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개인산 (開仁山, 200대명산 191번째)
2. 위 치 : 강원도 인제군3. 높 이 : 1,341미터
4. 산행일시 : 2019. 5. 25(토) 09:00-16:50 (7시간50분, 순수산행시간 6시간 이내)
5. 산행거리 : 10Km
6. 산행코스 : 개인약수 주차장 → 개인사 → (알바!!) → 침석봉 → 개인산 정상 → 침석봉 → 개인약수 주차장(원점회귀)
7. 동행자 : 마누라
- 오대산을 지나 설악산으로 달리던 백두대간이 갈전곡봉에 이르러 서쪽으로 가지를 뻗은 산이 개인산이다. 개인산은 개인, 삼봉, 방동약수로 유명하며 이 약수 섞인 물은 개인산의 북면을 흐르는 방대천과 서남면을 돌아가 방대천을 합하는 20킬로미터의 내린천으로 흘러들어 차례로 소양강, 북한강, 한강이 된다. 계곡은 수려하나 보이지 않고 산날은 치솟았지만 바위를 드러내지 않는다. 공기 좋고 물이 맑아 전염병이 들지 않고 먹거리가 많다. 입구는 좁고 안은 너른 형세다.
이런 곳은 여덟 군데 살둔, 달둔, 월둔, 아침가리, 명지가리, 적가리, 곁가리, 연가리의 ‘삼둔오갈’을 두었는데 물, 불, 바람 즉 흉년, 전염병,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았던 불행한 시대에 개인산은 많은 민추들을 보듬어 주었음을 역사는 전한다. 그리하여 개인산은 지리산과 금강산처럼 장엄하거나 빼어나진 않지만 그 어느 것보다 한국적인 산이다.(산림청 자료 참조)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보면 "개인약수는 개인산의 산사면에 있는 약수라는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개인산은 강원도 인제군과 홍천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이 산에서 나오는 약수가 어진 마음을 열어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한다는 데에서 개인(開仁)이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으로 전해온다." 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개인산이야말로 등산객들의 "어진 마음을 열어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산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개인산을 다녀 온 지금의 나는 어진 마음이 열리지는 않았다.
- 드디어 개인산이다. 200대명산 목록을 처음 정리하던 2013년부터 도대체 부담스러웠던 곳. 산행 코스도 모두 빡센데다가 산악회가 거의 찾지 않는 오지이니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홀로 차를 끌고 가기에는 너무 무서웠다(?). 길없는 원시림에서 몇 번 호되게 당한 뒤로는 혼자 나서기가 부담스러웠던 곳이다. 200대명산을 마무리할 시점에서 더이상 미뤄 둘 수 없게 된 그 곳, 방태산을 마누라와 함께 가기로 했다.
- 여름의 무성한 숲속의 두려움을 익히 아는 까닭에 아직 신록이 남아 있는 이 때를 놓치면 안된다...고 다부지게 결심도 했고 산행코스에 대한 도상훈련 및 이미지 트레이닝도 무수히 했건만..
새벽 5시 알람에 겨우 눈을 떴지만 영 일어 나기가 싫다. 에라 모르겠다, 다시 잠이 들었는데 마누라가 깨운다!! 몇 주 전부터 사정반 협박반 꼬시기는 했지만 보통이라면 내가 안 일어나니 얼씨구나 모른 척 했을 것이다.(내가 하도 징징거렸더니 아마 귀찮아서라도 이번에 해치우고 싶었던 모양이다.ㅜㅜ)
그렇다. 사실 개인산은 순전히 마누라 때문에 다녀 오게 된 것이다. 나는 정말 가기 싫었던 곳을 억지로(?) 다녀 온 것이다.
-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개인산장 주차장에 도착한 것이 8시 50분경. 의외로 주차된 차들이 많다. 오늘은 잘 하면 거미줄 얼굴 마사지를 건너 뛸 수도 있겠다는 기대과 함께 9시 정각 산행을 시작하였다.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숱하게 살피며 애매한 들머리도 손쉽게 찾아서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여겼던 것도 잠시, 기가 막힌 알바가 시작되었다. 1시간이 넘도록 인적없는 경사면의 숲속을 헤매다 보니 완전히 멘붕에 빠지고 만다. 집사람의 원망은 하늘을 찌르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높고 큰 산을 무작정 치고 오르는 것은 너무 무리다. 솔직히 무섭다.
- 본격적으로 미답지 산행을 시작한 2011년 이후 300여개의 산을 400여회 다녔지만 정상 인증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첫째는 부상 등 사고가 없었음이 감사할 일이고, 둘째는 사전 예습의 효과를 톡톡히 본 탓이다. 물론 나의 강렬한 의지(?)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게 쌓아 온 정상 등극 불패신화를 드디어 끝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말았으니...
