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응봉산 (鷹峯山, 100대 명산 79번째)
2. 위 치 : 경상북도 울진군
3. 높 이 : 999미터
4. 산행일시 : 2013. 6. 22(토) 11:20 - 17:40 (6시간20분, 순수산행시간 4시간 20분 이내)
5. 산행거리 : 12Km
6. 산행코스 : 등산로 입구 → 제1헬기장 → 제2헬기장 → 옛재능선 → 응봉산 정상 → 은정골 → 원탕 → 효자샘 → 용소폭포 → 덕구온천
7. 동행자 : ㄴㄹㅂ산악회 17명
- 근래 2주 동안 세번째로 삼척을 지난다.
평생 두세번 밖에 안 와본 동네가 갑자기 익숙하게 느껴진다.
오늘 가는 울진까지는 아마도 생전 처음 가는 것 같은데 참 멀기는 멀다.
인천에서 350km면 금방 갈 법도 한데 문막지나서 사고가 났는지 길이 꽉 막혀 장장 5시간이 걸렸다.
- 무엇보다 날씨가 좋지 않다.
대관령 지날 무렵에는 운무가 자욱하여 10m 전방도 안 보일 정도.
그저 비나 오지 않기만을 빌며 산행 들머리에 도착했다.
- 응봉산 정상석 뒤를 보면 울진에 사는 어느 조(趙)씨가 사냥중 놓친 매를 이곳에서 찾아 응봉(鷹峯)이라 하였다고 한다.
앞뒤 맥락이 없는 이야기지만 그냥 전설이라 하니 그런가보다 할 밖에.
본래 이름은 매봉산이었으나 일제 식민지 시절 한자이름의 응봉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일제에 의하여 본래 이름을 빼앗긴 전국의 많은 산들이 아직까지도 그대로 불리우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저나 전국에 응봉산, 매봉산 등의 이름을 가진 산들이 많은 것을 보면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매사냥을 즐겼는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수천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가진 매사냥 기록은 세계 곳곳에 남아 있지만 우리야말로 고려 응방, 해동청 등의 역사 속에서 화려한 전통을 이어 왔던 것이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매사냥의 전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새삼 노력해야겠다.
- 응봉산은 익히 알고 있던 덕구온천과 덕풍계곡외에도 몰랐던 명물이 있었다.
금강송(金剛松). 소나무의 제왕이라는 금강송이 응봉산의 모든 구간에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다.
오로지 푸른 창공을 향해서만 온몸을 뻗어 올리는 금강송의 고고한 자태가 응봉산을 지키고 있다.
붉은 빛의 건강한 금강송이 지키는 응봉산의 숲길은 짙은 운무 속에서도 그저 향기로울 뿐이다.
- 운무가 심하더니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앞이 안보일 정도로 심해진다.
거의 안개비 수준으로 습도가 높아 비구름 속을 걷는 듯 온몸이 젖어 버렸다.
바람도 전혀 없어 덥다. 너무 덥다. 땀인지 비인지 온몸, 배낭에 카메라까지 젖어 버렸다.
몸에 둘렀던 수건을 짜면 굵은 물줄기가 쏟아진다.
응봉산 능선길은 조망이 전혀 없는 걸로 알았지만 나무숲 사이로 좌우 조망은 충분히 열려있다.
물론 오늘은 그 상세한 그림을 알 수가 없다.
- 덕구계곡에 세계적으로 이름난 13개 교량을 모방하여 설치한 다리들은 유치한 느낌이 있었지만 막상 접해보니 계곡길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었다. 실용성에 더불어 약간의 풍류를 더한 시도는 나름 신선한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응봉산은 같은 동해안의 포항 내연산과 더불어 계곡물이 검기로도 유명하다. 선운산 계곡처럼 탄닌 성분 때문에 그렇다는데 시각적으로 호감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몸으로 느껴 보니 여느 맑고 청량한 계곡물과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두타산 계곡이 연상될 정도로 암반 바위자리가 많은 덕구계곡은 여름철 최고의 물놀이 장소로 추천할만한 곳이다.
물론 겨울 물놀이(?) 장소로도 추천할만 하다. 온천수가 쏟아지는 덕구온천 원탕이 있기 때문이다.
▼ 모든 자료에서 응봉산의 높이를 구태여 998.5m로 표기한다.
반올림하여 999m, 하면 외우기도 좋을텐데 남들 안하는 소숫점 자리까지 안내하는 울진군의 세심함에 경의를 표한다. ▼
▼ 좌우로 듬성듬성 도열한 금강송 사이로 완만한 등로가 오랫동안 이어진다. ▼
▼ 좌우를 둘러보면 나뭇잎 사이로 조망도 열린다. ▼
▼ 촉촉하게 젖은 금강송 숲길은 솔향기와 함께 신선한 내음이 가득하다.
평탄한 수준의 솔숲길을 걸으며 온몸의 묵은 찌꺼기를 닦아낸다. ▼
▼ 울진 금강송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려 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여기저기 산을 다니다보니 촌놈이 공부는 많이 한다. ▼
▼ 약간의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작은 암봉에 오르니 운무가 더욱 심해졌다.
녹지 않은 맥주캔을 따서 마시고 있으려니 온몸이 젖어들 정도로 안개비가 흩날린다.
