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한라산(漢拏山, 100대명산)
2. 위 치 : 제주도
3. 높 이 : 1,947미터
4. 산행일시 : 2017. 4. 28(금) 11:50 - 17:10 (5시간20분, 순수산행시간 4시간 10분)
5. 산행거리 : 12.5Km
6. 산행코스 : 어리목 입구 → 어리목 주차장 → 민세동산 → 윗세오름 대피소 → 노루샘 → 병풍바위 → 영실 → 영실 매표소(버스 정류장)
7. 동행자 : 나홀로
- <한라산이 곧 제주도다>
한반도 남쪽의 최고봉, 해발 1950m의 한라산은 제주도 사람들의 숨결과 역사를 그대로 안고 있는 산이다.
한라산이란 이름은 원래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다(雲漢可拏引也)'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그만큼 산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밖에도 '부악(釜岳)', '두무악(頭無岳)' '영주산(瀛州山)', '진산(眞山)' 등 아름다운 여러 이름들을 갖고 있다.
이 섬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이후부터 제주 사람들에게 한라산이 곧 제주도였다. 제주도 사람들은 역사와 자연과 기후, 그리고 전설까지도 한라산과 함께 공유한다. 원추형의 한라산 그 정점을 다섯 갈래로 분할하는 등산로 곧 영실, 어리목, 돈내코(현재 폐쇄상태), 관음사, 성판악 코스는 산으로 이어지는 길일 뿐만 아니라 백록담의 그 신성을 제주 사람들과 연결하는 질긴 끈이라 할 것이다.
한라산 곳곳에는 화산활동으로 생긴 수많은 원추형의 작은 화산들이'오름'들을 이루고 있는데, 그 수는 무려 360여 개나 된다. 이들은 백록담을 호위하듯, 아니면 그 품에 안기듯 솟아있다.(산림청 자료 참조)
- 연초 모임에서 제주도 여행을 간다기에 처음부터 조건을 걸었다. 첫날은 혼자 산행을 하고 저녁부터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멤버들중 산을 오를 사람은 전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홀가분한 나홀로 산행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꼬인다. 평소 악명높은 망할 놈의 제주항공 때문이다. 김포에서 7시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2시간을 연착한다. 전산망이 다운됐다나? 새벽 4시 에 일어난 수고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덕분에 난생처음 수기로 작성된 비행기표를 받아 보는 경험을 한다.
- 2시간 연착이 불러온 피해는 생각보다 컸다. 본래 계획했던 남벽분기점까지의 산행이 무산된 것이다. 빠듯한 시간에 맘은 급하고, 아침 식사도 거른데다가 계속된 음주로 쌓인 피로까지 더하여 신체 컨디션도 엉망이다. 공항을 홀로 빠져 나와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11시 버스에 탔지만 교통체증도 장난이 아니다.
▼ 11시 50분이 되어서야 어리목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늘은 맑지만 전체적으로 시야는 탁한 날씨이다. 신발끈을 조이며 한숨을 돌린다. ▼
▼ 어리목 주차장 도착.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제법 많다. 햇볕이 따갑다. ▼
▼ 목교를 건너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
▼ 지겨운 계단식 오르막이 길게 이어진다.
각오는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지루하고 단조로운 길이다.
게다가 나뭇잎이 없는 숲길로 따가운 햇빛이 쏟아지니 걷는 즐거움도 반감된다. ▼
▼ 어리목 입구에서 해발 1,300미터 지점까지는 50분 정도가 걸린다.
어리목 주차장부터라면 30여분 걸린 셈이다. ▼
▼ 15분이면 고도를 100미터 올릴 수 있다. ▼
▼ 해발 1,400m 지점을 지나면 지루한 숲길을 금방 벗어날 수 있다.
까마귀 한 마리가 등산객의 음식을 익숙한 듯 받아 먹고 있다. ▼
▼ 지나온 길도 돌아 보고. ▼
▼ 완만한 오르막이 길게 이어진다. ▼
▼ 만세동산 전망대.
