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연화산 (蓮花山, 200대명산 176번째)
2. 위 치 : 강원도 태백시
3. 높 이 : 1,172미터
4. 산행일시 : 2018. 3. 16(금) 13:55-17:05 (3시간10분, 순수산행시간 2시간40분)
5. 산행거리 : 5.5Km
6. 산행코스 : 연화산 유원지 → 우측 임도 → 연화산 정상 → 투구봉 → 여성회관 갈림길 임도 → 연화산유원지
7. 동행자 : 나홀로
- 연화산은 낙동정맥이 백두대간과 만나는 태백 한 가운데 불끈 솟아 있어 사방을 조망하는데 막힘이 없다. 태백시가 이 산을 중심으로 가락지처럼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속에 연화부수형의 명당 연당지가 있고 산의 형상이 연꽃처럼 생겨서 연화산이라 한다. 옛날엔 연화봉이라 불렀는데 최근에 와서 연화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연화산 주봉인 옥녀봉은 옛날 천지가 물바다로 되었을 때 옥녀봉에 옥녀가 피난을 왔고 통리의 유령산 갈미봉에 갈미를 쓴 남자가 피난을 왔는데 나중에 물이 다 빠진 다음 둘이 만나 세상에 사람을 퍼뜨렸다는 전설이 있다. 투구봉은 일명 비녀봉이라 한다. 봉우리가 바위 절벽으로 되어 있으며 그곳에 비녀바위가 있어 비녀봉이라 불렀다. 그런데 장군대좌형국의 뒷산 봉우리인 비녀봉의 바위 절벽을 장군의 투구로 보고 투구봉이라 부르게 되었다.(산림청 자료 참조)
- 인적 드문 산을 평일에 오르는 짓은 가능하면 피하려 했건만, 또한번 호되게 당하고 말았다. 태백에서 잠시 일을 보고 가볍게 찾아 나선 연화산에서 3월의 때아닌 눈으로 길을 잃고 헤매게 된 것이다.
워낙 태백시내에서 가까운 산이라 방심한 탓도 있지만 하필 태백에만 계속해서 눈이 내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올 겨울의 마지막 눈길을 나홀로 걸으며 새하얀 고독을 마주할 수 있었다.
▼ 연화산유원지 입구에 주차한다.
기껏 입구에 도착했다가 물을 사러 10km 가까운 거리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온 길이다. ▼
▼ 싸라기눈이 흩날리는 연화산 임도는 어둑한 적막감으로 뒤덮여 있다.
본래 이곳에서 좌측 여성회관 방향으로 갔어야 했는데 거리가 헷갈려서 직진하고 말았다. ▼
▼ 임도가 길게 이어진다.
계획했던 방향과 다른 것을 이내 깨달았지만 누군가의 산행기에서 여성회관 가는 임도로 투구봉 오르는 구간이 매우 험하다고 읽은 기억 탓에 여차직하면 올랐던 길로 다시 돌아 올 요량으로 계속 진행한다. ▼
▼ 고갯마루에 올라 안내도를 보니 연화산 정상오르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오는 길에 주의깊게 살펴 봤지만 분명히 등산로는 보이지 않았다. ▼
▼ 등로를 찾아 임도를 따라 더 진행해 보지만 이젠 내리막길이 펼쳐진다. ▼
▼ 내리막 임도를 한참을 가던 중에 아무래도 이런 날씨에 산행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거의 포기하는 기분으로 되돌아 섰다.
안내도가 있는 지점으로 돌아와 주의깊게 살펴 보니 아슬아슬한 길의 흔적같은 것이 가파른 숲속으로 이어진다. ▼
▼ 안내 표지는 커녕 그 흔한 산악회 리본 하나도 없는 길을 조심조심 올라가 본다.
조금만 올라보고 여차직하면 돌아 내려갈 생각이다. ▼
▼ 나뭇가지가 온통 거칠게 온몸을 막아서는 것을 보면 도저히 정규 등로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힘들게 올라온 것이 아까워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보니 점점 깊은 숲속으로 들어간다. ▼
▼ 길에 대한 확신이 없다보니 갈수록 불안감이 엄습한다.
점점 길의 흔적은 사라지고, 완전히 눈덮인 숲속에 오도가도 못한 채 갇혀 버렸다. ▼
▼ 설상가상 산길은 점점 더 가파르게 솟구쳐서 한 걸음 오르기가 버거워진다. ▼
▼ 가파른 벼랑길에서 온통 나뭇가지에 찔리면서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무언가 잡지 않으면 한발도 전진할 수 없는데 나무들도 얇은 잡목만 드문드문 있어서 여간 낭패가 아니다.
