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완택산 (完澤山, 200대명산 165번째)
2. 위 치 : 강원도 영월군3. 높 이 : 916미터
4. 산행일시 : 2017. 6. 3(토) 11:05 - 13:05 (3시간, 순수산행시간 2시간30분)
5. 산행거리 : 5.5Km
6. 산행코스 : 연화리 폐광터 → 고고산 갈림길 → 헬기장 → 정상 → 헬기장 → 고고산 갈림길 → 연화리(원점회귀)
7. 동행자 : 나홀로
- 태백에 볼 일이 있어 가는 길. 1박 2일 동안 짬을 내어 인근 3개 산을 해치울 요량이었다. 새벽 시간 출발이 늦어지니 첫날 2개 산 오르기가 촉박해졌다. 오후에 소나기 소식도 마음에 걸려서 마지막 오는 길에 간단히 해치우려던 완택산을 먼저 오르기로 했다. 그렇다. 그야말로 "간단히" 끝낼 생각으로 오른 완택산이었던 것이다.
- 이번에 오르려던 응봉산, 연화산, 완택산은 모두 오랬동안 눈독을 들여 왔던 산이다. 특히 응봉산은 인적없는 오지인데다 육백산을 거쳐 원점회귀하는 방법 밖에 없어 보이고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멧돼지의 흔적도 자주 보여서 살짝 쫄고(?) 있었다.
애초 목표로 했던 산이 워낙 외진 곳들이라 평일 아침에 혼자 가기가 조금은 망설여진다. 가장 걸리는 것은 멧돼지, 들개 등의 야생동물이지만 사람 다닌 흔적이 거의 없는 어둑하고 울창한 숲속을 온전히 홀로 걷는 일이 썩 유쾌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길을 잃고 알바라도 할 양이면... 음습한 자연의 또다른 민낯을 만나는 경험은 사실 遊山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오후 세찬 소나기에 이어 다음날의 변덕까지.. 결국 이번 일정은 가장 만만하게 여겼던 완택산 하나 오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 완택산은 연하리와 동강변인 삼옥리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산세는 동고서저, 즉 주능선을 경계로 동쪽 연하리 방면은 급경사에 절벽이 많고, 서쪽 동강 방면은 완만한 산세를 이루고 있다. 산세가 이렇듯 그 옛날 완택산은 천혜의 요새였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주능선 동쪽은 수직절벽이 대부분이어서 자연성곽을 이루고 서쪽은 동강 물줄기가 자연적인 방어선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완택산은 옛날 예맥의 땅이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며, 퉁구스식 방법으로 축성한 산성흔적이 산자락 곳곳에 조금씩 남아있다.
완택산 등산로는 급경사를 이룬 동쪽 연하리 방면에서 오르내리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요즘은 동강변 삼옥리에서 완만한 경사를 이룬 능선과 계곡 코스가 인기 있다.(산림청 자료 참조)
▼ 시간을 아끼기 위하여 오래 전부터 찜해 두었던 들머리까지 차를 끌고 왔다.
폐광터까지 오르는 비포장 임도가 예상보다 훨씬 거칠어 시작부터 기가 죽었다.
승용차 바닥이 온통 긁히는 느낌부터, 완전히 버려진 길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도에서 보았던 저 건물도 인가인 줄 알았더니 사람은 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 지나온 임도. 승용차로 오르기는 무리인, 그저 비포장 숲길이다. ▼
▼ 시작은 임도를 따라 걷는다. ▼
▼ 사진에서 보았던 폐채석장을 지나고. ▼
▼ 10분 남짓이면 숲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 때까지도 내심 2시간 안에 산행을 마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 등산로는 비교적 뚜렷한데 중간중간 동물의 큼지막한 배설물들이 보여서 웬지 찜찜하다. ▼
▼ 고고산과 이어지는 능선길로 올라서서 잠시 숨을 돌린다.
이제부터는 길이 좀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 엄청난 착각이었다. ▼
▼ 순식간에 길이 흐릿해지더니..
나뭇잎들이 앞을 가로막기 시작한다. ▼
▼ 거미줄이 얼굴을 휘감고,
땀에 젖은 온몸으로 나뭇잎들을 닦아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등산로는 겨우 흔적을 알아 볼 정도에 불과하고 무릎 위로는 온통 숲이다. ▼
▼ 그나마 사라져 버린 길의 흔적을 좇다가 급경사 오르막에서 악전고투의 알바를 경험한다.
흙은 무너져 내리고 손에 잡을 나무 한 그루 없는 숲속에서 잠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
▼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후에야 겨우겨우 헬기장에 이르렀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길의 흔적은 여기 밖에 없다.
벌레들이 득실대는 숲속을 헤치고 들어간다. ▼
▼ 여전히 길을 찾을 수 없다.
어둑한 숲속에서 잠시 망연자실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산행길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
▼ 한참 숲길을 헤매며 크게 돌고 나니 문득 뚜렷한 길이 나타났다.
목골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에 도착한 것이다. ▼
▼ 목골에서 오르는 등산로와 합류한 지점부터는 온몸을 휘감는 나뭇잎의 공격이 깨끗이 멈췄다.
길이 편안한 것만은 아니지만 팔다리, 얼굴이 시원해 진 것만으로도 여간 홀가분한 것이 아니다. ▼
▼ 사진으로 익숙한 봉수대 도착. ▼
▼ 처음으로 조망도 터지고.
건너편 고고산의 모습이다.
보기에는 부드러운 능선길 같지만 사람의 발길을 가로막는 거친 숲길이 이어지는 험난한 구간이다. ▼
▼ 다시 돌아갈 일이 아득하여 정상 너머로 이어지는 하산길을 가늠해 봤지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
▼ 어쩔 수 없이 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간다. ▼
▼ 다시 봉수대.
여기까지는 룰루랄라 평범한 능선길이고. ▼
▼ 목골 하산길과의 갈림길부터 다시 거친 숲속을 헤치고 가야 한다. ▼
▼ 길옆 숲속을 찍은 것이 아니다.
헤치고 지나야 할, 엄연한 등산로이다. ▼
▼ 다시 헬기장. ▼
▼ 헬기장에서 이어지는 하산길 입구. ▼
▼ 팔다리, 얼굴, 노출된 모든 맨살로 나뭇잎을 훑으며 지나간다.
온갖 벌레들이 살갗에 묻어 난다. ▼
▼ 고고산 갈림길에 도착하여 겨우 한숨을 내쉰다.
직전에 굵은 거미줄이 제대로 얼굴을 휘감는 바람에 엄청 찜찜해지고 말았다.
털어도 털어도 손에 거미줄이 묻어난다.
게다가 빗방울까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니 산행은 즐거움은 아주 먼나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
▼ 지겨운 숲길을 지나 드디어 임도로 내려섰다.
그야말로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온다. ▼
▼ 주차 지점 도착.
도대체 사람 구경을 못한데다가 불친절한 숲의 공격에 혼쭐이 난 터라 서둘러 인간계로 탈출한다.
내려 오는 임도에서도 차 밑바닥이 긁히는 느낌 때문에 온몸이 근질근질해졌다.
태백으로 향하는 도로에서 시원한 소나기를 만나고는 오늘 더이상의 산행은 포기하기로 하였다.
아우~ 징글징글한 완택산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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