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운무산 (雲霧山, 200대명산 190번째)
2. 위 치 : 강원도 횡성군, 홍천군
3. 높 이 : 980미터
4. 산행일시 : 2019. 5. 11(토) 09:20-12:50 (3시간30분, 순수산행시간 3시간 이내)
5. 산행거리 : 4.8Km
6. 산행코스 : 운무산장 등산로 입구 → 원넘이재 → 송암 → 운무산 정상 → 송암 → 원넘이재 → 등산로 입구(원점회귀)
7. 동행자 : 마누라
- 200대명산을 시작한 이래 왠지 떨떠름한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운무산이 그 중 하나이니 늘 찜찜했던 곳이다. 산악회를 따라가야 편하게 한 바퀴 돌텐데 5년 넘도록 운무산 공지는 단 한 번도 보질 못하였다. 차 끌고 가자니 코스도 부담스럽고 운무산장의 개떼들마저 신경쓰였던 것이다.
가뜩이나 사람 발길이 뜸한 곳을 수풀이 무성해진 후에 찾는 것은 아무래도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리하여 신록의 계절을 방패삼아 굳은 결심으로 새벽길을 나선다. 새벽 4시에 눈을 떠서 뒤척이다가 잠든 아내를 깨워 6시 조금 늦은 시각 장도에 오른 것이다.
- 운무산은 예상보다 더 험준한 느낌이다. 주말임에도 산행 내내 사람 구경을 못했으니 역시 오지에 가까운 산이라 할 것이다. 그래도 등산로 자체는 뚜렷한 편이어서 다행이었다. 물론 숲이 울창해지는 6월 이후 맨드리재 쪽에서 오른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 어쨌든 200대 명산은 이제 10개를 남겨 두게 되었다.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셈이다. 남은 10개중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역시 개인산이다. 산악회도 마땅치 않고 차를 끌고 가면 6,7시간의 산행으로 무척 피곤할 것이다.
나머지 9개는 1박2일 여행 두세번으로 몰아칠 수 있는 곳이어서 충분히 즐길 만한 산행지들이다. 사실 200대명산 완등의 마지막 산행지를 어떻게 할까 생각도 해보지만 그저 흘러 가는대로 결정하려 한다. 어쩌면 100대명산의 마지막과 같이 홀로 조용히 다녀올 수도 있겠고.
- 운무산은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과 홍천군 서석면 경계에 있는, 규모는 작으나 아름다운 암봉을 갖춘 산이다. 횡성군에는 이렇다 할 산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은 횡성군이 영동방면으로 가는 길목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이 적지 않다. 발교산, 덕고산, 봉복산, 운무산 등이 그런 산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운무산은 독특한 암봉미와 아기자기한 능선을 갖추고 있어 아름답다.
항상 구름과 안개가 낀 듯하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운무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오롯이 남아 있는 멋스러운 산이다. 아지랑이 하롱하롱 밀려드는 봄날이 오면 야생 벚나무의 향연이 수채화 물감처럼 번져 오른다. 특히 사람의 측면 얼굴을 닮은 듯한 수리봉은 운무산 가운데 가장 전망이 뛰어난 곳으로, 이곳에 서면 운무산 전경과 청량1리의 삼근암과 새대기, 횡성의 산줄기들이 잘 조망된다.(산림청 자료 참조)
▼ 09시:10. 도상훈련으로 익숙한,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은근히 부담스러웠던 운무산장 앞을 승용차로 지나오며 보니 역시나 개들이 길가에 나와 있다.
두 마리는 묶여 있지만 언듯 봐도 예닐곱 마리는 돼 보이는 나머지 개떼들은 목줄도 없이 길 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어서 혼자 걸어서 지난다면 꽤나 위협적으로 느껴질만한 그림이다. ▼
▼ 등산로 표지판과 화장실 사이 그늘에 차를 세우고 느긋하게 산행을 시작한다.
사람은 전혀 안 보이거니와 오늘도 벌레들이 극성이다. ▼
▼ 사방댐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 선다. ▼
▼ 그런데 아뿔싸!! 온통 나무를 벤 흔적들로 등산로가 지워져 버렸다. ▼
▼ 벌목 작업을 위해 길을 낸 것까진 좋았는데 갈림길까지 생겼으니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작업길이 등산로와 연결된 건지도 불확실하다. 이런 비슷한 상황에서 엄청 골탕먹는 알바를 한 경험이 허다하니 시작부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이런 산에 끌고 왔다고 우리 마나님은 투덜거리기 시작하고.. ▼
▼ 산행 초입부터 헤매고 다닌다.
등산로 표지가 있어 힘들게 나뭇가지를 해치고 가 보면 벌목작업길 탓에 얼렁뚱땅 사라져 버리곤 한다. ▼
▼ 잘려진 나뭇가지들도 길을 막고.
