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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100대명산(完)

78. 강원 정선 가리왕산(1,561m) 無爲 원시림의 짙은 향기와 이끼계곡(2013.6.15)

by 日新우일신 2013.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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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 이 름 : 가리왕산 (加里王山, 100대 명산 78번째)

2. 위 치 : 강원도 정선군(평창군)

3. 높 이 : 1,561미터

4. 산행일시 : 2013. 6. 15(토) 09:50 - 16:50 (7시간, 순수산행시간 5시간 30분 이내)

5. 산행거리 : 14Km

6. 산행코스 : 장구목이 입구 → 이끼계곡 → 임도 → 주목군락지  → 장구목이 삼거리 → 상봉(정상) → 장구목이 삼거리 → 중봉 → 오장동 임도 → 숙암분교

7. 동행자 : 한아름토요산악회 24명

 

 

- 드디어 가리왕산이다.

십몇년전 가리왕산자연휴양림을 찾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던 가리왕산.

재작년 100대명산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 산을 오르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작년 2월에는 온가족을 끌고 찾았다가 산불방지기간에 걸려 인근 백운산으로 대체 산행을 하기도 했다.

연중 출입통제기간도 길고 산악회를 따라 가려면 묘하게 틀어지기 일쑤여서 오늘에서야 찾게 되었다.

 

- 아침 컨디션은 엉망이다.

전날 삼척 워크샵에서 늦게 귀가해서 마무리 소주 한 잔까지 먹고 새벽에 잠들었더니 눈이 안떠진다.

단체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이 은근히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어서 영 정신을 못차린다.

세수를 하면서도 포기할까 몇번을 망설이다 부랴부랴 송내역으로 출발했지만, 아뿔싸...

나중에 버스 안에서 산행회비 내려고 보니, 지갑을 놓고 왔다!!

처음 따라온 산악회에 돈 한 푼없이 타고 있으니.. 우여곡절 끝에 회비는 냈지만 덕분에 잠을 설치고 말았다.

 

- 가리왕산은 왕(王)의 산이다. 삼국시대 이전의 부족국가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이곳에 피난하여 서심퇴(西深堆)에서 성을 쌓고 머물렀다고 하여 '갈왕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성까지 쌓았다면 잠시 머물렀다기보다는 꽤나 오랜 세월을 살았다는 뜻일 것이다.

천년이 넘도록 갈왕의 전설외에는 별다른 역사적 사연이 전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이곳이 얼마나 오지였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정선군에서 발간한 지명유래집에서 중봉 부근 '만주벌판'이 소개되기도 하였지만 가리왕산이야말로 호랑이에게 사람이 잡아먹힐 정도로 깊고깊은 산속 별세계였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

 

- 가리왕산은 강한 원시성의 울창한 밀림으로 이루어진 거대 육산이다.

물론 산림청에서 길을 만들어 일부 정비해 놓았고 숲속도 인공조림의 흔적은 있지만 그러한 인위마저 이미 자연에 녹아들었다.

산행 시작부터 짙은 원시림의 향기가 온몸을 감싸고 돌면 그 깊은 숲의 처녀 지경을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뭇 조심스러워진다.

길바닥은 축축하게 젖어있고 미끄럽지만 웬지 상쾌하고 청량한 기운이 온 숲에 가득하다. 이끼계곡에서 올라오는 기분좋은 냉기는 에어컨 따위와 비교할 수 없는 시원함의 극치이다. 숲이 인간으로부터, 천박한 생존을 위한 인위(人爲)로부터 차단되어 도리어 보호받으면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그 전형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 가리왕산이 역사적으로 인간세계로부터 오래 떨어져 있어 그만큼 손을 덜 탔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이 일대 향토역사를 알지는 못 하지만 전국 명산의 풍광좋은, 소위 명당 자리라면 반드시 존재하는 큰 절집이 없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명성 요란한 대찰이 들어선 산일수록 유원지 모드 관광객이 몰려 어수선하고 혼잡하기 마련.

가리왕산을 오르며 경외감마저 느끼게 되는 것은 청정 원시림의 품위를 지키고 있는 진정한 산의 모습을 깨달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 가리왕산은 남한에서 9번째 높은 산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봉우리를 기준으로 한다면 한참 뒤로 밀리게 될 것이다. 지리산 봉우리들만 해도 모두 그보다 높기 때문이다.

지리산 봉우리들을 하나로 보는 100대명산의 기준으로 본다면 8번째 높은 산. 어쨌든 높다.

