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설악산 (雪嶽山) 귀때기청봉
2. 위 치 : 강원도 인제군, 속초시, 양양군
3. 높 이 : 1,578미터
4. 산행일시 : 2015. 5. 23(토) 08:30 - 16:50 (8시간20분, 순수산행시간 7시간 이내)
5. 산행거리 : 12.6Km
6. 산행코스 : 한계령 → 서북능선 삼거리 → 귀때기청봉 → 1408봉 → 대승령 → 장수대 분소
7. 동행자 : 느림보산악회 28명
- 몇 년전 점봉산을 오르며 바라본 설악산 서북능선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봉우리가 귀때기청봉이다. 서북능선 한가운데에 삼각형으로 우뚝 솟은 모습이 자못 웅장하였다. 설악산 봉우리 중에서 자기가 제일 높다고 으스대다가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삼형제에게 귀싸대기를 맞아 이름 붙여졌다는 그곳을 드디어 찾아 가게 되었다.
- 특히 귀때기청봉 주변의 설악산 털진달래 군락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다. 개화시기가 적당히 맞아 떨어질 것 같아 내심 흐뭇해 하던 중이다. 그러나 지난주에 다녀온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보자니 의외로 꽃이 없었다. 얼마 전 설악산 정상부에 내린 눈으로 꽃몽오리들이 냉해를 입어 미처 피어 보지도 못한 채 대부분 말라 비틀어 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설악산 진달래에 대한 부푼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 두고 이른 새벽 산행길에 오른다. 마음을 비우고 보니 난생 처음 구경하는 무지개구름(彩雲)을 만나기도 했던 특별한 하루가 되었다.
▼ 오랜만에 찾은 한계령휴게소는 어쩐 일인지 주차장이 텅텅 비어 있다. ▼
▼ 잠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점봉산이 벌써 성급하게 머리를 내민다. ▼
▼ 덜 풀린 몸으로 40여분을 힘겹게 오르니 나뭇가지 사이로 귀때기청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
▼ 거의 4년만에 찾아온 서북능선 삼거리.
100대명산을 시작하기 전에 온가족이 이 곳을 통해 처음 대청봉을 올랐던 의미있는 장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른쪽 대청봉으로 향한다. ▼
▼ 바로 밑에서 올려다 본 UFO바위. ▼
▼ 숲길은 잠시, 악명높은 귀때기청봉의 너덜길을 만난다. ▼
▼ 귀때기청봉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실 너덜길이라고 표현하기도 애매한 큰 바위들이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다.
발 한번 헛디디면 크게 다칠 수도 있어 절대 방심할 수 없는 구간이다. ▼
▼ 우측 대청봉으로부터 떨어지는 설악산의 웅장한 암릉구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
▼ 왼쪽 멀리 점봉산이 조신한 마누라처럼 넉넉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 멀리 가운데로는 방태산의 마루금도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
▼ 자세히 보면 미처 피기도 전에 말라붙은 꽃자리들이 눈에 띈다.
얼마 남지 않은 진달래의 개화상태만 보면 아마도 오늘이 절정기였을 것이다.
작년 가을에는 단풍이, 올해는 진달래가, 설악산은 나에게는 유독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
▼ 그래도 때아닌 눈보라 속에서 살아 남은 몇몇 몽우리들이 일제히 꽃을 피웠다.
해발 1,400미터에서 피어난 설악산 진달래는 유난히 붉은 색을 띠어 가장 높은 곳에서 태어난 자신의 긍지를 뽐내고 있다. ▼
▼ 진행 방향의 왼쪽으로는 가리봉이 우뚝 솟아 있다.
역시 점봉산을 오르며 처음 알게 된 곳, 언젠가 저 능선을 종주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러고 보면 설악산 일대는 온통 출입이 금지된 곳 투성이다.
용아능선, 화채능선, 가리능선, 점봉산 일대까지..
설악산 5대 능선중 3곳을 못 가게 막아 놓은 것이다.
무조건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터. 새삼 씁쓸함이 느껴진다. ▼
▼ 봉정암을 줌으로 당겨본다.
여기서 보니 정말 기가 막힌 장소에 절터를 잡았구나.. ▼
▼ 귀때기청봉이 나타났다. ▼
▼ 왼쪽 마등령으로부터 1275봉의 공룡능선을 지나 중청, 대청까지 이어지는 설악산의 거친 속살을 들여다 본다.
