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검봉산 (劒峰山, 300대명산/숨겨진우리산 281번째)
2. 위 치 : 강원도 춘천시
3. 높 이 : 530미터
4. 산행일시 : 2020. 10. 31(토) 09:20-14:00 (4시간40분, 순수산행시간 4시간 이내)
5. 산행거리 : 11Km
6. 산행코스 : 강촌역 → 강선봉 → 검봉산 → 문배마을 → 구곡폭포 → 구곡폭포 매표소 → 강촌역 (원점회귀)
7. 동행자 : 마누라
- 모처럼 마누라를 끌고 모시고 산행에 나섰다. ITX청춘열차 2층 좌석에 앉아 여유로운 나들이를 하려 아껴 둔 곳. 코로나의 역설로 기차 좌석도 손쉽게 예매를 하였다.
오래 전부터 마누라와 동반 산행으로 둘러보려 미뤄둔 카드이니 제법 기대가 컸다. 10월의 마지막 날, 마침 날씨도 적당하여 모처럼 마나님에게 가을의 극치를 보여주며 딸랑딸랑 아부.. 생색을 낸 하루가 되었다.
- 가을 산의 분위기를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건만 검봉산의 숲길에서 전혀 새로운 감동을 경험한다. 온산에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이렇게 요란한 줄은 난생 처음 깨닫게 된 것이다.
황갈색 낙엽이 벚꽃처럼 휘날리는 숲길을 걸으며 화려한 가을빛의 절정을 떠나 보내는 서늘한 감동이 온몸에 차오른다. 검봉산에서 만난 형용할 수 없는 가을의 아름다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만 같다.
- 검봉산은 강원도 춘천에 있는 높이 530m의 산이다. 칼을 세워 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칼봉 또는 검봉이라 한다. 산줄기는 온통 깎아지른 듯한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고 자갈과 흙이 뒤섞여 있는 들머리 쪽 등산로도 경사가 급해 전체적으로 오르기가 수월치 않은 산이다. 남쪽으로 남산면에 접하고 서쪽으로 백양리가 있다. 북쪽으로 북한강을 두며 강 건너편에는 삼악산이 있다. 남쪽의 봉화산과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화산 근처 아홉구비를 돌아 떨어지는 50m의 웅장한 물줄기가 장관인 구곡폭포는 1981년 2월 13일 춘천시 관광지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2,423㎢이다. 구곡폭포 매표소에서 걸어서 약 20여분 거리에 폭포가 나타나는데 그 높이와 웅장함이 주변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져 있고, 기괴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하늘벽 바위 등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겨울철에는 빙벽 등반을 위한 동호인들의 발길이 잦다. 폭포 밑 우측 등산로를 따라 20여분 걸리는 "깔닥고개"라는 재를 넘으면 자연부락인 문배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산채비빔밥과 토속주를 판매한다.(춘천시 홈페이지 참조)
- 구곡폭포와 문배마을의 유래에 관하여는 을미년(1896년) 춘천 의병의 선봉장이었던 습재(習齋) 이소응(李昭應 : 1852~1930)의 습재집(習齋集)에 기록이 남아 있다.
이 문집의 ‘문폭유거(文瀑幽居)’ ‘문폭잡영(文瀑雜詠)’이라는 시의 제목에 문폭이란 지명이 보이는데 지금의 구곡폭포가 문폭(文瀑)으로 불리웠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앞 시에서는 문배마을에 대해서도 비교적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다.(강원도민일보 참조-2004.08)
- 구한말 습재 이소응의 문헌 기록을 따른다면 문배마을의 지명 유래에 관한 설왕설래는 무의미한 것이다.
각설하고 춘천시 관광사이트의 중국어 페이지는 문배마을을 "文背村"으로 소개하고 있으니 문배의 한자이름이 '文背'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문(文)의 등(背), 구곡폭포의 옛 지명인 문폭(文瀑) 뒤에 있어서 문배마을로 불리웠다는 해석이 자구(字句)에 충실한 것이고 논리적으로도 합당한 설명일 것이다.
▼ 강촌역에서 왼쪽으로 나와 마트 뒤 마을길로 바로 오른다.
강선봉이 오똑 솟아 있다. ▼
▼ 땀을 제법 흘린 뒤에 강선사에서 오르는 정규 등로에 이르렀다.
우리가 왔던 왼쪽 등로는 폐쇄되었다고 안내되어 있다. ▼
▼ 3월 이후 처음 산행에 따라나선 마누라가 의외로 쌩쌩하다.
초반 끝발이 개끝발.. 은 나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아 먼저 가시게 했다. ▼
▼ 급경사 바위 구간에서 헥헥대며 집사람 꽁무니를 쫓아 간다. ▼
▼ 전망바위에서 한숨 돌리며 내려다 본 강촌역 일대. ▼
▼ 가을색으로 깊게 물든 건너편 산자락에는 아침 안개가 남아 있다. ▼
▼ 삼악산도 완전히 가을옷으로 갈아 입었다. ▼
▼ 당겨 본 삼악산 세 봉우리.
삼악산을 몇 번 갔어도 등선봉 구간은 미답지여서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
▼ 1시간이 채 안 걸려서 강선봉에 도착했다.
저 너머로 검봉산이 보인다. ▼
▼ 강선봉에서 내려서는 길이 자못 고약하다.
가파른 바위 위에 나뭇잎과 모래가 섞여서 한 발 내딛기가 불편하다. ▼
▼ 돌아 본 강선봉.
사진 우측으로 꽤나 조심스럽게 내려 왔다. ▼
▼ 철 모르고 홀로 피어난 진달래 한 송이. ▼
▼ 북한강변 산자락들이 완전한 가을빛으로 물들었다.
