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고덕산 (高德山, 200대명산 199번째)
2. 위 치 : 전라북도 전주시
3. 높 이 : 603미터
4. 산행일시 : 2019. 8. 30(금) 09:35-14:55 (5시간20분, 순수산행시간 4시간 이내)
5. 산행거리 : 7Km
6. 산행코스 : 고덕산장 → 능선삼거리 → 철탑 → 고덕산 정상 → 경각산 표지 → 상관면 갈림길 → 경각산 표지 → 우측 능선 → 경각산 표지 → 고덕산 정상 → 고덕산장 (원점회귀)
7. 동행자 : 나홀로
▼ 산행 궤적만 봐도 오늘의 참상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
- 홀로 하룻밤을 보내고 숙소에서 나와 느긋하게 콩나물해장국 한 그릇을 먹고 있는데 마누라에게 전화가 온다. 일찍 일이 끝나서 생각보다 빨리 인천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후 2시까지는 전주고속버스터미널로 모시러 가야 하니 고덕산 산행은 짧게 끝내기로 했다. 오후에는 아내와 합류하여 익산 미륵산을 유람하고 조촐한 만찬으로 200대명산 완등을 자축할 요량이다.
- 고덕산은 전주시 남동쪽에 있는 산으로 등산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명산은 아니지만 전주시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산자락에 남고산성, 남고사, 만경대, 관성묘 등의 많은 유적들을 품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산행 들머리는 관성묘 입구 마을로 한다. 삼경사 갈림길 능선을 따라 오르는 등산 코스는 오가는 이들이 적어 호젓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능선을 따라 오르면 산성터가 나타난다. 남고산성은 고덕산과 천경대, 만경대, 억경대 등 봉우리를 이어쌓은 산성이다. 남동쪽으로는 남원, 고창으로 통하는 교통상의 중요한 곳을 지키고, 북쪽으로는 전주를 내려다 보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 이곳에 고덕산성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며, 조선 순조 13년(1813)에 성을 고쳐 쌓고 남고산성이라 했다. 이 성은 유래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도 기록이 보인다. 순조 13년에 보수공사를 할 때 성 안에는 4개의 연못과 25개의 우물이 있었으며, 민가 100여 채가 있었다고 한다. 서쪽에는 비밀문이 하나 있었으며 동서남북에 각각 하나씩 포루가 설치되어 있고, 관청, 창고, 화약고, 무기고를 비롯한 각종 건물이 많았다.
정상은 널따란 헬기장으로, 북서쪽으로는 전주시가지가 내려다보이며 운장산, 만덕산, 모악산 등이 고덕산을 감싸 듯 둘러 서 있다.(산림청 자료 참조)
- 고덕산은 길게 걸어보고 싶었다. 남고산과 산성 부근에 역사의 흔적이 많이 남아서 고덕산만 오르기는 아까웠기 때문이다. 오늘도 부부 상봉(?)까지 시간이 많아서 충분히 즐겨보려 했지만 마나님이 일찍 오신다니 어쩌겠는가. 여러모로 내키지 않았던 고덕산장 원점 산행을 위해 차를 몰게 된 것이다.
- 미신은 커녕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종교를 경멸하는 나로서는 운명이나 운세, 징크스, 저주 따위의 단어는 전혀 별세계의 일이다. 양자역학과 시뮬레이션 우주론에 주목하기도 바쁜 요즘에랴.
아홉수라 하면 딱 떨어지는 완성된 수 직전의 '마지막 관문'을 의미하거니와 합리적으로 추론하자면 심리적 효용 내지 문학적 클리셰로서만 그 상징적 가치를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고덕산이 200대명산 완등 직전의 199번째 산행지임을 꿈에도 의식하지 않았다. '200대명산 완등'이라는 사실도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았으니 마지막 관문이라고 생각한 것도 아니다. 그랬는데....
하필 윗부분만 뾰족하게 가파른 고덕산 정상을 하루에 세 번씩이나 다시 오르게 될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나중의 일이지만 집에 와서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새삼 억울하고 분하여 홀로 눈물이 핑 돌 것만 같다. 이제부터 아홉수의 고덕산에서 겪은 사상 초유의 눈물겹고 황당한 산행 기록을 정리하기로 한다.