핸드폰 통신도 끊어져 GPS로도 위치 확인이 안돼니 방향에 대한 확신없이 숲길을 헤매이게 된 것이다. ▼
▼ 그래도 도린곁에 군락을 이룬 금낭화들이 작은 위안을 주고. ▼
▼ 뚜렷한 대안이 없으니 새로 난 벌목 작업로를 따라 걸어 본다. ▼
▼ 또 길이 끊기고 갈라지는 지점에서 등산로 표지를 발견한다.
결국 걸어보니 혹시 이 방향으로 처음 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헷갈리지 않을 방법을 알아냈다.
등산로를 찾을 것 없이 새로 난 작업로를 따라 편하게 걷되, 갈림길이 나오면 무조건 오른쪽을 택하면 된다.
이 곳으로 오르는 분들은 꼭 참고하시기 바란다. ▼
▼ 그리하여 벌목 작업장의 미로(?)를 뚫고 원넘이재에 도착했다.속으로 어찌나 맘고생을 하였던지 맥이 풀린다.적절한 위치에 설치된 나무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린다. ▼
▼ 원넘이재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도 시작부터 가파르다. ▼
▼ 거미줄은 계속해서 얼굴에 휘감기고, 날벌레들마저 끊임없이 달려드니 썩 상쾌한 기분은 아니다. ▼
▼ 잠깐 평탄한 길이 나타나는가 했더니.. 뾰족한 암봉이 나뭇가지 사이로 위압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첫번째 봉우리가 송암이니 이 주변이야말로 악명높은(?) 운무산의 위험구간이다.
뒤따라 오던 마누라의 깊은 탄식이 귓불을 때리는 바람에 잠시 찔끔 한다... ▼
▼ 송암 절벽 아래에도 금낭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 오른쪽 위가 송암이다.
나름 우회로인데도 가파르기가 대단하다. ▼
▼ 송암 봉우리를 오르며 뒤돌아 본 봉복산 방향 조망. ▼
▼ 우측이 송암인지 그냥 전망바위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어쨌든 바로 옆이니 내려 오면서 둘러 보기로 한다. ▼
▼ 잠시 쉬었지만 계속되는 급경사 등로에서 땀을 줄줄 흘린다.
갈수록 험악해지는 산세에 점점 주눅이 들고 있다. ▼
▼ 사진에서만 보았던 짧은 슬랩 구간.
크게 위험하진 않지만 밧줄을 맨 기둥들이 모두 헐거워져서 조금은 조심스럽다. ▼
▼ 계속해서 급경사의 로프 구간이 나타난다. ▼
▼ 위험 표지판 뒤로는 절벽인데 예전에는 밧줄을 잡고 저리 다닌 사람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
▼ 어쨌든 닥치고 계속 오르막이다. ▼
▼ 기껏 꼭대기에 올랐더니 다시한번 삭막한 봉우리가 나타난다.
운무산은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으니 또 한참을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야 한다. ▼
▼ 정상 직전 암봉에서 돌아 본 봉복산 방향 파노라마.
오른쪽 아래가 산행을 시작한 지점이다. ▼
▼ 정상을 향해 내려가는 짧은 구간도 제법 위협적이다.
물론 조심만 하면 큰 무리없이 지날 수는 있다. ▼
▼ 드디어 정상에 올라 한숨을 몰아 쉰다.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고 험준한 급경사의 연속이어서 입맛도 없어졌다.
억지로 만두 하나를 입에 넣고 잠시 쉬기로 한다.
여전히 날벌레가 극성이어서 정신이 없다. ▼
▼ 먼드리재 방향은 숲에 가려 특별히 보이는 것이 없다. ▼
▼ 다시 왔던 길로 하산을 시작한다. ▼
▼ 아까 지나왔던 정상 직전의 암봉을 다시 오르고. ▼
▼ 뒤돌아 보면 꽤나 우뚝한 모습이다. ▼
▼ 계속되는 로프 구간을 조심조심 내려간다.
늘 하산길을 더 조심해야 하느니. ▼
▼ 아까 건너뛴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봉복산 너머 왼쪽이 태기산인가보다. ▼
▼ 왔던 길을 내려가며 가파른 길이었음을 새삼 실감한다. ▼
▼ 원넘이재에 도착하여 잠시 맥을 놓는다.
이제 남은 길은 널찍하게 열린 벌목 작업길이다. ▼
▼ 올라 올 때는 엄청 헤매게 만든 벌목 작업길이 너무 편하다.
푹신한 5월의 낙엽송 숲길을 걷는 기분은 매우 거늑하여 새삼 遊山의 道가 되살아나는 즐거운 하산길이다. ▼
▼ 헷갈렸던 갈림길도 유유히 지나고. ▼
▼ 철쭉꽃이 활짝 핀 사방댐을 지난다. ▼
▼ 주차 지점에 돌아와 계곡물로 세수를 하고 나니 개운해졌다.
160여km를 무난히 달려 오후3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인천에 도착하였다.
아내와 느긋한 뒷풀이를 즐기며 소주 한 병으로 토요일 하루를 마감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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