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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100대명산(完)

86. 강원 홍천 공작산(887m) 아침 구름과 조용한 숲속 암릉길(2013.9.7)

by 日新우일신 2013.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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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 이 름 : 공작산 (孔雀山, 100대 명산 86번째)
2. 위 치 : 강원도 홍천군
3. 높 이 : 887미터
4. 산행일시 : 2013. 9. 7(토) 07:00 - 11:20 (4시간20분, 순수산행시간 3시간10분)
5. 산행거리 : 7Km
6. 산행코스 : 공작골 주차장 → 삼거리 → 문바위골 → 사거리 → 정상삼거리 → 공작산 정상 → 안공작재 → 공작산자연휴양림 → 공작골삼거리 주차장 (원점회귀)
7. 동행자 : 마누라, 딸 

 


- 산림청 100대 명산 선정사유 : 울창한 산림과 수타계곡 등 경관이 수려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
산의 형세가 마치 한 마리의 공작이 날개를 펼친 듯하다는데서 산 이름이 유래. 보물 제745호인 월인석보 제17권과 18권이 보존되어 있는 수타사(壽陀寺)와 수타사에서 노천리에 이르는 20리계곡인 수타계곡이 특히 유명

 

- 선정 사유에서 보다시피 공작산은 수타사를 거치는 코스로 산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타계곡 방향으로 진행하려면 차량 회수가 불편해서 오래 전부터 산악회를 따라 가야 할 곳으로 분류해 놓았던 곳.

그러나 오늘은 차를 끌고 왔으니 공작골 원점회귀 산행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언제든지 올 수 있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산이니 언젠가 산악회를 따라 수타사 방향으로 가보리라 기약해 본다.

 

- 어찌하다 보니 또다시 2주간 산행을 건너 뛰었다. 2주면 20일이 넘는 기간이다.

가야 할 100대명산 숫자가 줄어 들면서 산행지를 결정할 때마다 생각과 고민이 많아지고 덩달아 핑계거리가 자꾸 생긴다.

부쩍 선선해진 날씨만큼이나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으니 당분간은 한 주도 쉬지 말고 열심히 다녀야 한다.

2주를 쉬었으면 한번쯤은 몰아 부쳐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공작산과 삼악산을 하루에 오르는 걸로 지난 주부터 일찌감치 정해 놓았었다.

 

- 하루에 두 개의 산을 오른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어느덧 자주 쓰는 작전이 되고 말았다.

그렇더라도 이런 강행군은 주로 멀리 남쪽에 있는 원거리 산행지를 찾을 때나 적용하는 방법이었다.

근거리 산행에서 하루에 두 군데를 가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더군다나 모처럼 따라나선 우리 딸은 정작 본인은 모르지만 난생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 마누라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더니 3시반이다. 4시반에 기상하려 했는데 너무 이른 시각이다.

대충 짐을 꾸려 출발한 시간이 4시를 겨우 넘겼다. 한산한 도로를 1시간 남짓 물흐르듯이 달려 가평휴게소에 5시 정각에 도착한다. 너무 빠르다. 칠흑같은 어둠이라도 좀 걷혀야 할텐데..

재작년 가을 방태산에도 너무 일찍 도착해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휴게소에서 한 시간을 머뭇거린 후 거의 7시가 되어서 공작산에 입구에 도착하였다.

공작골삼거리 주차장에는 단 한 대의 차도 없다.

그러고 보니 4시간여 산행이 끝날 때까지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였다.

 

- 공작골 방향 등산로 폐쇄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는 대충 인터넷을 보고 알고는 있었다.

직접 느껴 보니 기분은 썩 좋지 못하다.

자세한 사유는 모르겠지만 주민과 홍천군과의 분쟁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데 멀쩡한 방문객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지역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산에 오르기 위해 잠시 지나가는 마을길마저 폐쇄해 버리는 각박한 인심은 비난받아 마땅하지 않겠는가.

 

 

 

▼ 공작골로 들어서기 전에 산 하나를 넘어야 한다.

고개 정상 부근에서 바로 나타나는 공작현. 산악회에서 애용하는 들머리이기도 하다.

수타사까지 간다면 이 곳을 통해 가는게 좀더 수월할 것이다. ▼

 

 

 

 

 

▼ 오른쪽 주차장에 차를 대고 되돌아 나왔다.

