬐고 있다.
햇빛에 노출되는 짧은 시간이 어찌나 괴롭던지... ▼
▼ 정상석 뒤쪽은 합천 일대, 운석공을 관찰할 수 있는 자연 전망대이다. ▼
▼ 저 곳이 바로 왼쪽 초계면과 오른쪽 적중면의 운석공 분지이다. ▼
▼ 초계 적중분지에서 유일하게 물이 빠져 나가는 적중교 지점을 식별할 수 있다. ▼
▼ 당겨 본 적중교 부근. ▼
▼ 산으로 둘러쌓인 운석공 일대 파노라마 전경.
1억년 전 운석이 떨어져 충돌하는 광경을 상상해 볼 수도 있다. ▼
▼ 정자로 되돌아와 요기를 하려 했지만 도대체 음식이 넘어가지를 않는다.
억지로 소주 몇 모금을 마시며 환장하고 달려드는 모기에 시달린 후 가장 빠른 코스로 하산을 시작한다. ▼
▼ 오른쪽은 아까 지나온 길, 지금은 왼쪽으로 내려간다. ▼
▼ 불관사로 내려가는 길은 널찍한 대로이다.
땡볕을 정통으로 맞으며 걷는 길이어서 조금 괴로울 뿐이다.
물이 얼마 남지 않아 끊임없이 밀려오는 갈증에 시달린다. ▼
▼ 어느덧 포장도로가 길게 이어지고. ▼
▼ 오늘 건너 뛴 시루봉을 바라본다.
저 구간까지는 또 자칫하면 알바를 할 수도 있으니 오늘같은 날씨에는 언감생심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다.
오늘 산악회 일행 역시 거의 모든 사람이 이 임도를 따라 하산하였다. ▼
▼ 지루한 포장도로는 지열로 달궈져 있어 지겹게만 느껴진다. ▼
▼ 기대했던 불관사를 통과한다.
물을 보충할 수 있을까 기대했던 장소이다. ▼
▼ 기대 적중.
실컷 물을 마시고 물병도 충분히 채우며 잠시 쉬어 간다.
문으로 닫혀 있어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이 명당을 뒤따르던 몇 사람에게도 안내한다.
이제 남은 것은 그저 계곡, 시원한 계곡물에 풍덩 빠져볼 기대 뿐이다. ▼
▼ 오늘도 절집의 은덕을 톡톡히 입었다.
이 더운 날 시원한 물이야말로 최고의 보시(布施)일 것이다. ▼
▼ 불관사를 지나 50미터 이내 좌측에 유학사 주차장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갈림길이 있다.
여기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
▼ 역시 자주 보았던 대나무숲을 지난다.
음습한 분위기가 대단한, 금방 귀신이라도 나올듯한 어두컴컴한 구간이다. ▼
▼ 흔적이 뚜렷한듯 하지만 실제는 전혀 다른 느낌의 불편한 숲길이다.
사람 지나다닌 자취가 느껴지지 않는, 오지의 숲속이다. ▼
▼ 결국 백여미터를 남겨 두고 갑자기 길의 흔적을 놓치며 악전고투의 짧은 알바를 경험한다.
무너져 내리는 급경사 너덜을 나뭇가지와 잡목에 온통 긁히면서 겨우 주차장으로 내려선 것이다.
뒤따라오던 일행 한 사람은 바지가 찢어졌을 정도로 험난한 구간이었다. ▼
▼ 주차장에 도착하여 계곡부터 내려다 봤지만... 급 좌절하고 만다.
상류에 마을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계곡물이 심하게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허기는 밀려오지만 입안이 깔깔해서 아무 것도 못먹는데다가 주차장 주변 아스팔트는 어찌나 더운지... 한껏 지치고 달아오른 몸을 식히지 못하여 후미를 기다리는 30여분 동안 그야말로 녹초가 되어 버렸다.
버스에 오른 뒤에도 오랜동안 땀이 식지 않아 애를 먹는다.
더운 날 산행이 매번 오늘과 같기만 하다면야 여름철 산행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그저 만사 작파하고 집에서 쉬는 것이 만수무강의 지름길일 것이다.
산행기를 정리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벌레물린 가려움과 온통 쓸리고 할퀸 상처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괴로워 하고 있으니... 아, 무정한 미타산이여!!~~ ▼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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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352산-숨겨진우리산(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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