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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문학·예술

[자작시] 신혼부부에게

by 日新우일신 2010.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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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부부에게 

                         (1992년)

                          
시리도록 순결한 웨딩드레스
애틋한 추억의 달빛은 눈가에 앉아
수정으로 구슬진 방울방울이
찬연히 부서지는 꽃무지개

영혼과 영혼의 뜨거운 결합이더냐
달콤한 미신에는 데이지 말고
신분법상의 한갓 계약이더냐
차디찬 체념에는 속지 말고
오늘의 빛무리 가슴에 키워
끝없이 솟아나는 사랑의 화수분
그렇게 살아갈 일이다.
그렇게 늙어갈 일이다.

태초의 하늘이 열려간다.
건반 위를 달리는 결혼행진곡
싱그럽게 막을 여는 부부 1악장
제1주제는 사랑,
제2주제는 사랑,
반복하여 사랑,
죽을 때까지 사랑.

서로의 그늘을 밝혀주며
사르트르의 일상을 존중하며
꼬롤렌꼬의 행복을 추구하며
천둥치듯 닥쳐오는 모든
삶의 변덕을 사랑하며
아는 듯 모르는 듯, 그렇게.
웃는 듯 우는 듯, 그렇게.

고독은 a priori
사랑도 a priori
결혼으로 후천성고독결핍증.
경건히 마주잡은 손 떨리는 반지처럼,
황홀하게 마주친 눈 수줍은 미소처럼,
가멸차게, 성실하게, 그렇게.
끌끌하게, 늡늡하게, 그렇게.

축복의 햇살을 온몸에 받고
하객의 박수소리 맹세에 담아
내딪는 첫 발자욱
쏟아지는 종소리
환한 웃음으로 반짝이며
빛바랜 사진 속
미래로 향하였다.

 

(1992년)

 

※ 오래 전 너무 일찍 결혼하는 여동생을 위해 적어주었던 졸시(卒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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