작년 이맘때 때이른 무더위에 죽다 살아났던 공룡능선 산행의 기억도 떠오른다. ▼
▼ 귀때기청봉 정상에서 바라본 점봉산의 모습.
점봉산 앞에 살짝 솟아 있는 망대암산도 보인다. ▼
▼ 몇 년전 가을날 이른 아침, 점봉산에서 바라본 귀때기청봉의 모습.
오늘 걷게 되는 능선길이다.
우측으로부터 귀때기청봉 - 중앙에1408봉 - 좌측에 안산까지 한눈에 들어 온다. ▼
▼ 역시 점봉산에서 바라 본 설악산 서북능선 파노라마.
맨 오른쪽 대청봉으로부터 좌측으로 중청, 끝청, 중앙에 귀때기청봉, 1408봉, 안산, 건너편 가장 왼쪽이 가리봉이다.
이렇게 보면 중앙에 있는 귀때기청봉이 마치 설악산 서북능선의 왕자와도 같은 모습이다.
얼핏 보면 가장 높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거니와 까불다가 대청, 중청, 소청 삼형제에게 에게 귀싸대기를 얻어 맞았다는 우스갯 소리가 전혀 근거없는 것도 아니다.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 다시 오늘로 돌아와서, 가야 할 길.
멀리 서북능선의 끝자락 안산이 보인다. ▼
▼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짙은 색의 진달래꽃들.
역시 자세히 보면 냉해만 아니었다면 지금이 한창이었을 것이다. ▼
▼ 뒤돌아 본 귀때기청봉의 모습. ▼
▼ 갑자기 앞서 가던 이들이 다급하게 나를 부른다.
다가가 되돌아 보니 귀때기청봉 위로 요상한 구름이 보인다. ▼
▼ 사진으로는 모두 표현할 수 없었지만 나는 처음 보는 광경이다.
무지개구름은 이 날 일행들도 대부분 처음 만난 희귀한 현상이다. ▼
▼ 일행과 함께 숲속에서 점심을 먹던 중 다시 나타난 무지개구름.
마치 우리를 따라 오고 있는 듯 하늘 한복판을 선명한 일곱 빛깔로 물들이고 있다. ▼
▼ 가리봉은 설악산과는 전혀 별개의 산처럼 홀로 우뚝 솟아 있다. ▼
▼ 가야 할 길은 아직도 까마득하고.. ▼
▼ 앵초꽃인가?
유난히 시선을 끄는 놈들이 길 옆으로 지천이다. ▼
▼ 무지개구름은 아직까지도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 ▼
▼ 마지막 너덜길을 지나면 잠시 편안한 숲길도 나타난다. ▼
▼ 가파른 계단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작렬하는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 서서히 지쳐 간다. ▼
▼ 귀때기청봉을 다시한번 뒤돌아 보고. ▼
▼ 힘겨운 계단들을 올라 1408봉에 도착하였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
▼ 고바우바위? ▼
▼ 대승령을 지나 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편안해 보인다.
그러나 막상 걸으면 오르내림이 심한 힘든 구간이다. ▼
▼ 한참을 올라오면 또 한참을 내려간다. ▼
▼ 천신만고. 대승령이다.
오랜만에 왼쪽 무릎 부근이 아파오기 시작해서 걷기가 힘들다.
온통 바윗길을 오래 걷다 보니 충격이 쌓인 모양이다.
장수대까지 내려 갈 일이 아득하다.
평소같으면 1시간이면 충분할 거리인데.. ▼
▼ 장수대 가는 길은 이렇게 또 돌길이다.
작년에 오를 때도 예상했지만 역시 내려 가는 일이 고역이다.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걸음을 늦추었다. ▼
▼ 대승폭포에는 가는 물줄기만 떨어지고 있다. ▼
▼ 가파르고 지루한 돌바닥길이 끝나면 이번에는 닥치고 계단이다.
그나저나 무릎이 이렇게 아파보기는 또 처음이다.
사실 오랜만에 찬 무릎보호대를 믿고 힘차게 걸었는데 바지 위에 착용한 것이 화근이어서 거의 무릎보호 역할을 못했던 모양이다. 깨우쳤을 때는 이미 늦었으니 그저 일시적인 근육 통증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
▼ 겨우겨우 장수대 입구에 도착하였다.
'에구구' 소리가 절로 난다.
누구 말마따나 공룡능선보다 더 힘들 수도 있는 구간을 그럭저럭 무난히 지나왔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내내 술병으로 고생하고도 황태구이 식당에서 기어이 소주 한 병을 더 마시고 귀갓길에 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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