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황악산 (100대 명산 74번째)
2. 위 치 : 경상북도 김천시
3. 높 이 : 1,111미터
4. 산행일시 : 2013. 5. 25(토) 10:25 - 16:10 (5시간45분, 순수산행시간 5시간 이내)
5. 산행거리 : 14Km
6. 산행코스 : 괘방령 → 여시골산 → 운수봉 → 황악산(정상) → 형제봉 → 신선봉삼거리 → 925봉 → 문바위골 → 내원계곡 → 명적암 → 직지사 → 직지문화공원 → 주차장
7. 동행자 : ㅅㄱㅇㄱ산악회 42명
- 비흡연자로 전향한지 4일째.
금단 증상이 남아서 계속 졸린다. 덕분에 잠은 잘 잔다.
전날밤도 잘 잤지만 버스에서도 내내 잤다.
육체적 금단 증상은 금방 지나갈 것이다.
억지로 참아서 [금연]하는 것이 아니라 [비흡연자]가 된 것이므로 정신적 금단증상은 거의 없다.
오늘 땀을 쭉 빼고 나면 니코틴 기타 담배진도 모두 빠져 나가겠지.
- 황악산 가는 산악회가 있어 바로 신청한다.
그나마 만차 직전이라 자리를 못 잡을뻔 했다.
산악회에서 가는 산들이 비교적 뻔한 편이라 자주 가지 않는 산이 잡히게 되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황악산은 백두대간 하는 이들에게는 잘 알려진 산이지만 내게는 아직 낯이 설다.
산행코스도 단순하여 더이상 살펴 보지 않고 길을 나섰다.
- 황악산은 '악'자가 들어 있지만 바위가 전혀 없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육산도 아주 징글징글한 육산이다.
산행 내내 조망점 하나 없는, 길과 숲, 숲과 하늘만 지루하게 바라보며 걸어야 한다.
날씨도 흐렸지만 황악산 자체가 전망과는 거리가 먼, 답답한 산인 것은 확실하다.
이런 산이 어떻게 100대명산에 선정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궁금하면 찾아봐야 한다.
"전체적인 산세는 특징 없이 완만한 편이나 산림이 울창하고 산 동쪽으로 흘러내리는 계곡은 곳곳에 폭포와 소를 이뤄 계곡미가 아름다운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 특히 직지사 서쪽 200m 지점에 있는 천룡대부터 펼쳐지는 능여계곡은 대표적인 계곡으로 봄철에는 진달래, 벚꽃, 산목련이 유명."
산림청이 설명하고 있는 선정사유를 보면 [계곡미]가 중요한 요소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어인 연고인지 지금의 황악산은 계곡으로 통하는 모든 길이 폐쇄되어 있다.
상수원 보호 타령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인데, 아무튼 계곡마저 볼 수 없는 황악산이라면 100대 명산으로서는 자격이 없는 산이다.
그저 인증샷 하나 해치우는 의미로서 지루하고 힘든 산행을 이어간다.
▼ 오늘의 산행 들머리는 괘방령이다.
충북과 경북의 경계이며 백두대간의 주요 지점이다.
과거보러 가는 이들이 주로 넘었다는, 추풍령과 이어지는 옛이야기도 얽힌 고개이다.▼
▼ 잠깐 올라 뒤돌아본 동네 모습.
이 그림이 오늘 산행의 처음이자 마지막 조망이 되리란 사실은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 가파른 통나무 계단이 길게 이어진다.
급경사에 이런 식의 계단은 다리에 상당한 무리함을 느끼게 한다.▼
▼ 사진으로 보기에는 그럴듯 해 보이지만 반대로 내려온다면 무릎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급경사에 흙이 밀리는 이런 구간에는 목재계단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텐데...▼
▼ 여시골산을 넘자 내가 좋아하는 숲속 오솔길이 이어진다.
바람도 불어와 더위를 식혀준다.▼
▼ 신록의 숲이 그늘을 만들고, 산들바람마저 불어오니 상쾌한 기분이다.
좌우는 울울창창한 나무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는다.▼
▼ 왼쪽 계단은 직지사로부터 올라오는 길.
