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림청200대명산(完)

109. 전남 영광 불갑산(516m) 촉촉한 봄비에 젖은 백제숲의 비린내(2014.3.25)

by 日新우일신 2014. 3. 27.
728x90

 

 

 

1. 산 이 름 : 불갑산 (佛甲山, 200대 명산 109번째)
2. 위 치 : 전라남도 영광군
3. 높 이 : 516미터
4. 산행일시 : 2014. 3. 25(화) 11:05 - 13:40 (2시간30분, 순수산행시간 2시간10분)
5. 산행거리 : 5.5Km
6. 산행코스 : 불갑사 → 동백골 → 해불암 → 연실봉(정상) → 구수재 → 동백골 → 불갑사
7. 동행자 : 나홀로

 

- 역사의 패배자 백제의 옛 땅은 타지인들에게는 잊혀져 간다. 그 희미한 백제의 천년 전 흔적들을 간직한 불갑산은 영광의 진산이다. 교과서에서 들었던 마라난타가 등장하고, '부처의 甲' 불갑사가 자리잡고 있는 불갑산은 멀리서 보이는 산의 형태가 늙은 쥐가 밭을 향해 내려 오는 노서하전(老鼠下田)의 형세와 같다고도 한다.

 

- 매년 9월이면 꽃무릇(상사화)이 지천으로 피어 전국의 연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도 유명한 산.

입구에 들어 서니 한눈에도 영광군이 심혈을 기울여 다듬고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잘 정비된 등산로를 홀로 걷노라니 스치는 상념에 빠져 들게 된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 영광을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불과 서너 달 전, 200대명산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런 산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었다. 어쩌면 우리 아버지도 한번쯤 걸었을 이 길을 아버지보다 더 많은 삶을 살아낸 이제서야 우연히 따라 걷게 된 것이다.

 

- 새벽 4시반에 일어나 목포를 향해 출발한다. 주말 무박산행에 이어 사흘째 잠을 설쳤더니 피로가 몰려온다.

부안 근처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40여분간 잠에 빠져 들었다. 운전에 집중하다 보면 여간해서는 중간에 쉬지 않는 편인데 몸이 피곤하긴 했나보다.

그래도 목포 해경청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니 10시가 되지 않았다. 불갑산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50분.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줄 알았더니, 아뿔싸. 갈아 입을 등산복이 없다.

전날부터 챙겨 놓은 등산복을 집에 놓고 온 것이다.

 

- 넥타이를 풀고 난생 처음 양복 바지에 와이셔츠 차림으로 등산 배낭을 멘다. 다행히 등산화는 챙겨 왔다.

오늘은 12시 이후부터 이 지역에 비 소식이 있었는데 역시나 하늘은 잔뜩 찌푸렸다. 일기예보가 안 좋은 쪽으로는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징크스는 오늘도 여전했다. 대한민국 기상청의 탁월한 예측능력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 불갑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일반차량 출입금지 표지가 붙어 있다.

불갑사까지는 900m. 100여 미터 걷다가 되돌아와 차를 끌고 들어 가기로 한다.

평일이어서 통제하는 이도 없거니와 비가 쏟아지기 전에 후다닥 산행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

 

 

 

▼ 불갑사 바로 앞에 차를 세웠다. 등산 시작. ▼

 

 

 

▼ 불갑저수지에 산봉우리가 잠겨 있다. ▼

 

 

 

 

 

▼ 역시 상사화축제의 본고장답게 꽃무릇이 지천이다.

선운사에서 처음 보았던 꽃무릇의 빨간 융단을 머리 속에 떠올려 본다. ▼

 

 

 

 

 

 

 

▼ 얼마전 이 곳에서 변산바람꽃을 보았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야생화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기대할 수 없는 행운이다.

이름은 모르지만 그저 혹시나 싶어 야생화에 눈이 갈 뿐이다. ▼

 

 

 

 

 

▼ 동백골 갈림길에 도착.

아직 비는 오지 않고 있지만 일기가 심상치 않으니 일단 최단거리로 정상을 향한다.

해불암으로 오르는 길이 위험한 것으로 표시해 놓은 지도도 있었는데 실제 가 본 길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

다만 경사가 가파르고 숲길이어서 별다른 조망이 터지지 않을 뿐이다. ▼

 

 

 

 

 

▼ 동백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동백골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생각보다는 동백나무가 많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

 

 

 

 

 

 

 

 

 

 

 

 

▼ 이 꽃도 이름을 찾아보면 알 수는 있을텐데.. 까짓 사람이 붙인 이름이 무에 대수냐.

