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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200대명산(完)

107. 경기 가평 호명산(632m) 쓸쓸한 나홀로 겨울산행(2014.2.21)

by 日新우일신 201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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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 이 름 : 호명산 (虎鳴山, 200대 명산 107번째)
2. 위 치 : 경기도 가평군
3. 높 이 : 632미터
4. 산행일시 : 2014. 2. 21(금) 13:15 - 17:20 (4시간, 순수산행시간 3시간)
5. 산행거리 : 9Km
6. 산행코스 : 대성사 입구 → 호명산 정상 → 기차봉 → 호명호수 삼거리 → 감로사  → 대성사 입구(원점회귀)
7. 동행자 : 나홀로

 

-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 여부가 판가름나는 새벽, 잠을 설친다. 비몽사몽간에 못 보았던 아사다 마오의 프리 점수가 140점을 넘겼다는 사실을 알고 정신이 번쩍 난다. 연이어 나오는 선수들에게 퍼주는 점수가 심상치 않다. 김연아의 피겨 경기에서 자주 보았던 패턴이 이어진다. 경쟁 선수들에게 넉넉하게 퍼준 후 단 한번이라도 실수하면 가차없이 금메달을 빼앗아 버리는 시나리오. 그렇더라도 점수를 줘도 많이 주고 있다.

 

- 김연아가 마지막에 등장하고, 긴장은 최고조에 달한다. 벤쿠버 올림픽때 나는 또 얼마나 쫄아 있었던가. 그나마 당시에는 점프 하나 정도는 실수해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진짜다!! 아차, 하나만 실수하면 무조건 우승이 날아 가도록 이미 판은 짜여졌다. 남은 건 오로지 클린, 완벽한 연기 뿐이다.

 

- 가족들도 안 깨우고 숨도 못 쉬면서 TV 화면을 쳐다 본다. 7개의 점프중 6번째 트리플 살코 랜딩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드디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마누라와 큰아들놈이 각자 방에서 나와 TV 앞으로 모여 들었다. 마지막 더블악셀 역시 손쉽게 성공. 드디어 금메달을 확신한다. 이렇게 엄청난 압박을 이겨내고 또다시 클린이라니.. 내 손바닥은 이미 흥건하게 젖어 있다. 어쨌든 김연아가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무조건 이기게 되어 있는 것이다.

 

- 새로운 프리 세계 신기록 점수를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 나는 수다스러워진다. 역시 김연아라며, 어떻게 저런 애가 우리나라에 나타났냐며, 결국 피겨 강대국의 장난질을 완벽하게 막아 냈다며...

........??? 점수를 보고난 후에는 한참을 어리둥절하고 말았다. 이런 말도 안되는 사건이 진짜로 벌어지다니..

피겨 여자싱글의 새로운 전설이 완성되는 역사적 무대에 그야말로 똥물이 끼얹어진 것이다.

 

- 아침해가 뜰 때까지 잠을 못 자고 담배만 다섯 개비를 피운다. 오후 행사에 참석하기 전에 사무실에 잠깐 들렀다 나오려 했는데 아무래도 글렀다. 한두 시간 겨우 눈을 붙이고 길을 나선다. 계획대로 모임 장소 부근 산을 혼자 오른 후 행사장에 합류하기 위한 것이다. 마음은 우울하다. 인생살이 많고 많은 삶의 부조리에 시달리며 어느덧 굳은 딱지가 생겼다고 자부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스포츠 경기에서까지 이런 어이없는 광경을 보고 나니 입맛이 싹 달아나 버렸다.

 

(많은 이들이 편파판정 여부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사실은 한 가지만 생각하면 답이 나오게 되어 있다. 구성점수 즉, 예술점수를 보면 얼마나 판정이 엉터리인지 뻔히 보이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피겨의 기술점수는 점프만 잘 뛰어도 대번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단기간에 정상권을 따라 잡을 수도 있다.- 이것도 사실은 말이 안되지만.. 미국의 어느 언론 기사처럼 100미터를 10초대에 달리던 육상선수가 한 달 뒤에 갑자기 자기 기록을 1초 이상 줄여 우사인 볼트를 이길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

  그러나 예술점수는 길게는 몇 년에 걸쳐 검증되는 것이기에 한두 달 사이에는 절대로 역전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옛날 카타리나 비트보다 기술적 재능이 앞섰던 미국의 흑진주 데비 토마스가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것도 예술점수 때문이었고, 지금도 펄펄 날아 다니는 주니어 선수들이 시니어 선수를 절대 이길 수 없었던 것도 예술점수 때문이다.