▼ 오늘 들머리는 고덕산장 삼거리.
숙소에서 10여분만에 도착했다. ▼
▼ 직진해서 고덕산장을 지나 정상을 오른 후 왼쪽으로 내려 올 계획이다.
평소같으면 정보가 거의 없는 왼쪽길로 먼저 올라서 오른쪽으로 내려왔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오늘의 비극(?)은 피할 수 있었으련만, 하지만 그럴 수 없는 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역시 평일 아침이어서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
▼ 바로 이 놈들. 고덕산장의 개XX들 때문이었다.
풀려 있는 개떼에 놀라 골탕을 먹었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더니 아니나다를까 5,6마리의 개들이 몰려나와 엄청나게 짖어댄다. 시끄러우면 주인이 나오지 않을까 잠시 기다려 봐도 전혀 인기척이 없다.
족구장 표지 뒤쪽으로 오른편에 등로가 있는데 앞뒤로 포위한 이 놈들을 지나가기가 영 신경쓰인다. ▼
▼ 뒤에서 달려들까 사주경계를 하며 서둘러 등로에 오르느라 카메라도 흔들렸다. 젠장..
오래전 소방공무원 시절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보니 군대에서 휴가나온 집주인 아들이 키우던 개에게 종아리를 물려 있었다. 결국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지만 탱탱한 젊은이의 근육은 단순한 열상에 그치지 않고 내부 압력으로 상처부위가 뒤집어져 있었다.
간단하게 소독하고 꿰맬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었단 말이다. 그 이후 나는 작은 개가 지나가더라도 종아리나 허벅지는 절대 물리지 말아야겠다고 늘 뒤를 조심하는 편이다. ▼
▼ 뚜렷한 등로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늘도 나뭇가지를 주워들고 거미줄을 걷어내며 걷는다. ▼
▼ 급경사 등로를 잠시 오르면 왼쪽 멀리 고덕산 정상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
▼ 고덕산 정상부는 유난히 뾰족하다. ▼
▼ 수월하게 능선길로 올라 섰다. ▼
▼ 능선길은 거의 임도 수준이다.
어제 만덕산부터 오늘 고덕산까지 사람은 털끝 하나 보지 못하였지만 이렇게 넓은 길을 걷는 기분은 참으로 편안한 것이다. ▼
▼ 철탑을 지나 정상이 가까워지면 제법 산길같은 분위기가 나기 시작한다. ▼
▼ 오늘 처음 터진 조망. ▼
▼ 사진으로 자주 보았던 계단이 나타났다.
정상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이다. ▼
▼ 계단을 오르며 계속해서 뒤를 돌아 본다. ▼
▼ 계단의 모든 지점이 환상적인 조망터이다.
지나온 철탑 너머로 남고산과 전주 시가지의 모습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
▼ 전주시 파노라마 전경. ▼
▼ 오른쪽 멀리 익산의 미륵산이 보이고.
왼쪽 중앙에 구름을 이고 있는 것이 모악산이다. ▼
▼ 모악산과 구이저수지. ▼
▼ 당겨 본 모악산과 구이저수지. ▼
▼ 특히 마음에 흡족한 것은 파란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이다. ▼
▼ 당겨 본 전주 시가지. ▼
▼ 계단을 모두 올라서면 코 앞이 정상이다. ▼
▼ 정상 직전 이 갈림길은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산행기는 이쪽 길로 하산했다는 것이었는데... ▼
▼ 인적없는 널찍한 정상에서 홀로 여유를 즐긴다.
천천히 걸었지만 고덕산장에서 1시간10분 정도가 걸렸으니 아직 11시도 안된 이른 시각이다. ▼
▼ 땅바닥에 배낭을 놓고 어렵게 셀프 인증샷을 찍었다. ▼
▼ 반대편으로 보이는 것은 어제 올랐던 만덕산이다.
멀리서 봐도 관음봉이 확실하게 눈에 띈다. ▼
▼ 먹구름 한 조각이 몰려 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
▼ 허겁지겁 우비를 걸친 후 비내리는 정상 구석구석을 둘러 본다.
