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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100대명산

설악산 공룡능선 초여름 무더위의 극기훈련(2014.5.24)

by 日新우일신 2014.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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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 이 름 : 설악 (雪嶽山)

2. 위 치 : 강원도 인제군, 속초시, 양양군

3. 높 이 : 1,708미터

4. 산행일시 : 2014. 5. 24(토) 03:20 - 15:30 (12시간10분, 순수산행시간 10시간)

5. 산행거리 : 20Km

6. 산행코스 : 설악동 → 비선대 → 마등령 → 공룡능선 → 희운각대피소 → 천불동계곡 → 비선대 → 소공원

7. 동행자 : ㄱㅂ산악회 36명(마누라 동행)

 

 

- 금요일 밤, 오랜만에 무박 산행을 떠난다.

잦은 폭음으로 신체 컨디션은 좋지 않다. 강행군에 대한 걱정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어떻게든 잠을 청해 보지만 버스 안이 너무 덥다. 어둠 속을 둘러봐도 반팔 입은 사람은 나 밖에 없고 모두 점퍼까지 입고도 잘들 자고 있다. 에어컨을 켜 달라고 하기도 뻘쭘한 상황.

한 시간이 지나도록 고생하다가 양말을 벗고 상의를 가슴까지 올린 후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비몽사몽 눈을 붙였나 했더니 잠든지 한 시간도 안되어 휴게소라고 잠을 깨운다.

 

- 새벽 두시에 먹는 아침밥은 깔깔하다.

식사후 산행안내를 들으며 잠시 이동하니 설악동 입구에 도착하였다.

산행 시작은 3시 20분. 담배 하나 피워 물고 신발끈을 묶는 동안 일행들은 모두 사라졌다.

 

마누라의 가벼운 잔소리와 함께 꼴찌로 매표소를 지나 소공원으로 들어서니 바람이 세차다.

새벽 산의 세찬 바람이,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따듯한 기운까지 느껴지는 바람이 불고 있다.

 

- 그렇다. 따뜻한 바람.

그것은 섭씨 32도까지 오른 이날의 때이른 무더위를 예고하는 바람이었던 것이다.

유난히 갈증이 많이 난 하루였다. 어깨가 빠지도록 충분히 물을 챙겼는데..

비선대를 지나 본격적인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되면서부터 물 한 모금을 마시면 5분도 지나지 않아 입술이 마른다.

새벽 5시도 안돼서 맥주를 마셔봐도 전혀 소용이 없다. 끊임없이 목이 마르다.

 

- 내 몸에 무슨 이상이 생긴건 아닌지 불현듯 걱정이 될만큼 갈증이 계속된다.

공룡능선을 넘는 동안에는 강한 바람이 불어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험한 구간을 모두 지나 희운각대피소를 향해 숲속으로 내려서니 한 점의 바람도 없다.

오늘따라 발가락도 불편하고 유난히 얼굴이 뜨겁다. 남은 물을 점검해 보니 마누라와 각각 1병 정도의 물이 남았다.

8km면 먼 거리지만 하산길에서 이 정도면 조금 아껴 마시는 걸로 충분하리라 여겼다.

 

- 천불동계곡에서 비선대까지 이르는 5km 남짓 거리는 고행의 연속이었다. 그야말로 극기의 행군..

갈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제법 많이 걸었다 싶은데 도대체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입술만 적시던 수준의 물도 급격히 줄어 들었다. 갈 길은 까마득하다.

급기야 심한 허기까지 밀려온다. 배낭 속에는 밥도 있고 빵도 있지만 물이 없으니 음식을 먹을 수도 없다.

양폭대피소에서 식수를 구하지 않고 지나친 것이 후회막급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 우리 뒤로 꽤 많은 일행이 멀찌기 뒤처져 있으니 충분히 쉬면서 걸어도 되는 하산길이다.

그러나 쉬는 것도 고역이다. 물, 물, 물을 시원하게 마시고 싶다.

다리는 풀리고, 멀쩡하던 왼쪽 발바닥까지 불편함이 느껴진다. 부쩍 피로가 느껴져 이동속도는 점점 느려진다.

앞서가는 낯선 등산객 하나는 탈진했는지 아예 발을 질질 끌고 간다.