아무리 헤매어도 길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
▼ 고약한 잡목숲을 겨우겨우 벗어나서 무조건 바위가 보이는 쪽으로만 올랐더니 잠시 나뭇가지의 공격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
▼ 여전히 눈은 흩날린다.
나무에 쌓인 자잘한 눈더미들까지 계속 뒤집어 써서 온몸이 하얗다. ▼
▼ 멀리 투구봉이 보인다. ▼
▼ 까마득한 바위 절벽 밑을 지난다.
도대체 맞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
▼ 바위 봉우리에 올라 한숨을 돌렸나.... 싶었더니,
어라? 사방이 절벽이어서 저기까지 내려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
▼ 바위 봉우리에서 망설이며 겁을 먹은 채 힘겹게 내려 섰더니 다행히 희미한 길의 흔적이 나타났다. ▼
▼ 트랭글이 울리고 무언가 인공구조물이 보이더니.. ▼
▼ 드디어 정상이다. 아싸!! ▼
▼ 왔던 길로 되돌아 가는 것은 너무도 까마득하고..
에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투구봉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
▼ 정상 바로 옆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지나왔던 길을 일별하고. ▼
▼ 투구봉 가는 능선길이 비교적 흔적이 뚜렷하여 슬슬 긴장이 풀리기 시작한다. ▼
▼ 금새 투구봉이 나타났는가 싶었더니, ▼
▼ 새로운 고난에 직면한다.
분명 등로가 맞는 것 같은데 문제는 눈이 쌓여도 너무 쌓였다는 것.
바람에 날려 능선에만 모였는지 눈이 무릎 위까지 푹푹 빠지는 정도다. ▼
▼ 멀쩡한 듯 한 등로가 한 발 딛을 때마다 절묘하게 한 타이밍 늦게 무릎까지 쑥 빠진다.
스패츠는 안 가져 왔는데.. 올겨울 내내 내린 눈이 모두 쌓인 듯한 깊이이다. ▼
▼ 그 와중에도 오늘 처음 만난 산악회 리본이 반갑기만 하고. ▼
▼ 가쁜 숨을 내쉬며 힘겹게 마지막 봉우리에 올라, 선 채로 빵 한 조각을 먹는다. ▼
▼ 바로 이 앞이 투구봉이다. ▼
▼ 투구봉에 이르니 부쩍 마음이 놓인다.
태백시내를 휘둘러 파노라마 사진도 찍어 보고. ▼
▼ 길은 매우 가파르지만 밧줄이 보이는 걸 보면 등산로가 확실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
▼ 인적없는 눈길에는 정체모를 동물의 발자국만이 점점이 찍혀 있다. ▼
▼ 무덤가에서 뒤돌아 본 투구봉의 모습. ▼
▼ 무덤을 지나면 길은 더욱 가파르게 내리 꽂히지만,
나는 그저 기분이 좋아질 뿐이다. 왜냐고?
보라. 밧줄이 보이지 않는가 말이다. ▼
▼ 고독한 엉금엉금 쌩쇼를 마치고 드디어 임도에 내려 섰다.
한숨이 절로 나오고.. 머리카락은 온통 고드름으로 뒤엉켰다. ▼
▼ 새삼 무성의한 안내도에 눈길이 미친다.
온산의 안내도에 같은 사진을 복사해서 현위치만 바꿔 찍어 놨다.
나도 사업을 하는 사람이지만 너무 원가절감에 치우친 얼렁뚱땅 납품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
▼ 아까 지나쳤던 갈림길에 도착하였으니 이제부터는 왔던 길이다. ▼
▼ 왔던 길에 남아 있는 유일한 흔적은...
내가 올라 왔던 발자국 뿐이다.
오늘 하루종일 이 산을 지난 다닌 사람이 나 혼자뿐임을 증명하는 서글픈(?) 증거이다. ▼
▼ 주차장에 도착하여 온몸의 눈을 털며 잠시 숨을 돌린 후 바람같이 인천을 향해 내달린다.
별 것도 아닌 거리를 끙끙거린 것이 한심하기도 하지만 이런 악조건에도 무사히 산행을 마친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한 귀갓길이다. 썩은 나뭇가지에 매달리다 자빠진 바람에 살짝 젖혀진 손가락의 통증은 그저 작은 훈장처럼 아릿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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