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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원 암 (靈元庵)
어느 조상님 고운
향기 배어나
이끼 푸른 바위로
덮이었나니
천년을 차오르는
농밀한 적요(寂寥)
그 치열한 투쟁의
고독 속에서
절망과 몸을 섞은
풍진(風塵)의 처녀
부스러진 자아로
칠백을 쌓아
바라밀다의 계단
아슴히 높은.
일상을 하직하고
삶을 보듬어
침잠(沈潛)하는 깨달음
정갈한 오뇌(懊惱)
피안(彼岸)을 헤매이던
보리살타(菩提薩埵)여
잊혀진 어느 내일
별 속에 남아
노을처럼 번져 간
허무의 전설
잃어버린 진실은
벽공에 차고
욕망의 무딘 창은
태양을 찔러
온산은 칠흑같이
묵념하나니
못다 이룬 넋인가
향흔(香痕) 한 조각
죽음같이 눈뜬 자
하늘을 향한
애끓는 목탁의 념
구비 도는 제,
무너지는 대웅전
폐허를 뚫고
피처럼 솟구치는
반야(般若)의 샘물
(1991년 9월)
※ 영원암 : 서울 수락산 중턱에 있는 작은 암자. 약수가 특히 유명함.
▼ 1983년 8월 ▼
▼ 1990년 10월 ▼
▼ 2022년 1월 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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