내일 비가 오고나면 낙엽도 모두 떨어져 온산이 볼품없는 나신으로 변할 것이다. ▼
▼ 낙엽이 떨어지기 직전의 짧고 화려한 가을 색감이 환상적이다.
멀리 북배산, 명지산, 화악산도 보일텐데 잘 구별하진 못한다. ▼
▼ 멀리 검봉을 바라보며 숲길을 걸어간다. ▼
▼ 우리 부부의 발길에 채인 낙엽의 비명 소리가 낭자하다. ▼
▼ 검봉이 가까워지면 다시 완만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
▼ 하여튼 요맘때 숲길은 낙엽이 말썽이다.
한여름 녹엽(綠葉)의 결기가 남아 있는 놈들은 발밑을 위협하여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특히 내리막에서는 몇 번이나 나동그라질뻔한 위기를 넘겨야 했다. ▼
▼ 정상 직전에 묘한 바위들이 흩어져 있다. ▼
▼ 잎이 떨어지기 직전의 무성한 가을숲이 새삼 아름답게 보인다. ▼
▼ 들머리로부터 2시간10분이 걸려 도착한 검봉 정상.
여기까지 사람을 본 것은 강선봉 오르는 길에 잠깐 본 남녀 한 쌍이 유일했다. ▼
▼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한 팀이 올라 오기에 방(?)을 빼 주기로 한다. ▼
▼ 인적없는 전망대에 앉아 오붓하게 점심을 먹는다.
운전할 걱정도 없으니 소주도 맘 편하게 마시며 한참을 쉬어간다. ▼
▼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평 일대의 가을 풍경.
따스한 가을 햇살을 등지고 이런 그림을 바라보며 먹는 술맛이란~~!! ▼
▼ 상록수를 제외한 모든 나무들이 가을빛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
▼ 전망대 이후 나무 계단이 어찌나 고맙던지..
미끄러운 급경사 내리막에서 고난을 각오했던지라 길게 이어지는 편안한 계단이 대단히 마뜩하다. ▼
▼ 후두두둑, 툭탁, 요란한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주위를 살펴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
아하,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이렇게 소란스러운 것이었구나...
떨어지기 직전의 황갈색 잎이 이렇게나 무성한 가을숲을 본 기억도 많지 않거니와 굵은 빗방울처럼 시야를 가릴 정도로 일제히 흩날리는 낙엽을 느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번도 의식하지 못했던 농익은 가을의 소리, 역광 속으로 부스러지는 가을빛의 소리에 가슴이 젖어온다. ▼
▼ 문배마을 가는 숲길이 내내 아름답다.
깊은 가을 속으로 걸어가는 遊山의 행복감이 눈부시게 부풀어 오른다. ▼
▼ 표지판을 만나 봉화산 방향으로 산허리를 돌아 나가면, ▼
▼ 금새 문배마을로 들어서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
▼ 늘 궁금했던 문배마을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일변하였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보이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관광객을 위해 심었다는 핑크뮬리도 보인다. ▼
▼ 폭포 위 깊은 산속에 터잡은 마을이 흥미롭긴 하다.
6.25 전쟁 당시 북한군도 몰랐다고 하니 옛날이었으면 완벽한 은자(隱者)의 땅이 되었을 것이다. ▼
▼ 핑크뮬리의 환경 위해성 평가가 끝나지 않았으니 조금 자제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유행따라 전국 곳곳에 잔뜩 심어둔 요상한 잡초가 행여 애물단지로 바뀔까 염려가 된다. ▼
▼ 가운데 숲속으로 하산로가 이어진다. ▼
▼ 꽤나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인적없는 숲속에서 호젓한 가을를 만끽하던 중이라 영 적응이 안되는 느낌이다. ▼
▼ 구곡폭포 가는 길이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다.
사람 행렬이 잠시 끊길 때 사진을 찍어서 안 보일 뿐, 오가는 남녀노소 관광객이 꽤나 많다.
올해 내내 산에서 만난 사람들을 모두 합쳐도 오늘보다는 훨씬 적었을 것이다. ▼
▼ 드디어 평탄한 큰길이 나타난다.
오른쪽이 구곡폭포 가는 길.
그러고보니 그 많은 사람들은 무엇하러 힘겹게 문배마을까지 오르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내려 오면서 보니 만만치 않은 경사 구간이어서 노약자들에게는 엄청난 고역일 것이다. ▼
▼ 구곡폭포 가는 길. ▼
▼ 구곡폭포 오르는 계단 몇 개가 꽤나 힘들게 느껴진다. ▼
▼ 구곡폭포에도 사람이 많다.
결국 마스크를 꺼냈다.
산행중에 마스크를 쓴 건 처음 있는 일이다. ▼
▼ 그래도 모처럼 관광지 분위기를 느껴 보는 것은 새롭다.
고작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이 좋은 계절을 맘껏 즐길 수 없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고 한심스럽다. 우리 어머니를 포함하여 변변한 나들이 한번을 못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새삼 죄스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
▼ 알고 보니 입장료도 받고 있었다.
우리야 뭐, 거꾸로 왔으니~~ ▼
▼ 매표소 앞 버스 시간을 보니 30분이 남았길래 강촌역까지 그냥 걷기로 한다. ▼
▼ 강촌역까지 도로를 걷기에는 꽤나 멀었다.
춘천 하면 닭갈비이니 맛집도 정해 놨었지만 집사람과 합의하여 감자전에 두부전골로 여유있는 뒷풀이를 즐긴다. 검봉 정상에서 예약해둔 ITX 2층 좌석에 앉아 편안한 낮잠에 빠져 들었다.
산행이 매번 오늘만 같다면 마누라를 쉽게 달고 다닐 수 모실 수 있을 텐데... ▼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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