좌우는 온통 조릿대로 덮여 있고 기대했던 털진달래는 전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
▼ 미세먼지 탓인지 산 아래 조망은 부옇기만 하다. ▼
▼ 서북벽이 불쑥 머리를 내밀었다. ▼
▼ 예년의 산행기를 보면 5월1일에도 털진달래 군락이 제법 보였기에 은근히 기대를 했건만 올해는 그마저 개화 시기가 많이 늦어지는 모양이다. ▼
▼ 윗세오름대피소 도착.
어리목 주차장에서 쉬엄쉬엄 1시간 50분 정도가 걸렸다. ▼
▼ 대피소에서 구입한 컵라면을 안주삼아 소주 한 잔을 마시며 한참을 쉬어 간다.
영실에서 마지막 버스를 타려면 남벽분기점까지 다녀 올 시간이 될지 가늠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하다. ▼
▼ 사발면 국물이 조금 남아 조릿대 수풀에 털었더니 이 놈들이 금새 달려 들었다.
국립공원에 음식물 쓰레기 버렸다고 동네방네 소문내는 것 같아 간이 오그라든다. ▼
▼ 대충 배를 채우고 남벽분기점까지 갈 수 있는데까지는 가 보려 길을 나섰는데, 아뿔싸...
길이 막혔다. 공단 직원에게 물어보니 1시반부터 돈내코 방향으로는 진입이 금지된단다.
내가 도착한 시각이 2시경이었으니 애당초 출입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
▼ 가까이 다가 설 수 없는 서북벽을 카메라로 당겨 본다.
성판악 코스에서는 진달래대피소부터 시간에 따라 정상 출입을 통제하는건 알았지만 이 코스에서까지 통제시간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허탈한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 있겠는가. 아쉬운 마음에 한참을 서성이며 서북벽을 바라 본다. ▼
▼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영실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 머문 시간이 어느덧 1시간을 넘기고 있다. ▼
▼ 가는 길에도 끊임없이 뒤돌아 보게 만드는 아쉬움이 발길을 붙잡는다. ▼
▼ 노루샘을 지나고. ▼
▼ 갑자기 시간 여유가 생겼으니 전망대에도 오르기로 한다.
철쭉철이면 이 일대도 붉게 물들 것이다. ▼
▼ 전망대에서 내려가며 사방을 둘러 봐도 진달래는 흔적이 없다.
이 코스의 핵심구간이라는 남벽분기점까지의 등로도 막혀 버렸고, 혹시나 기대했던 한라산 털진달래도 구경을 못 했으니 오늘 산행은 웬지 허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득 쓸쓸한 기운이 가슴을 찌른다. ▼
▼ 영실 오백나한 기암의 모습. ▼
▼ 병풍바위 쪽으로 고도를 낮추니 붉은 기운이 점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
▼ 병풍바위를 오르내리는 영실 구간도 따지고 보면 단순한 코스이다.
다만 각도에 따라 변하는 풍경이 크게 지루한 줄 모르게 위안을 줄 뿐이다. ▼
▼ 영실 입구에 내려 섰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부터 1시간반이 걸렸지만 그야말로 쉬엄쉬엄, 천천히 내려 온 길이다. ▼
▼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버스를 타려면 영실매표소까지 한참을 걸어 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버스 막차 시간이 17시36분이니 시간은 충분하여 느긋한 발걸음을 이어간다. ▼
▼ 오가는 이 하나 없는 아스팔트길을 걷다가 만난 한라산 노루.
3,4m 거리까지 근접하여 셔터를 눌러도 전혀 무서워 하지 않는다.
1980년대 멸종위기종에서 최근에는 유해조수로 지정될 정도로 제주도민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한라산 야생 노루의 변신이 실감나는 모습이다. 천적이 사라진 한라산에서 도대체 겁대가리(?)를 상실한 노루들의 여유만만한 삶을 느낄 수 있다. ▼
▼ 30여분만에 영실매표소에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
▼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노루 한 마리가 도로에 나와 어슬렁거린다.
승용차가 코 앞에서 서도 꿈쩍도 하지 않는 녀석. 결국 자동차가 피해서 지나 가야 한다. 너무 뻔뻔한 모습에 살짝 얄미운 생각이 든다. 10여분 늦게 도착한 740번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하여 7시가 되어서야 일행들이 있는 식당에 도착하였다.
벌주로 소주 한 컵을 단숨에 들이킨 후에야 1박2일 단체 일정에 합류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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