천신만고 끝에 비선대에 도착하여 생수 한 병을 원 샷으로 해치운다.

비선대 매점 주변에는 지쳐 널브러진 등산객들의 시체(?)가 즐비하다.

 

- 타는 갈증은 해결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새벽에는 순식간에 올라왔던 소공원까지의 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평탄한 길에 들어서니 걸으면서도 깜박깜박 잠이 들 것만 같은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야말로 녹초가 되어 도착한 식당에서 소주 한 병을 마시고는 버스에 타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 정확하게 이유를 알 수 없이 힘들었던 오늘 산행, 계속되는 타는 갈증에 내 몸에 혹시 당뇨라도 온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던 하루, 심신이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돼서 겨우 돌아온 집에서 뉴스를 보고서야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늘 동해안 지방이 올들어 최고 기온을 기록하며 32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 무박산행에 처음 따라 나섰던 작년 6월 9일 새벽의 삼척 두타산은 섭씨 12도에 불과한 초겨울 날씨였다.

혼자만 반팔 티셔츠 하나 걸치고 달달 떨었던 그날의 쓰디쓴 경험으로 오늘은 방한복(?)도 챙겨 넣었던 것인데..

어쩐지 오늘의 설악산은 세찬 바람이 부는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한기가 느껴지지 않았었다.

5월의 산행, 그것도 해발 1,000m 이상의 깊은 산 속에서 본격적인 무더위와 싸우게 될 것이라고 감히 상상이나 하였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난생 처음 오른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복병에게 늘씬하게 얻어 터지고 겨우 목숨(?)만 부지하여 살아서 돌아왔다. 여름날의 천불동 계곡길은... 정말 무섭다.. 징그럽다..

 

 

 

 

 

 

 

 

 

 

 

 

 

 

 

 

 

 

 

 

 

 

 

 

 

 

 

 

 

▼ 새벽 5시가 넘어 가며 공룡능선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

 

 

 

 

 

 

 

 

 

 

 

 

 

 

 

▼ 뾰족한 1275봉의 자태를 당겨본다.

과연 공룡능선의 최고봉다운 위엄이 느껴진다.

그 뒤로는 대청봉과 중청봉도 한눈에 들어온다. ▼

 

 

 

 

 

 

 

▼ 금강문을 지나면 공룡능선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 오기 시작한다. ▼

 

 

 

 

 

 

 

 

▼ 뾰족한 1275봉은 어디서든 구분할 수 있다.

우측에 나한봉, 가장 좌측에 뾰족한 범봉의 모습도 보인다.

범봉은 설악산의 주인공이라 일컬을 정도로 멋진 자태를 뽐낸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아직 희미할 뿐이다. ▼

 

 

 

 

 

▼ 공룡능선의 전체 윤곽이 눈에 들어온다.

중앙부의 공룡능선 최고봉 1275봉, 조금 좌측에 천화대 최고봉 범봉, 그 좌측에 장군봉까지.

공룡능선 너머로는 우측에 중청, 대청봉이 보이고 능선으로 이어진 좌측에 우뚝 솟은 봉우리는 현재 출입이 불가능한 화채봉이다. ▼

 

 

 

 

 

 

 

 

 

 

 

 

 

 

 

▼ 마등령 정상의 모습. ▼

 

 

 

 

 

▼ 오전 7시, 드디어 마등령 정상에 올랐다.

해발 1,320m. 설악동 매표소에서 3시간 40분이 걸렸다. ▼

 

 

 

 

 

▼ 마등령 삼거리로 내려 선다. ▼

 

 

 

 

 

 

 

 

 

▼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오른쪽으로부터 올라와 중앙의 마등령 정상을 넘어왔다.

이런 그림을 바라보며 아침 식사를 한다. 입 안이 깔깔하여 영 입맛이 없지만 억지로 밥을 먹는다.

7시가 조금 넘은 아침에 먹는 소주는 맛이 없다. ▼

 

 

 

 

 

 

 

 

 

▼ 설악산 서북능선. 귀떼기청봉도 보인다. ▼

 

 

 

 

 

▼ 가야할 길. 왼쪽 너머 보이는 것이 1275봉인지? ▼

 

 

 

 

 

 

 

 

 

 

 

 

 

 

 

 

 

 

 

 

 

 

 

 

 

▼ 1275봉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를 오르려면 또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

 

 

 

 

 

 

 

 

 

 

 

 

 

 

 

 

 

 

 

 

 

 

 

 

 

 

 

 

 

 

 

 

 

 

 

▼ 1275봉을 오르는 많은 사람들.