산행 들머리는 사진을 찍고 있는 뒷쪽 오른편에 있다.

본래 등산로 입구는 사유지라고 통행을 막는 주민들 때문에 사실상 폐쇄되었다. ▼

 

 

 

 

 

▼ 여기까지 올라오는 100m도 안되는 거리에서 바지가 흠뻑 젖어 버렸다.

이슬에 젖은 풀숲을 헤치고 나왔더니 초장부터 기분이 영 찜찜하다. ▼

 

 

 

 

 

 

 

 

 

▼ 숲길을 잠깐 걸었더니 첫번째 갈림길이다.

우리는 좌측으로 간다. ▼

 

 

 

 

 

▼ 물이 많지 않은 계곡길을 따라 잠시 걸으면 또다시 갈림길이다.

공작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문바위골 방향으로 진행한다.

어제 살짝 비가 왔었는지 숲은 촉촉한 습기가 가득하다. ▼

 

 

 

 

 

 

 

▼ 본격적인 오르막 경사가 시작된다.

날씨은 많이 선선해졌지만 금방 온몸이 땀에 젖어 든다. ▼

 

 

 

 

 

 

 

▼ 1시간 가까이 쉬엄쉬엄 걸어서 능선길에 올라섰다.

공작현 입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서 잠시 쉬어 간다.

시간도 충분할 것 같고 오후에 삼악산도 올라야 하니 체력을 안배하며 천천히 올라 가기로 한다. ▼

 

 

 

 

 

 

 

 

 

 

 

▼ 능선으로 올라서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바람도 살짝 불어 주는듯 하여 시원함이 느껴진다. ▼

 

 

 

 

 

▼ 능선길이 수월해 지기는 했지만 작은 봉우리를 서너개 넘어야 한다.

아직도 전체적으로는 오르막 경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

 

 

 

 

 

 

 

 

 

▼ 큰고개를 하나 넘어 내려 오니 안골부터 올라오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또 한참을 치고 올라가야 한다. ▼

 

 

 

 

 

 

 

 

 

 

 

▼ 공작릉으로부터 올라오는 길과 만났다.

잠시후 이리로 내려와서 공작릉으로 내려가야 하나 잠시 고민하며 지나친다. ▼

 

 

 

 

 

 

 

 

 

▼ 정상이 100m 앞으로 다가왔다.

정상에 오른 후 이 곳까지는 다시 돌아와야 한다. ▼

 

 

 

 

 

▼ 정상 부근에는 갑자기 바위들이 가로막고 나선다.

딱히 위험한 구간은 없지만 밧줄의 도움이 필요한, 살짝 긴장해야 하는 구간이다. ▼

 

 

 

 

 

▼ 09:10 출발한지 2시간 10분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30분 가량 늦어졌으니 너무 여유를 부렸나? ▼

 

 

 

 

 

▼ 해가 뜬지는 한참 지났지만 운무가 낮게 깔려 있는 산 아래 세상이 특별하게 보인다.

산봉우리를 뒤덮은 구름들이 마치 몇 천 미터 고봉을 보는 듯한 묵직한 그림을 연출했다. ▼

 

 

 

 

 

▼ 공작골 방향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좀더 일찍 올랐더라면 운해가 더욱 장관이었을 것이다. ▼

 

 

 

 

 

 

 

 

 

▼ 모처럼 파노라마 사진도 하나 만들어본다.

약간의 보정을 거쳐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었다. ▼

 

 

 

 

 

 

 

 

 

 

 

 

 

 

▼ 홍천 군내 방향도 구름 속에 잠겨 있다. ▼

 

 

 

 

 

▼ 공작산은 정상표지가 두 개가 있다.

또 하나의 금속 표지가 있는 곳. 예전에는 저기가 정상이었나 보다. ▼

 

 

 

 

 

▼ 정상석이 있는 곳과는 엎드리면 코닿을 거리이다. ▼

 

 

 

▼ 정상석 뒤에 적혀 있는 문구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이렇게 유래가 적혀 있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

 

 

 

 

 

 

 

▼ 뒷편 구름을 강조하려고 역광을 보정하다 보니 약간 기괴한 느낌의 정상 인증샷이 되었다. ▼

 

 

 

 

 

 

 

▼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안공작재 쪽으로 택한다.

