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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
조용히 깊은 밤
침묵이 소리질러
잠을 깨우다.
모든 정지된 것들의
가냘픈 호흡이 시작되면
은밀한 정적의 맥동이
고요의 아우성으로
문득,
박하처럼 상큼한 고독은
맑은 영혼에로 나래를 펴다.
꿈같이 열린 창문 너머
하늘은 내려 앉아
어두움의 그 눈부신 광휘,
블라디미르의 구름은
배꽃으로 지다.
먼 산은 하얗게 다가와
대지를 밀어 올리고
드뷔시의 시들은 달빛
발치에 나부끼는.
떠나간 혜성의 꼬리.
인간의 비늘같은
우주는 나의 의식 속으로 녹아들다.
그러나 나는
트리비얼리스트.
굴강한 문명의 자궁을 뚫고
때 낀 옴팔로스를 향하여
혼자이거라
혼자이거라
조용히 깊은 밤
열린 공간과 닫힌 시간 속에서
붉은 십자가의 무덤
광막한 도시의 숙면 위로
은자의 반향없는 외침이
눈처럼 흩날리다.
(199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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