길 양편으로 군락을 이루어 인적없는 등산길 내내 나를 반긴다. ▼

 

 

 

▼ 해불암 가는 등산로에도 온통 상사화로 뒤덮였다.

꽃이 피는 9월이라면 꼭 이 코스로 정상을 올라야 할 것 같다.  ▼

 

 

 

 

 

 

 

 

 

▼ 해불암 약수터. ▼

 

 

 

▼ 해불암을 스쳐 지나고. ▼

 

 

 

▼ 갑자기 허기가 밀려온다.

와룡산 산행후 이틀만에 또 가파른 길을 오르자니 다리가 무겁다.

잠시 서서 허겁지겁 빵 한 조각을 먹는다. ▼

 

 

 

 

 

 

 

 

 

▼ 연실봉(정상) 직전 108계단.

이 계단을 오르면 백팔번뇌가 사라진다는 믿거나말거나 전설이 있단다. ▼

 

 

 

 

 

▼ 정상에 오르니 축축한 안개가 사위를 뒤덮었다.

10미터 전방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

 

 

 

 

 

 

 

▼ 본래 연실봉은 거대 암봉으로 이루어져 사방의 조망이 압권이라던데..

오늘은 안개로 뒤덮인 답답함이 압권이다. ▼

 

 

 

 

 

 

 

▼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하산을 서둘러야 한다.

다시 108계단을 내려 가고. ▼

 

 

 

 

 

 

 

▼ 구수재를 향해 걷는 능선길은 제법 험한 부분도 몇 있다. ▼

 

 

 

 

 

 

 

 

 

▼ 뒤돌아 보니 암봉의 위세가 자못 험악하다.

하필 산마루에만 안개가 뒤덮여서 사람을 감질나게 만든단 말이더냐. ▼

 

 

 

 

 

▼ 능선길 좌측 아래는 함평군이다.

저 아래에도 역시 커다란 상사화 축제장이 있는 모양이다. ▼

 

 

 

 

 

 

 

 

 

 

 

 

 

 

 

 

 

▼ 어떤 이의 유택(幽宅)인지는 모르겠으되 고혼이 심심치는 않을 듯 하다.

등산로 한 가운데 위치한 묘지를 둘러 동그랗게 길이 나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

 

 

 

▼ 어느덧 길은 넓어지고 완만하고 편안한 하산길이 이어질 무렵, 비가 내린다.

일기예보에 적혀져 있던 바로 딱, 그 시각이다.

한 손엔 우산을 들고,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 유유히 산길을 걷는다.

비내리는 이 곳 불갑산은 오늘만큼은 온통 내 것이다. ▼

 

 

 

 

 

 

 

▼ 구수재에 도착하여 우측 동백골 방향으로 꺾는다.

길은 더 넓어져서 자동차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빗방울은 더 굵어졌지만 갈 길이 편안하니 마냥 여유롭다. ▼

 

 

 

 

 

▼ 왼쪽 작은 계곡물이 흘러 불갑저수지로 흘러든다.

여하튼 온통 상사화다. ▼

 

 

 

 

 

 

 

 

 

▼ 동백골 갈림길에 다시 도착했다.

오른쪽이 아까 정상으로 올랐던 길이다. ▼

 

 

 

 

 

 

 

 

 

▼ 봄비내리는 불갑저수지에 비단잉어들이 몰려 다닌다.

자세히 보니 이 저수지에는 갈겨니 등 계곡에 사는 물고기들이 가득하다.

잉어가 살기에는 물이 너무 깨끗한 것은 아닐까? ▼

 

 

 

▼ 불갑사에 도착하여 경내를 둘러본다.

백제불교의 중심이었던 이 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규모가 큰, 대찰이다. ▼

 

 

 

 

 

 

 

 

 

 

 

 

 

 

 

▼ 불갑사에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도로 양 옆에도 역시 상사화 밭이다. ▼

 

 

 

 

 

 

 

▼ 주차장 입구에서 되돌아본 불갑산 전경.

이제는 또 부지런히 곡성 장례식장을 향해 차를 달려야 한다.

땀에 젖은 옷차림의 문상은 예의가 아니겠으되 갈아입을 옷이 없는 형편을 고인께서도 혜량하여 주시겠지.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