화원마을로 연결되는 등로는 잡풀이 무성하다. ▼
▼ 비내리는 정상 너머 서쪽은 맑게 개인 하늘이고. ▼
▼ 먹구름이 동쪽, 만덕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
▼ 당겨 본 만덕산의 마루금.
오른쪽에 관음봉이 볼록하다. ▼
▼ 다행히 금새 비가 그쳤다.
15분 정도 정상에서 놀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지나온 정상 직전 갈림길(지도에는 표시가 없다!)로 내려가면 3,40분도 안 걸려 산행이 끝날 것이다. ▼
▼ 여유가 넘쳐 너무 건방을 떨었던 것일까.
늘 정보가 부족하여 궁금했던 왜목재 방향으로 내려 갈 생각을 떠올렸다.
분명 지도에 있는 길인데 왜 이쪽 등로에 대한 사진이나 답사 정보가 없는지 늘 의아했었다.
길이 썩 좋지 못할 것은 충분히 예상되지만 후답자들을 위해 이 쪽 코스에 대한 기록을 남겨 볼 욕심을 낸 것이다. ▼
▼ 역시 등로 상태가 썩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길의 흔적이 뚜렷하므로 스스로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신하며 신나게 내려간다. ▼
▼ 가파른 길에 나타난 표지판이 좀 이상하다.
경각산이 왜 나오지?
내가 경각산 방향을 착각했던 탓이려니, 무심코 지나친다. ▼
▼ 내려와서 뒤돌아 본 짧은 급경사 바위구간.
온통 젖은 길이 미끄럽고 험하여 꽤나 조심스러웠다. ▼
▼ 가파른 구간은 모두 지나고 완만한 숲속 오솔길을 걷는 즐거움에 콧노래가 절로 나오던 찰나, ▼
▼ 낯선 갈림길 이정표를 보고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상관면은 어제 만덕산을 가며 지났던 동네이기에 위치를 알거니와 방향이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그제서야 GPS 궤적을 살펴보니 전혀 엉뚱한 루트를 걷고 있었다.
급경사 구간을 다 내려왔으니 사실상 하산을 마친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냥 상관면으로 내려가서 택시를 탈까?
잠시 갈등한다.
결국 되돌아 가기로 했다. 다시 오르려면 힘은 들겠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넉넉하다.
어디선가 놓쳤을 갈림길을 찾지 못한다면 정상 너머 확실한 길로 내려가면 그만이란 생각이다. ▼
▼ 좋지 않은 급경사 오르막을 다시 오르자니 땀이 뻘뻘 난다. ▼
▼문제의 경각산 표지에 이르러 돌아서보니 왼쪽으로 희미한 길의 흔적이 보인다.
아하, 여기를 지나쳤구나.
별다른 고민도 없이 왼쪽 숲길로 방향을 잡았다.
여기까지 왕복 40분 가까운 시간을 날렸지만 까짓 이정도 알바가 대수랴 싶은 것이다. ▼
▼ 희미한 길의 흔적이 나름 확실하게 이어진다. ▼
▼ 여기서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걷고 있는 능선길의 왼쪽 아래가 고덕산장이 있는 계곡이라 믿었던 것이다.
사실 고덕산장은 저 왼쪽에서 흘러내린 또다른 능선 너머에 있었던 것이니 이 사실을 깨달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
▼ 만덕산 주능선이 좀더 가깝게 보인다.
아파트가 보이는 동네가 상관면 신리이다.
시원한 조망이 자주 열리는 능선길에서 희희낙락한다.
지도상 등산로를 따라가고 있음을 GPS 궤적으로 확인까지 했으니 스스로의 선택이 만족스러울 뿐이다 . ▼
▼ 어느 순간 길은 좌측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조금 이상한 것은 고덕아파트 가는 갈림길이 안보인단 사실이다. ▼
▼ 희미한 등로는 급격히 아래쪽으로 떨어진다. ▼
▼ 급경사 구간을 겨우 내려와 확실한 길의 흔적이 보인다고 살짝 안도한 것도 잠시, ▼
▼ 작은 계곡에 이르러 거짓말처럼 길이 사라져 버렸다!!.