소트니코바의 구성점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합계 20점 이상 갑자기 폭등하면서 김연아와 동급으로 평가된 것은 더이상 말할 필요도 없는 명백한 편파판정의 증거이다. 피겨의 역사에서 예술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챔피언의 덕목이었다. 트리플 악셀을 뛰었던 점프머신 이토 미도리를 아무도 레전드로 기억하지 않는 것처럼, 크리스티 야마구치나 미셀콴이 지금까지도 높이 평가받는 것처럼, 예술점수는 결코 하루아침에 따라 잡을 수 없는, 또는 평생을 걸쳐서도 넘기 힘든 최고의 재능인 것이다. 피겨의 예술성을 이런 식으로 멋대로 퍼준다면 피겨스케이트는 더이상 존재할 가치가 없어진다. 차라리 서커스단의 얼음판 곡예를 감상하는 것이 더 재미있는 구경거리이기 때문이다.)

 

- 산행기에 엉뚱한 김연아 이야기가 늘어졌는데 기왕 말 나온 김에 한 마디 덧붙이자면, 김연아야말로 현대 피겨의 역사를 바꾼 전설중의 전설로 기록될 것이다. 이것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확실한 평가를 받을 것이고 그녀가 이룩한 생애 모든 경기에서의 포디움 달성이라는 눈에 드러난 세계 최초의 기록을 넘어서는 엄청난 업적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그녀만큼 운동기술과 예술성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스케이터는 없었다. 시대가 다르므로 카타리나 비트 등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점프의 스킬 등 기술성만 따지더라도 김연아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정직함이다. 스케이트의 엣지와 토를 구분하여 뛰어야 하는 피겨 점프에 있어서 그야말로 '피겨의 교과서'로서 완전무결한 정석 연기를 보여준 김연아의 업적은 피겨 역사에 굵은 획을 그은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고난도의 정석 점프 사이사이에 안무를 물흐르듯 연결시키는 등 기술성과 예술성의 조화를 이룬 김연아의 안무는 세계 여자 피겨계에 엄청난 영향을 줘서 수많은 여싱 선수들이 그녀를 따라하게 되었다. 이런 흐름은 소치 올림픽에서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 현대의 여자 피겨스케이트 역사는 '김연아 이전'과 '김연아 이후'로 명확히 구분되어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해야만 할 중요한 사실. 피겨의 채점 방식이 김연아의 현역 시절에 여러번 바뀌었지만 최근의 채점방식은 순전히 김연아를 견제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결코 팔이 안으로 굽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점프를 뛰어서 넘어지거나 회전수가 부족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기본점수를 준다거나, 롱엣지와 회전수 부족에 대한 관대한 판정이 이루어지는 작금의 채점방식은 김연아와 나머지 여싱 선수들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세계 피겨 강대국(특히 일본)들의 고육지책이었던 것이다.

증거가 필요한가? 간단한 증거가 있다. 이렇게 규정이 바뀌기 전에는 시니어 무대에서 3-3 연결점프를 시도하는 여싱이 김연아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없었다. 성공률이 떨어지는 고난도 점프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점수가 왕창 깎였기 때문이다. 도박을 하는 것보다는 확률적으로 가능한 기술을 선택해야 최소한 은메달이라도 건질 수 있었기에 모든 탑 여싱들이 3-3 점프를 함부로 시도할 수 없었다. 롱엣지와 언더로테의 대명사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악셀에 목을 맨 것도 이 때문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김연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도무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규정이 바뀌면서 점프에서 넘어져도 점수를 받고, 덜 돌아도 점수를 받게 되면서 이제는 많은 여싱 선수들이 3-3을 뛰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일본이 아사다마오에게 차라리 넘어지더라도 3바퀴 이상 회전만 하라고 응원했겠는가. 나는 김연아만큼이나 오래본 캐롤리나 코스트너가 실전에서 3-3 점프를 뛰는 모습은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봤다. 그마저도 3t-3t 였지만..

고난도 기술을 장려하기 위해 시도 자체에 대해서도 점수를 준다는 세계피겨계의 명분은 그야말로 다른 별에 있는 김연아를 지상으로 끌어 내리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했던 것이다.)

 

- 김연아 이야기는 일단 여기서 끝. 나중에 시간나면 따로 썰을 풀어 보기로 하자.