오르락내리락 1시간반을 헤맨 끝에 결국 산행 포기를 결정하였다. 머나먼 새벽길을 달려 온 끝에 허망한 하산길로 되돌아 온 우리 부부의 발걸음은 차마 허탈한 것이었다.
▼ 개인약수 주차장은 거의 30여대가 들어 갈 수 있다.
이른 시간에 불구하고 20대 가까운 자동차가 들어차 있다. ▼
▼ 사진으로 익숙한 미산너와집을 지나고. ▼
▼ 왼쪽이 개인약수 가는 길. 우리는 직진한다. ▼
▼ 역시 익숙한, 저 빨간 다리를 건너면 바로 개인사이다. ▼
▼ 다리를 건너 좌측 계곡길로 잠시 오르면서, ▼
▼ 2,30m를 채 지나기 전에 우측 침석봉으로 오르는 들머리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이 이들이 이 곳을 지나쳐 가볍게 알바를 하게 되는 중요 포인트를 나는 너무 쉽게 찾아 내었다. ▼
▼ 역시 익숙한 그림, 안내 표지가 나타나니 마음이 느긋해지기 시작했다. ▼
▼ 표지를 지나면 들었던 그대로 뚜렷한 등로의 흔적이 이어진다. ▼
▼ 길은 점점 더 넓고 확실하게 나타난다.
(사실 여기가 매우 중요한 지점이었지만 이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
▼ 뚜렷한 등로를 따라 작은 개울을 지나면서부터 길의 흔적이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낙엽쌓인 경사면에서 완전히 길이 사라져 버렸다. ▼
▼ 아무래도 이상하여 다시 되돌아 가 보기도 하고. ▼
▼ 작은 개울까지 돌아갔다가 다시 무작정 치고 올라가 보기도 하지만.. ▼
▼ 사람 다닌 흔적이 설핏 보이는가 해서 치고 올라보면 또 사라져 버리기 일쑤다. ▼
▼ 일대를 샅샅이 헤집고 다녀봐도 길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벌레는 웽웽거리고, 발밑은 온통 불편한데 마누라의 날선 레퍼터리까지 이어지니 어찌할 바를 모른다. ▼
▼ 1시간 반이 넘도록 헤매고 다녔더니 체력도 떨어지는 느낌이다.
본래 지도에는 없는 길이라 GPS를 확인해도 도움은 안되지만, 살펴 보니 정상까지는 까마득한 거리가 남은 것이 확실하다.
여기가 해발 900m 언저리이니 고도를 500m 가까이 올려야 하는데... 무작정 치고 오르는 것은 만용일 뿐이다.
오늘은 깨끗이 단념하고 하산하기로 한다. ▼
▼ 혹시나 하여 내려오면서 오른쪽을 샅샅이 살폈지만 갈림길은 찾을 수가 없고.
분명히 침석봉 오르는 등로가 확실하다고 했는데.. 여기에서 알바했다는 기록은 본 적이 없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만 어쩌겠는가.
침통한 마음으로 하염없이 땅바닥을 보며 걷던 내 뒷통수로 "앗" 하는 집사람의 탄성이 들려온다.
또 무슨 일인가 싶어 짜증섞인 눈으로 돌아 본 순간!!!!!!!!!!
아내가 가리키는 손끝 방향으로 거짓말처럼 리본 두 개가 달려 있다. ▼
▼ 잘 정비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 뚜렷한 등로의 흔적이다.
어이없는 지점에서, 마지막 순간에 침석봉 오르는 길을 찾아 낸 것이다. ▼
▼ 횡재한 기분으로 가파른 오르막을 10여분 정신없이 올랐더니 맥이 탁 풀린다.
잠시 자리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나눠 마시며 마음을 추스려 본다.
이제서야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 것인데 알바의 여파로 체력이 많이 소진되어 버렸다. ▼
▼ 길은 가파르고 험하지만 확신에 찬 발걸음이니 여간 감격스러운 것이 아니다. ▼
▼ 숲에 거의 가려져 있지만 방태산의 주능선도 확인할 수 있다.
8년 전 마누라와 딸을 모시고 함께 걸었던 그 길이다. ▼
▼ 침석봉이 가까워지며 기가 막힌 산상화원의 모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이름모를 산야초가 지천이니 때늦은 신록의 숲속에서 보물창고를 만난 기분이다. ▼
▼ 트랭글이 울리고 드디어 침석봉, 능선길에 올라 섰다. ▼
▼ 길은 더욱 뚜렷해졌다.