이제 처음으로 다른 등산객들을 만났다.▼
▼ 온통 숲으로 가리워진 길에서 그나마 뚫린 것이 이 모양이다.
저너머 산등성이는 어디인지도 잘 모르겠다.▼
▼ 주등로를 벗어나 작은 바위 위에 올라가 까치발로 바라본 전망.
박무도 심하고, 슬슬 갑갑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 그저 숲 사이로 약간만 시야가 트이면 조망을 찍어보려 애를 쓴다.
날씨가 좋았다 한들 썩 멋있는 그림이 될 것 같지는 않다.▼
▼ 모처럼 전방에 시야가 트인다.
정상이 앞으로 다가왔다.▼
▼ 땡볕에 헬기장에 식사하는 일가족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나도 저 언저리 어디에서 점심을 먹었어야 했던 것이다.▼
▼ 헬기장 바로 옆이 계단이다.
계단을 오르면 황악산 정상 비로봉이다.▼
▼ 정상에서의 조망은 이 정도.
작대기 네 개, 1111m의 산은 정상마저 나무에 가려 있다.▼
▼ 가야 할 길. 형제봉 너머 신선봉과 오른쪽 바람재 방향 백두대간 길이 보인다.
시원한 조망은 끝까지 나타나지 않는다.
악착같이 나뭇잎이 가리고 만다.
무언가 속은 듯한 느낌이다.▼
▼ 능선길 어딘가에 전망좋은 바위 하나는 있겠거니.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어쩔수 없이 평탄한 숲길에 앉아 점심을 풀었더니 똥파리 수십 마리가 환장을 하고 달려 든다.
밥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그러고 보니 산행 내내 벌레들이 웽웽거렸었다.▼
▼ 오른쪽 바람재 방향이 백두대간 길.
이정표 상태가 좀.. 그래도 알아볼 수는 있으니 다행이다.▼
▼ 계속 진행하면 신선봉을 지나는 정규 하산로이다.
가도가도 나무에 가려진 능선 숲길은 더이상 따라가고 싶지 않다.
과감하게 좌측 밧줄을 넘어 계곡 방향으로 하산로를 잡는다.▼
▼ 계곡길도 특별히 볼만한 건 없다.
계곡물도 웬지 더러워 보이고, 사람 통행이 없었던지라 거미줄이 계속 얼굴에 감긴다.▼
▼ 이정표가 없어 주차장에서 100m 이상을 올라가 봤다.
명적암. 위 쪽으로는 길이 없는 것 같아 다시 내려간다.▼
▼ 직지사는 잘 알려진 절집답게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새로 짓는 건물들이 좀 생뚱맞아 보이지만 그 고풍스러운 위엄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 황岳산이라 적혀 있다. 공식 명칭이 한자로 黃岳山인 모양이다.
보통 악(岳)산이라 하면 바위가 많은, 骨산의 이미지가 강한 것인데 전망 하나 터지지 않는 최악의 육산에 악(岳) 자를 붙인 이유를 모르겠다.
자꾸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산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래 불리웠다는 황학산(黃鶴山)이 훨씬 좋은 이름같은데, 왜 바꾸었는지는 이제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 동국에 제일가는 가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또 황[嶽]산이다.
모르고 이 문 앞에 섰다면 무심히 흘렸겠지만 산자락을 모두 둘러본 후 만난 이 문구는 완전 개그 수준이다.
왜 그렇게 어울리지도 않는 큰산 악(岳, 嶽) 자에 집착하는 것일까.
크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산의 주인 행세가 느껴지는 직지사의 의도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속보이는 문구가 눈에 거슬린다.
여러모로 등산하는 재미가 없는 산, 그래서 나쁜 산이라는 의미로서 황악(惡)산인 것만은 확실하다. ▼
▼ 주차장 내려가는 길에 직지문화공원이 있다.
그저 지나치며 일별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토요일 치고는 사람이 너무 없다.
100대 명산 시작후 최악의 산행지 후보로 꼽힐만한 오늘 산행도 그렇게, 무사히 해치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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