날씨가 좋았다면 훌륭한 조망점이 되었을텐데..
정상까지의 전형적인 육산 구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암봉 전망대이다. ▼
▼ 운무가 점점 심해진다. 낮게 깔린 비구름 속을 걷고 있는 모양이다.
그 와중에도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기장차게 가지를 뻗은 금강송의 자태가 자못 환상적이다. ▼
▼ 제2헬기장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마누라가 싸준 도시락을 빼앗긴 후.. 이런 그림이 되었다.
한편에서는 비빔국수까지 싸와서 비벼 준다.
그러나, 그러면 뭐하냐구?! 나말고는 소주 가져온 사람이 없어 피같은 소주를 나눠 먹는다. ▼
▼ 제2헬기장을 지나고 나면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축축한 물기는 참을 수 있지만 바람 한 점이 없는 숲길은 너무 덥다.
얼굴과 목에 두른 수건 두 개가 땀으로 흥건해졌다. ▼
▼ 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999m로 합시다.
정 0.5m가 걸리면 흙 조금만 퍼다가 올리시든가.ㅎ ▼
▼ 정상 바로 아래 제3헬기장이다.
왼쪽에서 올라와서 오른쪽 정면 방향으로 하산한다.
그 유명한 덕풍계곡을 가기 위해서는 정상석 뒤쪽으로 계속 진행해야 한다. ▼
▼ 하산길 초입은 가파르다.
여전히 운무가 자욱하다. ▼
▼ 가파른 하산길에서는 본격적인 금강송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
▼ 정상부를 벗어나자 자욱했던 운무가 사라지고 붉은 빛 금강송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솔향기는 여전히 싱그럽다. ▼
▼ 기분좋은 금강송 숲길을 지나자 드디어 계곡길로 내려섰다. ▼
▼ 처음으로 만난 다리는 영국의 포스교를 본땄다는 목교이다. ▼
▼ 계곡을 따라 길게 걸어간다.
몇몇 구간은 방심하면 계곡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절벽 구간이다. ▼
▼ 덕구온천이 시작되는 원탕.
발을 담그니 피로가 확 풀리는듯 하다.
온천의 효능 따위를 전혀 알지 못하는 내가 느꼈으니 이건 진짜다. ▼
▼ 원탕으로부터 솟구친 온천수는 하산길 송수관을 따라 5km 넘게 내려 간다. ▼
▼ 이곳저곳 연리지를 보았지만 이건 좀 옹색하다.
뭐 연리지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지만.. 두 나무의 간격이 너무 좁아 썩 폼이 안나는 것은 사실이다. ▼
▼ 역시 우리나라 다리 모형이 최고다.
멀리서 보아도 눈에 확 띄는 무언가가 있다. ▼
▼ 몇몇 일행들은 신나게 알탕을 하는데, 잠깐 망설이다 발만 담그기로 한다.
섭씨 20몇도 날씨에 벌써 알탕에 맛들이면 안된다. ▼
▼ 우리 일행이 알탕을 즐긴 장소 전경.
시커먼 물이 깊어 보이지만 아래쪽 바위까지는 어른 허리 정도의 깊이이다. ▼
▼ 온천수 송수관은 계속해서 따라 온다.
'머리조심' 문구는 혹시.. 송수관이 훼손될까 걱정해서 붙여 놓은건 아니겠지?..▼
▼ 크네이교 위에서 내려다본 용소폭포.
밑에서 보는 폭포보다 위에서 보는 폭포가 훨씬 멋있다!!
두타산 용추폭포에서 가려진 상폭포 때문에 답답했던 기억이 확 되살아난다.
물줄기를 따라 부드러운 곡선으로 용틀임하는 바위들의 변화가 가히 절경이다. ▼
▼ 물색만 검은 것이 아니라 수심도 상당히 깊어 보인다.
구명환 하나 비치되어 있지 않은 것을 보면 빠져죽을 정도로 깊지는 않다는건가..? ▼
▼ 선녀탕.
여름철 물놀이하기 좋은 바위들이 즐비하다.
두타산 못지 않은 최고의 계곡 피서지임은 확실하다. ▼
▼ 계곡물 바닥에 선명하게 드러난 검은줄 암반이 신비롭다.
역시 동해안 인근인 두타산에서는 용오름으로 표현했던 것 같은데, 결국 지질학 공부도 해야 할 모양이다. ▼
▼ 마지막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의 모방이다.
정교하지 않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응봉산의 13개 세계유명교량은 꼭 필요한 위치에 알맞은 크기로 설치된 최고의, 진짜 다리들이다. ▼
▼ 계곡 입구를 벗어나 마을로 들어선 민가 식당에서 뒷풀이를 한다.
키우던 토종닭을 갓 잡아 만든 닭도리탕이 입에 짝짝 붙는다.
닭요리를 거의 즐기지 않는 내가 맛있었다고 하면 진짜다!!
춘천 용화산 산행후 찾았던 청평사 입구의 허접한 닭도리탕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때 함께 했던 8명 일행들에게 이런걸 맛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건데..
산나물 무침들도 아주 맛있다. 소주 한병을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늦은 귀가길에 오른다.
어느덧 18시40분.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있다.▼
'산림청100대명산(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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