지나온 길에 멀리 나한봉도 보인다. ▼

 

 

 

▼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급경사 공룡의 등을 오르내리다 보니 언제 어떤 봉우리를 지났는지도 모른다. ▼

 

 

 

 

 

 

 

▼ 다시한번 지나온 길. ▼

 

 

 

▼ 1275봉. 양각봉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꼭대기까지도 오르는 방법이 있는 것 같지만 오늘은 그냥 패스. ▼

 

 

 

 

 

▼ 가야할 길. 아직도 까마득하구나.

약간 왼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범봉이다. ▼

 

 

 

▼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1275봉을 넘으면 또 까마득하게 내려간다. ▼

 

 

 

 

 

 

 

 

 

 

 

 

 

 

 

 

 

▼ 가야할 길. ▼

 

 

 

 

 

 

 

 

 

 

 

 

 

 

 

▼ 지나온 1,275봉을 되돌아 본다.

양각봉이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 가운데 숲 사이로 넘어 온 것이다. ▼

 

 

 

▼ 1,275봉을 지나기 위해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

우리도 잠시 전 저 곳으로 내려 왔다. ▼

 

 

 

▼ 줌으로 당겨 본 1275봉 정상. ▼

 

 

 

▼ 다시 1275봉 전경.

사진 아래쪽 바위 구간에 등산객들이 개미처럼 보인다. ▼

 

 

 

▼ 가야 할 길. ▼

 

 

 

 

 

 

 

 

 

 

 

▼ 출입이 통제된 용아능선의 모습. ▼

 

 

 

 

 

 

 

▼ 맞은편에서도 많은 등산객들이 오고 있다.

한계령이나 오색약수에서부터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 서북능선 방향.

용아장성이 먼저 보인다. ▼

 

 

 

 

 

 

 

 

 

▼ 지나온 길.

비죽비죽 솟은 봉우리 사이로 1275봉이 아련히 멀어졌다. ▼

 

 

 

 

 

 

 

 

 

▼ 다시한번 서북능선 방향. ▼

 

 

 

 

 

▼ 지나온 길. ▼

 

 

 

 

 

▼가야 할 마지막 봉우리를 망원으로 당겨 본다. ▼

 

 

 

 

 

 

 

▼ 저 멀리 중앙에 울산바위도 보이고. ▼

 

 

 

▼ 범봉의 늠름한 자태.

가히 설악의 주인공이라 할만한 기상이다. ▼

 

 

 

 

 

 

 

 

 

 

 

▼ 울산바위도 줌으로 최대한 당겨본다.

동해안은 희미하다. ▼

 

 

 

 

 

▼ 왼쪽에 1275봉.

오른쪽에 범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멀리 아득한 마등령에서부터 꽤나 먼길을 걸어 왔다. ▼

 

 

 

 

 

▼ 공룡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에 올라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본다.

이쪽에서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지금부터 가야할 까마득한 길이다. ▼

 

 

 

▼ 역시 범봉이 자꾸 눈에 뜨인다. ▼

 

 

 

 

 

 

 

▼ 이제 희운각대피소 방향으로 또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 ▼

 

 

 

▼ 왼쪽부터 대청, 중청, 소청이 한 눈에.. ▼

 

 

 

 

 

 

 

 

 

 

 

 

 

▼ 공포의 천불동계곡 하산길이 시작된다. ▼

 

 

 

 

 

 

 

 

 

 

 

 

 

 

 

 

 

▼ 천당폭포.

폭포는 천당일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좀 지옥이거덩??!! ▼

 

 

 

 

 

 

 

 

 

▼ 양폭대피소.

여기에서 식수를 보급했었어야... ▼

 

 

 

 

 

 

 

 

 

 

 

 

 

 

 

 

 

 

 

▼ 드디어 비선대 도착.

하산길 2시간 반은 마치 20시간처럼 느껴지는 심한 갈증과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

 

 

 

 

 

▼ 비선대 매점에서 생수를 사서 단숨에 원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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