거미줄 수십개가 쳐져 있는 수풀을 헤집고 들어가 봐도 길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
▼ 왔던 길과 길이 사라진 지점 사이를 여러번 왕복했지만 전혀 방법이 없다.
혹시나 하여 무릎까지 빠지는 젖은 낙엽을 뚫고 저 아래까지 내려 갔다 올라 오기도 한다.
설상가상 골이 깊으니 신호가 터지지 않아 GPS 궤적도 확인할 수가 없고..
거의 넋이 나간 채 40분간을 헤매고 다닌다.
산을 거의 다 내려온 셈이니 어떻게든 뚫고 가보려 했지만 뭔가에 홀린 것처럼 점점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
▼ 결국 다시 정상으로 올라 가기로 한다.... ▼
▼ 사진 찍을 정신도 없이 한참을 끙끙거린 후 겨우 능선으로 올라 섰더니 그야말로 진이 다 빠져 버렸다.
고덕산 정상이 보이는 바위에 널브러져 샌드위치를 꺼냈다.
혹시나 하여 아침에 구입했기 망정이지, 먹을 것도 없었더라면 완전한 지옥을 경험했을 것이다. ▼
▼ 허기를 채우며 내려다 본 산 아래 세상은 물색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
▼ 멀리 익산의 미륵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오후에 마누라와 저 곳을 느긋하게 유람하며 200대명산의 대장정(?)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는데... ▼
▼ 능선으로 오르니 신호가 터져서 마누라와 통화를 한다.
이미 전주터미널에 도착한 아내는 내가 내려 갈 대성초등학교 부근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만덕산 위 하늘은 무심히 아름답기만 하다. ▼
▼ 오늘 세번째 만난 경각산 표지.
여기에서 정상까지는 지척이니 이를테면 고덕산 정상을 세 번 오른 셈이다. ▼
▼ 여전히 인적없는 평일의 고덕산 정상으로 다시 올라 섰다.
현재 시각 14:10.
아까 11시경 하산을 시작했으니 물경 3시간10분을 알바로 허비한 것이다.!!! ▼
▼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고덕산장 이정표를 따른다. ▼
▼ 잘 정비된 등로를 걷노라니 어쩐지 서글픈 마음마저 일어난다. ▼
▼ 그렇게 찾았던 고덕아파트 갈림길이 나타났다!!
이 지점의 바로 오른쪽 아래까지 내려왔다가 길을 못 찾고 정상으로 돌아 내려온 것이다.
다음, 네이버의 지도를 믿었다가 몇번씩 낭패를 겪어 놓고도 이번에 또다시 호되게 당한 셈이다.
즉 정상에서 여기까지는 다음, 네이버 지도에 없는 길이고, 여기부터는 모두 지도에 표시된 길이다. ▼
▼ 개 사육장을 지나 고덕산장 족구장에 이르렀다. ▼
▼ 천신만고 끝에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가파른 정상을 세번씩이나 오르내리다니..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참사(?)가 벌어진 날이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충격(?) 때문인지 형용할 수 없는 피로감이 몰려 온다.
고덕아파트 앞에서 기다리던 마누라를 태우고 익산의 숙소로 향한다.
오늘은 만사작파하고 소주나 한 병 마신 후 일찌감치 뻗어야만 한다. ▼
'산림청200대명산(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대명산 완등]산행기록 정리 및 후기 (1) | 2019.11.17 |
---|---|
200.전북 익산 미륵산(430m) 호남평야에 우뚝 솟은 백제문화의 寶庫 (2019.8.31) (0) | 2019.09.10 |
198.전북 완주 만덕산(763m) 부드러운 속살을 지닌 內柔外剛의 부처산(2019.8.29) (0) | 2019.09.01 |
197.경북 안동 학가산(882m) 맑은 여름날의 遊仙峰 신선놀음(2019.8.17) (0) | 2019.08.22 |
196.경북 칠곡 유학산(839m) 빗속에 몸을 감춘 신비(?)의 명산(2019.8.16) (0) | 2019.08.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