나물이나 약초가 목적인 듯한 몇몇 사람들도 만나게 되어 우리가 올랐던 길을 알려 주었다. ▼
▼ 누군가 침석봉이라고 걸어 놨지만 지도상에는 개방산으로 표시된 지점이다. ▼
▼ 침석봉에서 개방산, 개인산 정상까지의 능선길을 누군가는 평지같다고 표현했지만 그대로 믿으면 곤란하다. 몇번의 업다운과 바윗길도 있어서 마냥 편안한 구간은 아니다. ▼
▼ 숲에 가려 아무런 조망은 없지만 나뭇잎 사이로 개인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1.7km라더니 생각보다 길게 느껴진다. ▼
▼ 정상 직전에서 활짝 핀 철쭉 한 무더기를 발견하곤 자리를 펴고 앉았다.
샌드위치 한 조각에 소주도 한 잔 걸치며 거늑한 기분을 만끽한다. ▼
▼ 으아~~ 드디어 해치웠고나. 산행 시작후 장장 5시간이 넘게 흘렀다.
오랜 기간 고민하며 오늘까지도 우여곡절을 겪었으니 참으로 감격스러운 정상인증샷이다. ▼
▼ 정상에 있는 나무도 새삼스럽게 찍어 보고, ▼
▼ 구룡덕봉 방향 능선길도 찍어 본다.
이 길로 200미터 남짓 가면 좌측으로 하산길이 있지만 나는 가지 않을 것이다.
지도에 뚜렷이 표시된 등산로치고는 꽤나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길없는 급경사 내리막 이후 계곡을 여러번 넘나들며 엄청 고생했다는 후기가 많아서 아예 처음부터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참이었다.(특히 여름에는 절대 비추!!!)
등산 궤적으로 따지자면 영 모양은 빠지지만 여하튼 오늘은 폼잡을 때가 아니다. ▼
▼ 본격적인 하산에 앞서 개인산 정상을 되돌아 본다.
가운데 바위 옆에 정상 표지가 보일 것이다. ▼
▼하산길에 되돌아 본 개인산 정상부. ▼
▼ 침석봉 표지(개방산)를 지나고. ▼
▼ 바람처럼 침석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사실 바람...까지는 아니고 얼렁뚱땅 40분 넘게 걸렸다.
알바를 안했더라도 개인산 정상까지는 3시간 정도, 이렇게 되돌아 가더라도 전체 6시간은 잡아야 할 것이다.
알바만 아니었다면 구룡덕봉-주억봉을 거쳐 개인약수로 내려서는 한 바퀴 코스로 잡아도 총 8시간이면 족할 것 같다. ▼
▼ 등산로 잃어 버릴 걱정이 없으니 어찌나 발걸음이 가벼운지. ▼
▼ 그러고 보니 방태산 한번 시원하게 보지를 못했네??
구룡덕봉 부근으로는 지난주까지 털진달래가 만개했던 모양인데..
아유, 그래. 오늘 이정도면 됐지 뭐.. ▼
▼ 하산길은 생각보다 훨씬 지루하고 길게 느껴진다. ▼
▼ 다시 문제의 지점, 큰 길(?)로 내려섰다.
미산너와집 리본이 걸려 있는 이 곳에서 좌측으로 올라서야 한다.
생각해 보면 저 앞에 길을 가로지른 나무는 가면 안된다는 표시였던 셈이다.
꼴랑 몇 만원이면 세울 수 있는 표지 하나가 절실한 선택의 기로이다.
사전정보 없이 여기에 온다면 반드시 나처럼 그냥 지나칠 것이라는데에 전재산 500원을 건다. ▼
▼ 계곡길로 내려서는 마지막 구간에서도 잠깐 헤맨다.
왔던 길이지만 워낙 등로의 흔적이 희미한 탓이다. ▼
▼ 개인사 앞, 철다리 밑 계곡물에서 시원하게 세수를 한다.
열목어가 산다는 계곡인데 올챙이가 득실거린다. 설마 도룡뇽 정도는 되는 놈들이겠지?. ▼
▼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주차장에 도착했다.
귀갓길에서 작은 기적(?)을 경험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서울-양양고속도로를 기가 막히게 달린 것이다. 토요일 늦은 오후에 자전거대회로 막히는 산길까지 포함한 200여km를 큰 정체 한번 없이 2시간40분만에 주파한다는 것은 평소라면 절대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그나저나 이번 개인산은 순전히 마누라 덕분에 오를 수 있었다. 정말이다. 게으름병으로 다시 잠든 나를 깨워 준데다 유례없는 산행 포기의 순간에도 끝내 지나칠 뻔한 산행 들머리를 찾아 주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앞으로 마누라에게 더욱더 효도(...)할 것을 오늘도 굳세게 다짐해 보는 것이다. ▼
'산림청200대명산(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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