출발하기 전 살짝 부담스러웠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가리왕산 오르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그저 한발한발 숲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문에 일부 훼손이 불가피한 가리왕산의 비밀스런 속살을 가슴 깊이 간직하며 즐거운 산행을 이어간다.

 

 

▼ 오늘의 들머리는 장구목이골 입구이다.

정상까지 거리에 비해 예상시간이 3시간30분으로 너무 많다.

험한 구간이 있나 했더니 나중에 깨달았지만 가리왕산의 이정표상 예상소요시간은 너무 길게 표시되어 있다.

 

 

 

 

 

▼ 하늘은 파랗고 계곡물은 시원하게 오대천으로 흘러든다.

다음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데 오늘은 최적의 산행조건이 주어졌다.

 

 

 

 

 

 

 

 

 

 

 

▼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울창한 숲이 하늘을 가린다.

가벼운 설레임과 함께 계곡을 따라 가는 오르막 숲길이 대단히 흡족하다.

 

 

 

▼ 이끼계곡을 건넌다.

여기부터 계곡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계곡의 좌측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 이곳 숲속 나무들은 아직까지 신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울창한 숲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싱그럽고 상큼한 숲의 비린내가 사방에 가득찼다.

 

 

 

 

 

▼ 전국의 사진동호인들의 출사 장소로 각광받는 이끼계곡의 물줄기.

삼각대를 가져오려 했지만 아침에 정신도 없고 베낭이 작아 그냥 왔더니 후회막급이다.

직접 보는 이끼계곡의 풍경은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다.

조리개를 닫고 셔터속도 조절만 잘 해도 근사한 그림을 얻을 수 있을텐데..

손각대로 최대한 버텨 보았는데 앗, 생각보다 잘 나왔다.

크게 흔들리지 않고 나름 물줄기를 붙들어두는데 성공했다.  

 

 

 

 

 

 

 

 

 

 

 

▼ 보통 계곡에 이끼가 꼈다면 지저분하거나 음습한 분위기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곳의 파란 이끼들은 청정함 그 자체다. 표현할 수 없는 숲의 경이로움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 이런 숲길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제주도 거믄오름, 방태산, 명지산도 떠오르고 청태산자연휴양림 뒷산도 떠오른다.

그러나 그 어떤 곳보다 이끼계곡을 따라 오르는 이 곳이 청량하고도 평온한 기운이 강하게 넘쳐 흐른다.

바람 한 점없이 땀은 뻘뻘 나지만 묘하게 시원한 느낌이 온몸을 감싼다.

 

 

 

 

 

 

 

 

 

 

 

 

 

 

 

 

 

▼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벌목된 통나무들이 우아하게 분해되고 있다.

저 푸른 이끼들이야말로 이 숲속의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겠는가.

심지어 온산의 바위들을 모조리 먹어치워 버렸으니. 

 

 

 

 

 

▼ 임도에 도착해서 좌우도 둘러보며 잠시 휴식한다.

여기부터 1.2km가 1시간30분이 걸린다고 표시되어 있지만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 임도를 지나고부터는 경사가 더욱 가파르다.

젖은 바닥은 크고 작은 바윗돌로 깔려 있어 아차하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 바위 위에 힘겹게 뿌리내린 소나무는 많이 보았지만..

바위 하나에 낙엽과 이끼가 쌓이더니 결국 숱한 식물들이 바위를 완전히 먹어 치워 버렸다!!.

 

 

 

 

 

 

 

 

 

 

 

 

 

 

 

 

 

▼ 정상이 가까워 올수록 기장찬 주목들이 그 위용을 뽐낸다.

그러나 그 거구마저 평범한 숲의 일원으로 보일 정도로 우거진 수풀의 위세가 대단하다. 

 

 

 

 

 

 

 

 

 

 

 

▼ 장구목이 삼거리 도착.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 쥐오줌풀 꽃에 붙어있는 것은 나방인가?

야생화 이름 하나씩 배워 가는 중인데 이제는 곤충까지 배워야 하는 것인가.

그나저나 이 녀석은 정상 능선에서 자주 발견되는 놈인 모양이다. 

 

 

 

 

 

▼ 정상 부근에 오르니 철쭉의 흔적이 남아있다.

역시 높은 곳에 올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 자연휴양림 방면 산세가 한눈에 들어 온다.

박무가 심하게 끼어 사방이 흐릿하다.

산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하늘이 맑았었는데..

정상까지는 2시간 반이 채 걸리지 않았다.  