 

- 호명리, 아갈바위봉, 아갈바위골 등 호랑이와 관련한 지명이 많이 남아 있는 호명산은 북한강변 청평유원지 옆에 우뚝 솟아있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지만 꽤나 울창한 숲을 이루었던지 호랑이가 많아 그 울음소리가 자주 들렸던 모양이다.

수도권과 가까워 전철역 등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이 뛰어나기에 호명호수와 연계한 근교산행지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 평일 오후의 호명산은 쓸쓸하다. 산행 들머리인 대성사 입구는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이라 더더욱 인적이 없는 곳이다.

오늘 산행코스는 능선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북쪽 사면을 타고 오르 내리는 길이라 눈이 발목까지 쌓인 눈길을 걷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오롯이 산과 호흡하며 홀로 걷는 숲길이 오랜만이다.

 

 

▼ 차를 주차시키고 호명산 능선길을 바라본다.

산행 들머리인 오른쪽을 따라 올라서 능선을 타고 한 바퀴 돌아 정면의 큰 길로 내려 오게 된다.  ▼

 

 

 

 

 

 

 

▼ 눈쌓인 길을 치고 올라 잠시 숨을 고른다.

대성사는 저 아래 어디일텐데, 어디 있는지 흔적도 없다. ▼

 

 

 

▼ 나뭇가지 사이로 호명호수가 보인다. ▼

 

 

 

 

 

 

 

▼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래도 등로가 뚜렷하여 길잃을 염려는 없다. ▼

 

 

 

 

 

 

 

 

 

▼ 청평유원지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났다.

정상이 바로 코 앞인 것이다. ▼

 

 

 

▼ 정상에 오르니 아무도 없다.

한 켠에서 점심에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있자니 한두 팀 사람이 나타 나기 시작했다.

오늘 산에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들이다. ▼

 

 

 

 

▼ 대금산 방향.

미세먼지로 뒤덮인 발 아래 세상이 희뿌옇다. ▼

 

 

 

 

 

 

▼ 파노라마 사진도 만들어 보고.

열심히 보정한 것이 이 정도이다.

실제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 세상이 부옇다. ▼

 

 

 

 

 

▼ 멀리 호명호수도 줌으로 당겨본다. ▼

 

 

 

 

 

▼ 정상에서 한 시간을 보냈다.

슬슬 능선을 타고 하산길에 나서야 한다. ▼

 

 

 

 

 

 

 

 

 

▼ 호명호수를 바라보고 가는 능선길의 우측 풍경. ▼

 

 

 

▼ 기차봉에 도착했다.

능선길은 제법 오르내림이 있다. ▼

 

 

 

 

 

 

 

 

 

 

▼ 문제의 갈림길.

호명호수까지 갔다가 다시 오기는 시간도 빠듯할 것 같아 빠른 길로 내려 가려 했더니...

지도만 생각하고 떼어진 이정표 방향으로 길을 틀었다.

물론 희미한 발자국을 보고 따라 간 것인데.. ▼

 

 

▼ 어느 순간 발자국이 없어졌다!!. ▼

 

 

▼ 우측에 보이는 호명호수 직전 갈림길에서 내려 왔어야 했던 것이다. ▼

 

 

▼ 눈덮인 등로는 흔적도 없고, 사진으로 보기보다 경사는 매우 가파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발자국만 한 줄 이어지고 있다. ▼

 

 

▼ 눈덮인 내리막 경사에서 홀로 알바를 하고 있으려니 마음이 점점 불안해진다.

한 발 딛을 때마다 부상의 두려움이 엄습한다.

돌아가기에도 이미 늦은 길,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는 수 밖에..  ▼

 

 

 

▼ 겨우겨우 길을 흔적을 찾아 내려온 길을 뒤돌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

 

 

▼ 드디어 계곡을 만난다.

개울 건너 등로가 뚜렸하다. ▼

 

 

 

 

 

▼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등산로는 얼음으로 뒤덮였다.

역시나 사람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다. ▼

 

 

 

 

 

 

 

▼ 개울을 다시 건너면 나타나는 감로사.

자동차가 다니는 큰길이 나타났다. ▼

 

 

 

 

▼ 저멀리 주차된 내 차가 보인다.

적당한 시간에 하산을 완료하였으니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여야 한다.

모임 장소인 강촌 엘리시안까지는 20여분만 달려가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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