사유지 출입금지 정보가 신경이 쓰이기는 하지만 누군가의 1주 전 산행기를 믿고 가보기로 했다.

안공작재까지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에 암벽 구간도 종종 나타난다. ▼

 

 

 

 

 

▼ 저 건너편 능선을 타고 정상까지 올라 갔었다.

아직도 운무가 남아 있다. ▼

 

 

 

 

 

 

 

▼ 굴운저수지 방향을 줌으로 당겨 보았다.

어느덧 밝은 아침해가 대지를 비추고 있다. ▼

 

 

 

 

 

 

 

 

 

 

 

 

 

▼ 낮게 깔렸던 운무는 거의 사라지고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파른 내리막이지만 이렇게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니 전혀 힘든 줄을 모른다.

공작릉 방향으로 되돌아 내려 갔으면 이런 멋진 그림들을 모두 놓칠 뻔 했던 것이다. ▼

 

 

 

 

 

 

 

▼ 앞에 보이는 봉우리들을 넘어 능선을 타면 수타계곡으로 내려 가게 된다.

우리는 잠시 뒤 안공작재에서 다른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공작골 방향 길이 여의치 않다면 우측 굴운저수지 방향으로 하산할 것까지 각오하였다. ▼

 

 

 

 

 

 

 

 

 

▼ 안공작재에 내려서니 역시나 줄이 쳐져 있다.

이정표에도 공작골 방향으로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잠시 망설였지만 생각보다 하산로가 명확하여 큰 걱정없이 울타리를 넘었다.

무엇보다 인터넷에서 보았던 경고 안내판 등이 보이지 않아서 그나마 맘이 놓인다. ▼

 

 

 

 

 

 

 

▼ 안공작재에서 공작골로 통하는 등로는 사유지라고 한다.

사유지라는 이유로 있던 길을 막는 행위가 합당한 처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생각보다는 길의 흔적이 뚜렷하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 다니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수많은 등산객의 원성을 사고 홍천군과의 갈등을 겪으며 지금은 적당히 모르는 척 해 주는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본다. ▼

 

 

 

 

 

▼ 그나저나 이 쪽 길은 참으로 맘에 드는 편안한 길이다.

남양주 축령산에서 느꼈던 검고 푹신한 숲속 오솔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한 가지 괴로운 것이 있다면 끊임없이 얼굴에 휘감기는 거미줄이다.

오늘 공작산을 찾는, 첫번째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등산객이 우리이기에 거미줄도 모두 내가 걷어 내고 가야한다.

한 손에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또 한 손으로는 나뭇가지를 열심히 휘저으며 하산을 서두른다. ▼

 

 

 

▼ 갑자기 희미해진 길의 흔적을 찾아 겨우 큰길로 나왔다.

모르는게 약이라더니 사유지 출입금지 타령을 사전에 알고 있다 보니 하산길 내내 마음이 불편했었다.

누군가가 주인이랍시고 따지고 들면 다툴 수도 없고 난처할 것이다.

큰길로 나와서도 인가를 지날 때면 괜시리 숨을 죽이고 걷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허허.. ▼

 

 

 

 

 

 

 

 

 

▼ 공작산 방향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지만 CCTV, 고발까지 운운하는 경고판에 마음이 상한다.
저 위쪽 인가에서는 장뇌삼, 산삼 판매 플래카드도 걸어 놓았던데 좀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

 

 

 

 

 

▼ 한참을 내려와 뒤돌아 보니 또 경고문 타령이다.

동네 인심이 이렇게 각박하게, 매우 불쾌하게 느껴지는 곳은 처음 본다.

전국의 100대명산을 다니면서 이렇게까지 등산객을 노골적으로 배척하는 분위기는 거의 느껴 본 적이 없다.

외지 사람들이 찾지 않는 동네를 만들어 자기들끼리 한적함을 만끽하려 하는 것이라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 같다.

오늘도 단 한 사람의 등산객도 못 보았고 나 역시 이 동네를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또 이렇게 100대명산 하나를 해치웠다.

공작산 자체는 수도권에서의 접근성이나 울창한 산세로 보아 나름 매력이 있는 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작골 마을에 기묘하게 흐르는 배타적 공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산이다.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역시 텅텅 비어 있다. 그래도 오늘이 주말인데..

11시 반이 되기 전에 서둘러 시동을 걸고 삼악산을 향해 출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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