 

 

 

 

 

 

 

 

 

 

 

 

 

 

 

 

 

 

 

 

 

 

 

 

 

 

 

 

 

 

 

▼ 오른쪽이 우리가 올라온 방향.

날씨만 좋았다면 장쾌한 조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일행들이 올라올 때까지 40여분을 기다리며 살짝 언 캔맥주 두 개를 해치운다. 

 

 

 

 

 

 

 

 

 

▼ 어디서 많이 본 꽃인데 이름을 모르겠다.

해발 1,500 고지 정상에 당당히 제 자리를 확보한 녀석이다. 

 

 

 

 

 

 

 

 

 

 

 

▼ 삼거리로 되돌아 왔다.

왼쪽은 올라온 길. 중봉을 향하여 직진하여야 한다. 

 

 

 

 

 

 

 

▼ 해당화가 맞는 것 같은데?

높은 산 위에서 만나니 긴가민가 하게 된다.  

 

 

 

▼ 중봉 가는 능선길에 역시 철쭉꽃의 흔적이 남아있다.

열흘 전쯤 왔다면 철쭉 무리를 제대로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 중봉과 하봉의 모습인지?

숲에 가려 정확히는 모르겠다.  

 

 

 

▼ 산행 내내 길가에 무리지어 늘어서 있는 박새꽃.

결국 한 컷 찍고야 말았다.  

 

 

 

▼ 산목련과 박새꽃이 능선에 가득하다.

조망은 거의 없는 능선길이지만 전혀 지루한 줄 모르고 걷는다. 

 

 

 

 

 

 

 

▼ 먹을 것이 없다보니 일행들을 따라붙어 음식을 얻어 먹는다.

역시 산상에서는 라면에 소주 한 잔이 최고다.  

 

 

 

 

 

 

 

 

 

 

 

 

▼ 중봉 도착. 앞으로 계속 가면 하봉으로 가는 길이다.

오늘 우리 하산길은 좌측 방향이다.

바로 이 두 갈래 길과 하봉에서 내려가는 길이 스키장 공사로 훼손될 구간이다.

내려가는 길에 보았지만 그 울울창창한 삼림을 모두 없애야 한다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 숙암리 가는 길에 펜스를 만나면 무조건 오른쪽으로 꺾는다. 

 

 

 

▼ 자작나무 숲이 길게 이어진다.

희디흰 자작나무의 몸통이 숲에 청량한 기운을 보탠다.

 

 

 

 

 

▼ 하산길에 첫번째 임도는 그냥 가로 질러야 한다.

악명높은 가리왕산 임도를 자칫 잘못 따라가면 영영 산신령이 될 수도 있다는 전설(?)이 있다.

 

 

 

 

 

 

 

 

 

 

 

 

 

 

 

 

 

▼ 하산길은 길고 조금은 지루하다.

이 구간은 계속해서 수풀이 얼굴과 팔을 스친다.

짜증이 날만도 한데 너그럽게 이해하고 있는 내 자신이 스스로 신기하다. 

 

 

 

 

 

 

 

 

 

 

 

 

 

 

 

▼ 두번째 임도를 만나면 무조건 오른쪽으로 꺾는다. 

 

 

 

 

 

 

 

 

 

 

 

▼ 이 길에서는 이정표를 따라 가도 되고 임도를 따라 계속 내려가도 된다.

우리 일행들은 계곡을 들른다고 임도를 따라 돌아 가기로 한다.

그러나 목적이 계곡물이라면 임도를 따라가서는 안된다.

주민 취수시설로 보호하기 위해 계곡에 철망이 쳐져 있기 때문이다.  

 

 

 

 

 

 

 

 

 

 

 

 

 

▼ 스키장 건설을 위한 팻말이 설치되어 있다.

우리가 걸어온 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조만간 영영 사라져 버릴 것이다. 

 

 

 

 

 

 

 

 

 

 

 

 

 

 

 

 

 

▼ 드디어 오대천변 도로에 내려 왔다.

그러나 버스가 숙암분교 앞에 세워져 있어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 스키경기장 건설 계획이 보인다. 

 

 

 

▼ 숙암분교 앞에 설치된 등산안내도.

오늘은 회비도 적게 받더니 아예 뒷풀이를 하지 않는단다.

한 잔 먹고 버스에서 자야 하는데.. 이런건 내 체질이 아니라니까.

덕분에 인천까지는 9시가 되기 전까지 비교적 빠른 시간에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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